북한은 지구관측위성(EOS) ‘광명성 3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가 2012년 4월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었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하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앞두고 ‘위성 발사는 우주개발에 대한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위성 ‘광명성 3호’ 발사 직전까지도 미사일 발사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바빴다.
그러나 ‘광명성 3호’ 발사를 둘러싼 미국의 비난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그 동안 미국이 세계 각국의 ‘위성 발사’에 대하여 보여주었던 태도가 매우 자의적이며 이중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과거 각국의 위성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 특히 최근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반응과 비교해보고, 이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기준에 대하여 비판하고자 한다.
북한의 공개적 ‘위성 발사’
북한은 이번 ‘광명성 3호’ 발사가 위성 발사임 분명히 하려 하였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번 발사를 앞두고 먼저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제해사기구, 국제전기통신연맹 등에 위성 ‘광명성 3호’ 발사와 관련된 ‘추진체의 궤적’과 ‘예상 낙하지점’ 등의 자료를 미리 통보 하는 등 위성 발사에 대한 국제적 절차를 밟았다. 특히 북한은 추진체 낙하지점과 관련하여 1차 추진체는 서해상에, 2차 추진체는 필리핀 동쪽에 떨어질 것이라고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은 각국의 주요 언론사를 초청하여 4월 8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와 위성 발사장, 그리고 관련 시설 등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이들을 평양 소재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초청 브리핑을 가졌다. 북한의 초청에 따라 러시아의 <1채널>, <NTV>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AFP통신>과 일간지 <르몽드>,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BBC> 등 각국의 주요 언론사 취재진과 전문가들이 이번 발사를 취재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취재에 북한의 위성 발사를 반대 규탄해 왔던 미국 국적의 <AP통신>과 <CNN>, <NBC>, 일본의 <교도통신>과 <NHK>도 합류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광명성 3호’ 발사가 주권국가의 기본 권리인 우주공간 이용에 관한 위성 발사임을 국제 사회에 증명하려 하였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선신보는 4월 15일자 보도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지적하며 “군사적 성격을 띠는 미사일 발사시험을 일부러 공개하고 그 실패를 국영통신을 통해 보도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면서 “조선은 자주독립국가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비법’으로 몰아붙이는 대국들의 독단과 일방주의를 배격하고 공평성이 보장되는 국제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위성 발사’ 자체에 반대한 미국
반면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하여 처음부터 반대하였다. 먼저 미국은 지난 3월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발표 하자마자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은 매우 도발적이며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국제적 의무를 직접 위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 위성발사에 대비해 알래스카 기지와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의 요격미사일과 교신할 수 있는 첨단 이동식 레이더인 SBX-1(Sea Baused X-Band Rader)를 지난 3월 23일 하와이 진주만에서 서태평양 해역으로 출항시키는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 입장은 4월 13일 “광명성 3호 궤도 진입 실패”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위성 발사를 아예 “도발”로 규정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시도가 실패했으나 이번 도발행위는 지역안보를 위협”했으며, “북한의 어떤 미사일 관련 행동도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이라고 언급하였다. 미국은 이어서 4월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우주는 모든 나라에 개방되며 어느 나라도 영유할 수 없다”는 ‘달과 그 밖의 천체를 포함하는 탐사 및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제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약칭 우주조약)’에 따라 주권 국가라면 우주 공간의 평화적 탐색과 이용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이나 유럽의 위성발사 시험은 물론 잠재적인 대결 상태인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위성 발사와 관련해서도 ‘위성 발사’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중국의 경우 2011년 9월 19일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통신 위성 ‘중싱(中星) 1A’를 발사했으며, 러시아의 경우 2012년 3월 30일 군사목적 위성을 발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위성 발사에 대해서 미국은 별다른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위성 발사’에 대하여 미국은 유독 북한에게 이중적 기준을 적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인도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은 용인한 미국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이중적’ 행태는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사례를 보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인도는 2012년 4월 19일에 사거리 5000km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인 '아그니Ⅴ'를 인도 동부 오리사주 해안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사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북한의 위성 발사 직후에 진행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는 시험 성공을 발표하면서 “인도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설계, 개발, 생산하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우리는 이제 미사일 강국”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전문가들에 의하면 인도가 개발 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인도 과학자들은 ‘아그니 5호가 중국 킬러가 될 것’이라며 이 미사일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화통신은 사거리 5000km에 이르는 이 미사일 개발로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가 인도 군의 사정권에 포함된다고 우려하기도 하였다.
인도가 위성 발사도 아닌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 하는데도 미국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의 이번 미사일 시험에 대하여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AP통신>은 4월 20일자 보도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비난을 쏟아 붓던 미국 등이 인도의 경우에는 언급을 내놓지 않아 대조적이라고 언급했다.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용인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6년 7월 9일 인도가 최초로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아그니 3호’ 시험발사 역시 미국의 동의하에 진행되었음이 드러난 바 있다.
2006년 당시 시험 발사된 ‘아그니 3호’는 최대 사거리가 4000km에 달하는 미사일로 인도가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장착가능 미사일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긴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프레시안은 인도의 한 방송 내용을 인용하여 “인도 정부가 ICBM의 시험 발사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미국의 '재가'를 받았음을 암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인도의 ‘아그니 3호’ 시험발사 나흘 전인 2006년 7월 5일 북한의 대포동 2호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제 결의까지 하면서 반발했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진행된 인도의 미사일 시험은 용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06년 4월 카이스트에서 가진 강연에서 “왜 북한과 인도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냐”는 질문에 대해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인도와 북한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공위성 발사조차 미국이 인정할 때 가능하다는 답변인 것이다. 버시바우 전 주한미대사의 발언에 대하여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일보 2006년 7월 10일자 보도에서 “‘인도는 미사일을 가져도 괜찮고 너희는 안 된다’는 미국의 논리는 이중 잣대일 뿐”이라 혹평한 바 있다.
북미평화협정 체결로 주권 존중의 새 질서 확립해야
결국 미국이 보여주는 북한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여전히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최근 2.29 합의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 까지 정전협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초석으로 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정전협정은 전문 마지막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2.29합의는 또한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련의 신뢰조성조치들을 동시에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정전협정을 인정한 가운데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실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미 양국의 합의인 것이다. 따라서 2.29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테러지원국이나 악의 축이 아니라 주권 국가로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었다.
미국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아니라 2.29 합의대로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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