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경축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여 세계가 깜짝 놀랐다.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이름은 화성 13호다. 2012년 3월 2일 북측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민군 전략로케트사령부 시찰소식을 보도한 것은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머지않아 세상에 공개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공업체계를 갖춘 나라는 북측,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다섯 나라뿐이다. 영국은 핵탄두를 만들기는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지 못해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대가로 미국산 잠수함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 2호(Trident-2)를 얻어가 작전배치하였다. 북측이 4.15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세상에 공개한 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5개국만이 가진 최첨단 국방공업체계를 완비하였음을 실물로 입증한 것이다.
북측,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다섯 나라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지만, 초대형 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을 만드는 나라는 북측, 러시아, 중국 세 나라 뿐이다. 북측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이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는 미국군은 수직갱도식 대륙간탄도미사일(silo-based ICBM)과 잠수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ICBM)만 있고, 프랑스군에게는 잠수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있다.
중국이 2007년에 작전배치한 최신형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31A의 사거리는 11,200km이고, 러시아가 1997년 12월에 작전배치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의 사거리는 11,000km인데,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4.15 열병식에 등장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의 사거리는 11,000km다. 대북정보차단에 가로막혀 있었던 이 땅의 국민들은 북측의 미사일전력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북측은 핵강국들인 미국,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내는 최첨단 국방공업체계를 운영해온 것이다.
북측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남측 수구언론은 화성 13호의 사거리가 고작 6,000km밖에 되지 않는다는 왜곡선전을 늘어놓았고, 그 동안 북측의 미사일전력을 깎아내리는 엉터리 글만 써낸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4.15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3호가 종이를 여러 겹 발라 만든 가짜 미사일처럼 보인다는 정신 나간 헛소리를 하였다. 만일 종이를 여러 겹 발라서 그처럼 실물과 완전히 똑같은 정밀한 모조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도 종이모조품 제작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높이 평가해주어야 할 것이다.
북측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겁한 미국은 화성 13호를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발사차량의 겉모습이 중국산 8축16륜 수송차량과 비슷하게 생겼으니 혹시 중국이 그 수송차량을 북측에 수출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면서 생트집을 잡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북측이 발사차량을 만들지 못해서 중국에서 수입하였다는 말은 궤변 중의 궤변이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1997년 10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1997년에 러시아의 인접국 벨라루시(Belarus)에 있는 민스크 자동차공장(Minsky Avtomobilny Zaovod)에서 생산하는 6축12륜 발사차량 MAZ-547 28대를 도입하였다. 전략로케트군을 창설한 인민군은 그 발사차량을 가지고 지난 15년 동안 6축12륜, 7축14륜, 8축16륜 발사차량들을 개발, 생산해왔다.
미국과 일본은 입이 열 개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핵강국들이 북측의 화성 13호 공개에 대해 공식논평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평화적 위성발사를 위해 만들어진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가 서해위성발사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그처럼 소란스러운 공식논평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던 핵강국들은 정작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하였을 때는 기가 질려서 그런지 찍소리도 못하였다.
걸핏하면 북측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북측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보고 입을 다물었고, 미국 따라하기를 좋아하는 일본도 입을 다물었다. 북측의 군사력을 얕잡아본 미국과 일본은 지금 입이 열 개 있어도 화성 13호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자기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가공할 절대무기의 출현 앞에서 평소처럼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떤다면, 그것이 도리어 비정상이다.
2012년 4월 18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방문 중이던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미국 국방장관의 언론대담을 들어보면,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한 것 때문에 미국군 지휘부가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패네타 국방장관은 미국의 보도전문 텔레비전방송 <CNN>의 대담진행자 월프 블리쩌(Wolf Blitzer)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블리쩌 - 남코리아에(그는 북코리아와 남코리아를 헷갈렸다 - 옮긴이) 핵으로 무장한 백만대군이 있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패네타 - 그렇다. 알다시피, 우리는 그 지역에서 거의 매일 전쟁 직전 상태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과 행동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블리쩌 - 당신은 다른 문제들보다 그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나?
패네타 - 불행하게도 요즈음 내가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문제들이 많다. 그것은 최우선 당면현안들 가운데 하나다.
위의 대담에서 패네타 국방장관은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한 것 때문에 요즈음 자신이 밤잠을 설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고 슬그머니 비껴갔다. 그는 2012년 4월 19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만일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동발사하는 능력을 가졌다면,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더 커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도영상자료를 통해 자신의 두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실상을 모르고 가정할 때 쓰는 만일(if)이라는 종위접속사를 씀으로써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미국군을 총지휘하는 국방장관이 자기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미국군 지휘부는 북측의 화성 13호 공개에 충격을 받고 심리적 공황장애에 걸린 듯하다.
중요한 것은, 북측의 화성 13호 공개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미국군 지휘부가 밤잠을 설치는 것으로 상황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북측이 화성 13호를 공개하기 이전에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문제에 대해 논하였던 두 사람의 발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09년 10월 1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카트라이트(James E. Cartwright) 당시 미국군 합참부의장은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몇 기를 지상에 고정된 발사대에 배치하고 있어서 미국군이 그 위협을 제거할 수 있지만, 앞으로 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할 가능성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전략평가센터(IASC)의 군사전문가 리처드 피셔(Richard Fisher)는 <워싱턴 타임스> 2011년 12월 5일 보도기사에서 “북측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시아 동맹체제에 어마어마한 도전(spectacular challege)이 될 것이며, 미국이 (한반도에 제공하는) 확장된 핵억지(extended nuclear deterrence)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 발언은 북측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세계 미사일전력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그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군사정세와 안보상황을 뒤바꿔놓을 획기적인 사변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그러한 예고는 마침내 현실로 되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15 열병식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주체 100년대가 시작되는 력사의 분수령에 서 있습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주체 100년대가 시작되는 력사의 분수령’이라는 말에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지만,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으로서 새로운 주체 100년대를 시작한다는 뜻도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북측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3대 핵강국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8.15 해방 이후 67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규정해온 적대적 북미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였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9개 부분으로 구성된 화성 13호
4.15 열병식에서 북측이 화성 13호를 공개한 것은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이라는 사실을 확증한 놀라운 사변이었는데도, 수구언론매체들이 그 사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바람에 이 땅의 국민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 무감각증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려면 북측이 공개한 화성 13호가 어떤 무기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중국의 둥펑-31A나 러시아의 토폴-M은 커다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어서 미사일 추진체가 보이지 않지만, 북측의 화성 13호는 발사관이 없어서 추진체를 볼 수 있다. 만일 북측이 화성 13호를 원통형 발사관에 넣어 공개하였더라면, 적대국들은 북측이 속이 텅 비어있는 발사관을 들고 나왔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날조해냈을지 모른다. 화성 13호가 종이를 여러 겹 발라 만든 가짜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퍼뜨리며 ‘막 가는 판’이니, 속이 텅 빈 발사관이라는 허위사실을 어찌 날조하지 않겠는가.
4.15 열병식에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화성 13호는 8축16륜 발사차량에 실려 있었는데, 미사일 추진체와 발사차량은 모두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칠해져 있었다. 지금까지 북측이 공개한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 위장무늬로 칠해진 미사일은 화성 13호밖에 없다.
4.15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3호를 찍은 보도사진들 가운데서 공중촬영사진을 보면, 화성 13호가 3단형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북측이 열병식 참관자들의 눈에 잘 보이라고 일부러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화성 13호 추진체에 1단, 2단, 3단을 정확히 구분하는 흰색 띠 세 개를 둘러놓았다. 화성 13호 추진체 겉면을 관찰하면, 전선이 들어있는 가늘고 긴 도관(duct)이 추진체 연결부 중간 중간에 끊기기는 하였지만 탄두부에서부터 1단 추진체 밑부분까지 길게 도드라져 나온 것이 보인다.
화성 13호를 촬영한 보도사진을 확대하여 각 부분의 비율을 정밀측정하면 화성 13호의 길이를 알 수 있는데,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래와 같이 9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성 13호 맨 앞쪽에는 핵탄두(nuclear warhead)와 방향조종로켓엔진(maneuvering rocket engine)이 하나로 붙어있는데, 방향조종로켓이란 타격목표를 향해 엄청난 초고속으로 낙하하는 핵탄두 재돌입체(reentry vehicle)가 정확히 목표지점을 향해 낙하하도록 낙하비행방향을 조종해주는 소형 로켓이다. 타격정확도를 크게 높여주는 이 소형 로켓을 추진후 비행체(post-booster vehicle)라 한다. 화성 13호의 탄두 길이는 3m이고, 방향조종로켓 길이는 0.5m다. 방향조종로켓과 3단 추진체를 연결한 부분이 0.7m 길이의 결부장치(adaptor section)다. 화성 13호의 3단 추진체 길이는 3m이며, 추진체에는 고체연료과 로켓엔진이 있다. 3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를 연결한 부분이 0.7m 길이의 2단 연결장치(second stage coupling section)다. 화성 13호의 2단 추진체 길이는 4.5m이며, 추진체에는 고체연료와 로켓엔진이 있다. 2단 추진체와 1단 추진체를 연결한 부분이 1.3m 길이의 1단 연결장치(first stage coupling section)다. 화성 13호의 1단 추진체 길이는 7m이며, 추진체에는 고체연료와 로켓엔진이 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화성 13호의 길이는 20.7m다. 이 수치는 확대한 사진자료에 나타난 비율을 측정한 것이므로 실제 길이와 몇 cm 정도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
화성 13호와 토폴-M을 비교하면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는 러시아군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과 매우 비슷하다. 3단형이고, 추진제로 고체연료를 쓰며, 8축16륜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한다는 점에서 화성 13호와 토폴-M은 똑같다. 토폴은 포플라 나무라는 뜻이다. 미국이 SS-27 씩클 B(Sickle B)라고 부르는 토폴-M의 길이가 22.7m이므로, 화성 3호가 토폴-M에 비해 2m 정도 짧다. 토폴-M의 성능을 알아보면, 화성 13호의 성능을 알 수 있다.
토폴-M 탄두부에 장착된 핵탄두 무게는 1t인데, 다탄두가 아니라 단일탄두다. 다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탄두부에는 핵탄두가 여러 개 들어가므로 우유병 꼭찌처럼 생겼는데, 화성 13호나 토폴-M은 탄두부가 고깔모자처럼 뾰족하게 생겼으니 둘 다 단일탄두인 것이 확실하다. 토폴-M에 장착된 핵탄두의 폭발력은 800킬로톤(kiloton)이고, 원형공산오차(CEP)는 200m다. 화성 13호와 토폴-M의 핵탄두 폭발력과 원형공산오차는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성 13호는 토폴-M보다 길이가 2m 정도 짧은데, 그에 따라 화성 13호의 무게가 토폴-M의 무게 47.2t보다 가볍고 사거리도 토폴-M의 사거리 11,000km보다 짧은 것으로 속단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첫째, 토폴-M의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지름이 서로 다르다. 1단 추진체의 지름은 1.86m이고, 2단 추진체의 지름은 1.55m다. 그런데 사진자료에 나타난 화성 13호의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지름이 같다. 이것은 화성 13호의 2단 추진체가 토폴-M의 2단 추진체보다 지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화성 13호의 사거리가 토폴-M의 사거리보다 짧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토폴-M은 발사차량에 실린 원통형 발사관 안에 들어있는데 비해, 화성 13호는 발사관이 아닌 발사대에 얹혀있다. 러시아군 발사차량에 실린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 23m, 지름 2m이므로 발사관 무게가 상당하다. 러시아군 발사차량은 미사일만이 아니라 원통형 발사관까지 싣고 이동하므로 더 무거운 하중을 받쳐주기 위해 더 크게 만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화성 13호를 싣고 이동하는 인민군 발사차량이나 토폴-M을 싣고 이동하는 러시아군 발사차량은 똑같이 8축16륜이다. 이것은 화성 13호의 무게가 토폴-M의 무게보다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화성 13호의 사거리가 토폴-M의 사거리보다 짧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북측이 토폴-M의 사거리와 같은 11,000km의 사거리를 가진 화성 13호를 만든 까닭은, 멀리 떨어져 있는 적국의 수도를 직접 위협하려는 작전적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디씨에서 직선거리가 가장 가까운 북측 지역은 함경북도인데,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거리는 10,700km다. 그러므로 북측은 사거리가 11,000km 정도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야 하였다. 화성 13호가 그렇게 만들어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측이 화성 13호를 세상에 공개하기 몇 해 전부터 미국에서는 북측이 개발 중인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특히 아래의 두 발언이 눈길을 끈다. <로이터통신> 2004년 12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랫메이커(Stephen Radmaker) 당시 미국 국무부 무기통제 담당 차관보는 미국 외교정책협의회가 연방의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하여 북측이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경우, 무게가 수 백kg 나가는 탄두를 싣고 15,000km를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또한 2007년 1월 29일 워싱턴 디씨에 있는 조지마샬연구원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패트릭 오레일리(Patrick O'Reilly) 부국장은 북측이 개발 중인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게가 200-250kg에 이르는 탄두를 싣고 15,000km를 날아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의 두 사람은 화성 13호가 무게 250kg짜리 탄두를 싣고 15,000km를 날아갈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이번에 공개된 화성 13호는 무게가 1t이나 나가는 무거운 핵탄두를 싣는 바람에 사거리가 4,000km 정도 줄어들어 11,000km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화성 13호의 고유번호는 무엇을 암시하는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토폴-M 70기를 작전배치하였다. 70기 가운데 52기는 수직갱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18기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11개 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제27수비미사일군 예하에 5개 사단, 제31미사일군 예하에 2개 사단, 제33수비로켓군 예하에 4개 사단이 있다. 그 가운데서 토폴-M을 작전배치한 사단은 제27수비미사일군 예하 2개 사단 뿐인데, 그 2개 사단 중에 1개 사단은 오래 되어 폐기 직전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UR-100N을 토폴-M과 함께 혼합하여 배치하였다.
중국인민해방군 제2포병사령부 예하에는 6개 전략미사일사단이 편성되었는데, 미국 국방부의 2010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8월을 기준으로 중국인민해방군 제2포병사령부가 작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둥펑-31과 둥펑-31A를 합해 약 30기라고 한다. 둥펑-31 성능을 개량한 것이 최신형인 둥펑-31A다.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15년까지 50기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작전배치된 화성 13호는 몇 기나 될까? 4.15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3호의 1단 추진체에 큼지막한 숫자로 쓰여있는 고유번호는 두 종류인데, ㅈ9010으로 시작하는 고유번호와 ㅈ9048로 시작하는 고유번호가 있다. 이것은 인민군 전략로켓트군 예하에 화성 13호를 배치한 전략미사일사단이 최소 2개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영국 런던에 있는 제인스 정보그룹(Jane's Information Group)이 2008년 4월에 발표한 ‘국가별 안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 50기를 작전배치하였다. 인민군 대륙간탄도미사일이 4년 전에 벌써 50기나 되었으니 지금은 얼마나 더 많아졌을까?
남측 언론매체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즈음하여 4월 14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개관식이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조선신보> 2012년 4월 18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평양에 머물고 있는 해외동포들도 4월 16일에 무장장비관을 가보았는데, 각종 자국산 미사일들을 전시한 ‘전략로케트실’에 들어가보니 4.15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3호도 전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은 다른 핵강국들의 군사박물관에 해당하는데, 민감한 군사기밀 때문에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최신형 무기는 무장장비관에 전시하지 않는다. 다른 핵강국들도 자기 나라 군사박물관에 최신형 무기를 전시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4.15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3호가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것은 화성 13호가 최신형이 아니라 한 세대 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 13호보다 한 세대 앞선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호를 작전배치한 것이다. 화성 13호의 고유번호가 ㅈ90으로 시작하므로, 북측이 공개하지 않은 화성 14호는 고유번호가 ㅈ100으로 시작하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2010년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하였고, 이번에 4.15 열병식에도 등장한 중거리미사일 화성 10호는 사거리가 화성 13호보다 훨씬 짧지만 다탄두미사일이다. 북측이 다탄두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화성 14호는 사거리가 14,000km를 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스티븐 힐드레드(Steven A. Hildreth) 연구원이 2009년 2월 24일에 발표한 글 ‘미국에 대한 북코리아 탄도미사일 위협(North Korean Ballistic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북측은 ‘대포동 2호’를 2005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여 2006년까지 20기를 보유하였다고 한다. 그가 말한 ‘대포동 2호’가 바로 화성 14호다. 화성 14호를 2년 동안 20기 생산하였으니, 그런 생산속도라면 지금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호를 70기정도 작전배치하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지금 화성 13호를 화성 14호로 대체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미국이 2,400억 달러를 들여 오랜 기간 동안 건설한 미사일방어체계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음을 뜻한다.
토폴-M을 탑재한 러시아 전략로켓군 발사차량이 시베리아 수림지대로 들어가면, 미국 정찰위성이 찾아내지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화성 13호나 화성 14호를 탑재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발사차량이 북측의 험준한 산악지대로 들어가면, 미국 정찰위성이 찾아내지 못한다. 2011년 5월 18일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NID)의 한반도 정보담당관인 레이먼드 콜스턴(Raymond Colston)은 한반도 안보문제에 관한 연방의회 토론회에 참석하여 발사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움직임을 정찰위성으로 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측은 곳곳에 산악갱도기지를 건설하고 그 속에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은폐해놓았으므로 미국 정찰위성의 탐지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2012년 3월 2일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전략로케트사령부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어렵고 복잡한 전투정황들을 조성해놓고 침략자들의 불의의 침공을 일격에 타격소멸할 수 있는 전투조법들을 습득해나가고 있”는 전략로케트사령부 지휘관들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화력타격으로 원쑤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고 말씀하시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이 늘어선 함경북도의 함경산맥 일대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거리는 10,700km이므로 함경산맥 산악지대 깊숙한 곳에 건설한 갱도기지에서 밖으로 나온 인민군 발사차량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워싱턴 디씨까지 약 30분만에 날아간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된 800킬로톤급 핵탄두가 폭발하면, 반경 13km의 지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밖의 넓은 지역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된다. 산이 없는 평지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훨씬 더 넓은 범위가 파괴된다. 드넓은 평지에 세워진 수도 워싱턴 디씨는 가로가 약 17Km, 세로가 약 10km인데, 만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30여 분 뒤에 미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백악관의 발등에 떨어진 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군사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며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습니다. 오늘의 장엄한 무력시위가 이것을 명백히 확증해줄 것입니다”고 하였다. 이 말은 만일 미국이 북측에게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 북측도 보복핵공격으로 미국을 초토화할 것이므로 미국의 확장된 핵억지전략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는 뜻이다.
북측이 워싱턴 디씨를 한 방에 날려버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공개한 것은 녕변핵시설단지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설비를 공개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북측이 고농축우라늄을 계속 생산하면 핵탄두를 더 많이 생산하게 될 것이고, 핵탄두를 더 많이 생산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갱도기지들에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많아지면, 함경북도 풍계리 지하핵실험장에서 핵폭발실험을 가끔 실시할 것이고, 화성 13호를 세상에 공개하였으니 앞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처럼 모의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하와이와 멕시코 중간쯤에 있는 태평양으로 쏘는 훈련을 실시할지도 모른다. 북측에게 섣불리 핵공갈을 꺼냈다가 되레 핵위협을 당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이제 해야 할 일은, ‘확장된 핵억지의 인계철선’으로 한반도에 남겨둔 주한미국군을 철군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밖에 없다.
2011년 1월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직후 취재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북측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줄임) 우리는 이것을 실질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협상과 관여로 나아가는 어떤 긴급함(urgency)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우려는 1년 3개월 만에 현실로 되었고, 그가 언급한 대북협상의 긴급성은 백악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백악관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끌 것인가?
* 출처 :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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