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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의 비극, 그리고 북한의 수소폭탄 미스테리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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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을 개발한 뒤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것은 다른 수소폭탄 보유국들의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북한 역시 이런 수순을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 수소폭탄은 핵폭탄과 비교가 되지 않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핵미사일만으로도 심각한 위기를 느끼는 미국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소식이다.


비키니의 비극, 그리고 북한의 수소폭탄 미스테리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최근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비키니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여성이 나꼼수 일원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비키니 차림으로 사진을 올리고 이에 대해 나꼼수에서 언급을 했는데 그것이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비키니의 비극


원래 비키니의 어원은 서태평양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의 마샬제도 북부에 있는 <비키니 환초(Bikini Atoll)>에서 나왔다. 비키니 환초는 약 20개의 환초(산호에 둘러싸인 반지 모양의 산호초)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섬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 비키니 환초를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고 핵실험장으로 활용했다. 미국은 1946년 주민을 강제로 몰아내고 섬에 돼지와 양을 풀어놓은 다음 공개 핵폭탄 실험을 한 이래로 58년까지 모두 23차례 핵폭탄 실험을 하였다.


▲비키니섬 핵실험 장면


한편 프랑스에서 속옷 가게를 하던 루이 레아(Louis Reard)는 1946년 배꼽을 드러낸 새로운 수영복을 개발했다. 당시 사람들의 정서에는 충격적인 수영복이었다. 바티칸 교황청은 ≪부도덕한 의상≫이라고 비난했고 일부 나라들은 아예 착용을 금지했다. 루이 레아는 비키니 환초의 핵실험 같은 충격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로 수영복 이름을 비키니라고 지었다고 한다.


비키니 환초에서 쫓겨나 난민생활을 하던 원주민들은 1968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으나 암 환자가 속출하고 기형아가 태어나는 등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선 때문이었다. 결국 원주민들은 다시 섬을 떠나야 했다. 이들이 언제 다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이 비키니 환초에서 자행한 핵실험 가운데는 수소폭탄 실험도 있었다. 1954년에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 때문에 3개의 산호초 섬이 사라졌다. 수소폭탄은 그만큼 강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수소폭탄의 위력


핵폭탄은 원자핵의 분열이나 융합을 이용해 강한 폭발을 일으키는 폭탄이다. 보통 핵폭탄이라고 하면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을 말하며 원료에 따라 우라늄탄, 플루토늄탄이라고도 한다. 핵융합을 이용한 폭탄은 보통 수소폭탄이라고 한다.


수소폭탄은 수소 원자들이 핵융합을 하면서 만드는 폭발력을 이용한다. 수소원자핵은 (+) 전하를 띤 양성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핵융합을 하지 않는다. 원자핵들을 융합시키려면 매우 큰 에너지를 줘야 한다. 보통 핵폭탄을 이용해 초고온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핵융합을 시킨다. 그래서 수소폭탄을 열핵폭탄이라고도 한다.


수소폭탄의 특징은 이론상 폭발력의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경우 임계질량이라는 게 있어 폭발력에 한계가 있다. 즉, 너무 크게 만들면 저절로 폭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크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수소는 임계질량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수소폭탄은 옛 소련이 개발한 차르 봄바(Tsar Bomba)로 TNT 58메가톤의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폭탄 무게만 27톤이 나가는 이 수소폭탄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플루토늄탄인 리틀보이보다 무려 3000배나 더 큰 폭발력을 가졌다. 차르 봄바가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면 경기도 전체가 초토화된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차르 봄바의 폭발력


이처럼 큰 폭발력을 지닌 수소폭탄은 전술무기가 아닌 전략무기로 사용된다. 즉, 국가 하나를 완전히 박살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수소폭탄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북한도 수소폭탄을?


독자들은 갑자기 왜 수소폭탄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할 것이다. 최근 북한에 대한 흥미로운 보도가 연이어 나왔는데 수소폭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두 개의 보도를 살펴보자.


첫째,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이 청문회에서 ≪최근 정보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정보사항을 보고받았는데, 그것은 깜짝 놀랄 만한(quite sobering : 직역하면 술이 확 깬다는 뜻) 내용이었다≫고 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기밀이라 밝히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는 ≪북한은 정보기관이 역량과 주의를 집중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들은 파인스타인 위원장이 언급한 정보사항이 북한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인 네이처(Nature)가 지난 2월 3일자 인터넷판 뉴스를 통해 북한이 2010년 소규모 핵실험을 두 번 더 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국방연구청의 대기과학 전문가 라스 에릭 데 예르가 지난 2010년 8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산하 <국제방사성동위원소 감시 네트워크> 비공식 핵문제 전문가 회의에서 검토된 자료들을 1년간 추가 연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 의혹을 보도한 네이처


연이은 두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이 2010년에 두 차례의 새로운 핵실험을 하였고 이를 확인한 미국이 깜짝 놀랐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했기에 핵실험 자체가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핵무기가 등장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일단 네이처에 실린 예르의 주장을 더 살펴보자.


예르는 한반도에서 측정된 방사성동위원소인 제논-133과 제논-133m의 비율을 볼 때 2010년 4월 중순 인공적인 핵폭발이 발생했으며, 또 방사성동위원소 바륨-140과 이 원소의 방사성 붕괴 결과물인 란타늄-140의 비율을 볼 때 2010년 5월 11일을 전후한 시점에도 인공적인 핵폭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폭발력은 TNT 50~200톤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 실험이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이용해 핵분열의 파괴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핵폭탄이 폭발할 때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일부만 분열을 일으키며 100% 분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핵폭탄 주위에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놓으면 핵분열 비율을 높여 폭발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네이처는 2010년 5월 12일 북한 노동신문이 ≪조선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예르의 주장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예르가 언급한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보통의 수소와 달리 원자핵에 중성자가 1개, 2개 더 붙어있어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보통 수소보다 더 무거운 수소로 수소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즉, 북한이 핵융합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핵실험 징후를 포착한 지역들


실제로 당시 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관리하고 있는 최북단 측정소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측정소에서 방사능 물질인 제논이 평소보다 8배가량 검출됐다. 제논은 크립톤과 함께 핵분열로 발생하는 기체 상태의 방사능 물질로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지 않아 핵실험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여겨진다.


수소폭탄의 목적지는 미국


물론 과학자들은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8월 비공식 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은 제출된 자료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에서 수년간 활동한 지구물리학자 올라 달먼은 지진파가 감지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높은 고도에서 실험했다면 지진파가 없을 수도 있다. 차르 봄바도 실험 당시 해발 4200m에서 공중 폭발했다. 물론 차르 봄바는 폭발력이 너무 커서 그 높이에서도 지진파를 일으켰다. 하지만 소형 폭탄이라면 지진파 없이 공중 폭발 실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부 당국자도 ≪핵실험을 했다고 결론짓기 어렵다≫면서도 ≪핵실험이 아니었다고 결론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고 하여 판단을 못 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만약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 것이었다면 미국으로서는 정말로 깜짝 놀랄 일이다. 북한이 개발한 수소폭탄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차르 봄바 같은 대형 수소폭탄의 경우 폭격기를 이용해서 투하해야 하지만 소형 수소폭탄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실을 수 있다. 북한이 지진파도 검출 되지 않을 정도의 소형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면 당연히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것이며 방향은 미국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핵폭탄을 개발한 뒤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것은 다른 수소폭탄 보유국들의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북한 역시 이런 수순을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국력 과시용과 더불어 대미 협상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다가오는 4월에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기념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공개한다면 미국은 다시 한 번 치명타를 먹게 된다.


수소폭탄은 핵폭탄과 비교가 되지 않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핵미사일만으로도 심각한 위기를 느끼는 미국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소식이다. 최근 연이은 보도들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금씩 정보를 흘리는 차원이 아닐까? 새로운 수소폭탄 보유국이 등장할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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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 동북아의 문 대표 문경환의 신작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진보매뉴얼>이 나왔습니다. 주요 서점과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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