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반값 등록금은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2. 14. 09:00

본문

대학생들은 3월 30일 전국대학생 대회 등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애초에 정부여당의 공약이었으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반값 등록금 실현 방도는 정부여당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 대학생들과 국민들이 찾아줘야 하는 게 아니다. 정부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반값 등록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반값 등록금은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전혀 해결되지 않은 <반값 등록금>


작년 한 해 거리를 뜨겁게 달군 이슈 <반값 등록금>. 반값 등록금 문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등록금 현실에서 출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2위이며, 사립대도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그런데 미국은 국공립대가 70%인 반면 한국은 사립대가 80%다. 사실상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각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전국 대학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4.2%(2월 12일 집계)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바라던 반값 등록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게다가 한양대, 광운대 등 일부 대학은 등록금을 내리는 대신 수업일수를 축소하기로 했고, 경희대, 한국외대, 서강대 등은 전임교수 수업을 연장하면서 시간강사들을 해임하기도 했다. 쥐꼬리만큼 인하하면서 별의 별 꼼수를 다 쓰는 것이다.


교과부는 장학금을 추가하면 대학생 등록금 부담률이 평균 19.1%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제도가 급히 추진되다보니 심사 기준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사실 국민들의 요구는 등록금을 낮추라는 것이지 장학금을 늘려 일부에게만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대학생들은 올해도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등록금 문제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이들은 ≪소문만 요란한 국가장학금과 생색내기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로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면 정부와 대학 당국에 분노만 더해간다≫며 ≪3월 30일로 예정된 전국대학생 대회는 2만명이 결집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대학생들이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며 ≪4월 총선 투표참여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는 19대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혀 총선과 연계할 뜻을 밝혔다.


반값 등록금은 정부여당의 의무


올해 총선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반값 등록금. 과연 반값 등록금이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짚고 넘어갈 문제는 반값 등록금이 애초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먼저 제시한 공약이었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은 이미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반값 등록금을 내걸기 시작했고 2007년 대선 때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금 대학생들과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약속한 반값 등록금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반값 등록금 실현 방도는 정부여당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 대학생들과 국민들이 찾아줘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반값 등록금이 실현 불가능하다며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실행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가능성은 서울시립대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되자 곧바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추진했다. 올해 서울시립대 등록금은 인문계열 기준으로 연 204만4천 원으로 작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 767만7천 원의 1/4 수준이다. 이로 인해 올해 서울시립대 입학 경쟁률이 급등하고 정시 합격자 수능 성적도 역대 최고가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대학 서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재정은 충분하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등록금 문제의 근본에는 국가의 교육철학이 자리 잡는다. 개인에게 있어 교육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준비과정이지만, 국가에게 있어 교육은 인재를 양성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따라서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는 대학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의무교육이 국민 전반의 교양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면 대학 교육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결코 개인이나 학교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재정을 고등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평균 고등교육비의 69.1%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한국의 20.7% 수준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이렇게 볼 때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한국은 고등 교육 예산을 대폭 늘려야만 한다. 이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필요한 재정을 대략 5조~6조 원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부자감세로 줄어든 재정은 매년 25조 원 정도다. 논란 속에 강행된 4대강 사업으로도 20조 원이 사라졌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은 유지비만 최대 연 1조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또 이명박 정부는 작년에 미국 무기 도입을 위해 14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남북관계를 호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막대한 무기를 도입한다면 한반도의 전쟁 위기만 고조될 뿐이다. 이처럼 별도로 세금을 걷지 않아도 정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재정을 마련할 수 있으며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1석2조의 길이 얼마든지 널려있다.
 


돈벌이에만 관심 있는 대학들을 징계해야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원 마련과 함께 대학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관리, 감독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 재원이 낭비되지 않기 위해서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학이 등록금을 두 배 늘리면 정부가 등록금 절반을 재정 지원한다 해도 대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은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등록금 상한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우선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낮춰야 한다. 현재 등록금 의존율은 사립대의 경우 70%, 국공립대의 경우 40%에 달한다. 또한 사립대가 1년에 학생 1명을 위해 투입하는 교육비 대비 1인당 등록금 비율은 95%로, 일본(48%) 영국(30%)의 2~3배를 웃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이 전적으로 대학생 개인에게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립대의 재단 적립금은 10조 원에 달한다. 특히 이화여대가 6280억 원, 홍익대가 4857억 원, 연세대가 3907억 원으로 1~3위를 다퉜다. 이처럼 많은 돈을 적립하고서도 재단이 대학에 전입하는 돈은 극히 드물고 아예 없는 경우도 80개교나 있다. 재단 적립금을 통해 등록금 의존율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단 전입금을 늘리도록 다양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또 대학의 등록금 부당 인상도 감시해야 한다. 2011년 7월 감사원은 사립대의 부실 재정, 과다 적립금, 부적절한 등록금 산정 등의 문제를 집중 감사하기 위한 예비 조사를 하고 그 결과로 ≪불필요한 지출 예산을 줄이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원을 늘리면 현재 등록금 881만원의 32.4% 286만원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한겨레>와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등록금 산정근거를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21개 사립대가 세입을 줄이고 세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세입 부족액을 2383억여 원이나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 산정근가를 가장 많이 부풀린 곳은 홍익대였고 연세대, 광운대, 이화여대, 숙명여대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도 동아대가 납품비리로 감사원에 적발되었는데 그 비용이 54억여 원으로 등록금을 4%정도 낮출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또 숙명여대는 동문과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대학운영자금(법정전입금)으로 위장했는데 그 액수가 지난 15년간 685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들이 교육에는 관심 없고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한 반값 등록금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대학생의 행동이 절실하다


반값 등록금 실현의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반값 등록금 실현은 정부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선거철에나 잠깐 언급할 뿐 반값 등록금 이행에 관심이 없다. 따라서 대학생과 국민들이 적극 나서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지난 해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는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그 결과 사회 이슈로 떠올라 올해 그나마 여러 대학의 등록금 인하를 불러왔다. 또 여당마저 반값 등록금에 다시 관심을 갖게 했다. 이런 성과에 이어 올해도 큰 규모의 행동을 지속해야 한다. 이런 활동은 대학생뿐 아니라 각계각층 국민들이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또 올해 있을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을 당선시켜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반값 등록금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다가 선거를 앞두고서야 은근슬쩍 끼어드는 정치인들을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심각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목표다. 현 정부여당이 먼저 공약했던 것이므로 충분한 명분이 있으며, 경제 위기와 서민 생활을 고려하면서도 현실 가능성을 따져볼 때 적절한 수준이기도 하다. 물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등록금 상한제, 재단 비리 척결 등도 따라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철학을 바로 세우고 무상교육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12.2.14.)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 <동북아의 문> 창립 1주년 기념 칼럼집 <2012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이 나왔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