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광명성 3호가 발사되었으나 궤도진입에 실패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 13일,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가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하였지만 “지구관측위성의 궤도진입은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언급하였다.
미국은 4월 16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를 동원해 북한의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유엔결의안보다 단계가 낮은 의장성명에서 안보리는 “북한의 2012년 4월 13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strongly condemn)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시 채택되었던 “규탄한다”에 비해 “강력히(strongly)"가 첨부되어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미국이 주목하였던 사안은 위성의 궤도진입 여부가 아니라 북한의 ”발사행위“였던 셈이다.
북한은 4월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며 “미국이 로골적인 적대행위로 깨버린 2.29 조미합의에 우리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북-미간 2.29 합의가 이끌어진 지 45일여만에, 북-미는 다시 전면적인 대결상태로 진입하는 듯하다. 동북아 정세의 최대쟁점이었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동북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미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발사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4월 15일, “태양절 100돐 기념 열병식”장에서 이미 실전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4월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형 미사일은 무수단미사일보다 길이가 1.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수단 미사일이 1단 로켓에 탄두가 있는 미사일이었던 반면, 신형 미사일은 2단 미사일이어서 사거리가 상당히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단 미사일이라함은, 단 분리가 가능한 사거리 6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앵커리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단 분리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해 실전배치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구태여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장벽을 이미 풀었다는 것이 4월 15일 열병식의 결론이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 이유는 군사기술적 측면보다는 정치경제적 측면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강성국가”의 축포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 것은 “사회주의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에 그들이 주장하는 “강성국가의 축포”였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를 통해 세계 정상국가들과 과학기술적 능력을 겨룰 수 있고 이미 첨단산업에 진입하였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강성국가”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의 전 과정을 전례없이 투명하게 진행하였다. 외신기자들은 앞다투어 평양으로 몰려가 북한의 “광명성 3호”를 취재하였다. 기자들은 “이례적으로”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실제 근접한 상태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하며 발사장 취재도 매우 광범위하였다. 교도통신은 북한당국이 조립에서 발사, 자세제어까지를 총괄 담당하는 종합지휘소도 공개하는 등 이례적인 대우를 보였다고 하였다. 광명성 3호를 취재한 외신들은 모두 북한이 우주개발에 이미 진입하였으며 우주개발 능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앞 다투어 보도하였다.
발사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이번 기회에 북한 우주산업의 저변을 국제사회에 명백히 각인시키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치밀한 계산이 읽힌다. 광명성 3호는 궤도진입에 실패하였지만, 북한이 공개한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과 관제센터, 은하3호 제작설비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조선신보는 4월 16일 ‘조선의 우주계획은 계속 추진된다’는 글에서 “조선은 2012년부터 우주개발 5개년계획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 발사는 그 첫 사업”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이어 “5년간 다음 과제인 정지위성 개발에 착수하며 ‘광명성3호’를 탑재한 ‘은하3호’보다 더 큰 대형 운반로켓 개발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의 수준과 발사체, 인공위성을 직접 목격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조만간 위성발사를 재시도할 것이라는 점이 놀랍지 않다.
“김정은 체제”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
광명성 3호의 발사시점은 4월 13일 오전이었다. 애당초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4월 12일에서 16일 시기에 발사한다고 국제사회에 통보하였을 당시부터 “광명성 3호”는 북한의 “태양절 100돐”과 연계해서 거론되었다.
북한은 4월 11일, 제4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하였다. 4월 13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를 개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공화국의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 제1비서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이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됨으로서 당, 군, 정의 최고지도자 지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발사된 광명성 3호는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4월 15일의 “태양절 100돐 기념 열병식”은 그 최고정점이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분간 공개연설을 하였다. 이후 이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군사력을 내외에 과시하였다.
이는 광명성 3호 발사를 시작으로 마련된 일련의 정치행사로 볼 수 있다. 광명성 3호로 시작된 북한의 “국력시위”는 4월 15일 열병식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종결되는 것이다.
북한경제발전을 위한 위성발사
광명성 3호는 정치적 목적 뿐만 아니라 경제적 목적을 가진 “실용위성”이었다. 실제로 500km 고도의 지구극궤도를 돌며 지구관측자료를 전송해서 북한의 기상상태 예보에 도움을 주고 자원탐사 등 북한경제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경제적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국가적 차원에서 “주민생활 경제”를 강조하고 경제발전을 “강성국가 진입”의 하나의 요소로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도 설명된다.
<통일뉴스>는 3월 28일,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우주개발국 부국장의 조선중앙통신사와 회견 내용을 보도하며 그가 “광명성 3호는 지구관측위성으로서 우리나라의 산림자원분포 정형과 자연재해 정도, 알곡예정 수확고 등을 판정하고 기상예보와 자원탐사 등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게 된다”고 답했다고 보도하였다.
<교도통신>도 4월 3일,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 담당국장이 베를린에서 북미 비공식 대화를 가진 후 귀국길에 ‘위성’은 기상예보 등의 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리근 국장은 “농업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경제강국 진입을 주요 당면과제로 제기하는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광명성 3호의 발사를 미룬다면 그만큼 국가경제 발전이 더디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북한은 최단시일 내에 다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지 않을까 전망할 수 있다.
억지스러운 안보리 논의
미국이 광명성 3호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가장 큰 근거는 2009년에 채택하였던 유엔결의안이다. 안보리는 4월 1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가 기존 안보리 결의 1718호 및 1874호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역내에 중대한 안보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살펴볼 점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는 정작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결의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2006년 10월 14일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지하핵시험에 성공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으며 2009년 6월 13일의 안보리 결의 1874호도 2009년 5월 25일 단행된 북한의 2차 지하핵시험에 대한 대응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은 2006년 7월 15일, 북한의 로켓실험에 대해 유엔결의안 1695호를 채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유엔은 결의안 1695호가 아니라 핵과 관련되었던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거론하고 있다. 유엔은 왜 북한의 미사일 관련 유엔결의안 1695호로 북한을 압박하지 않고 북한의 핵시험 관련 결의안 1874호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일까? 그것은 1718호와 1874호가 “대북제재”를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보리 결의안 1718호와 1874호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삼고 있다. 안보리 결의 1874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어떤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하지 않도록 요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점은 남는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라는 표현이 인공위성과 맞지 않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이라 함은 “자체 추진으로 발사 지점부터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칭한다. 이 경우 사거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일례로 한국은 사거리 5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를 보유하고 있다.
유엔이 당초 결의안 1718호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규탄할 의도였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모두 문제 삼았어야 한다. 일례로 2012년 1월 13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월 11일, 오전 동해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들 미사일이 단거리미사일 SS21을 개량한 사정거리 약 120㎞의 이동발사식 KN-O2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으므로 유엔결의안 1874호 위반으로 된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소집조차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탄도미사일이라 하더라도 사거리가 120k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이 문제삼는 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미국은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발사”를 문제삼고 있다. <광명성 3호>도 사실상 탄도미사일이므로 문제삼는것이 아니라 추진체가 미국본토에 도달가능하기 때문에 유엔을 내세워 문제삼는 것이다.
광명성 3호는 미국의 대북인식문제
결국 문제핵심은 북한이 발사하는 “광명성 3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는 이상, 북한이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에게는 “패권위협”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조만간 인공위성도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노골적으로 밝혔지만 그 누구도 인도의 유엔제재를 거론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는 “인류의 로켓 개발”은 물론이며 “미사일 개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안보리가 반대하는 것은 오직 “반미국가의 로켓 개발”이다. 이는 곧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안보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제 새로운 인공위성을 다시 제작해서 발사할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을 문제삼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광명성 3호”를 둘러싼 대립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결심하지 않는 이상, 북-미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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