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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평화①]60시간 불철주야 전쟁훈련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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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는 소극적이면서 60시간 연속 훈련 같은 강도 높은 전쟁훈련을 한다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까? 60시간 연속 훈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2월 말 예정된 키리졸브 훈련이다. 키리졸브 훈련처럼 대규모로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게 ‘도발’로 인식돼 군사적 충돌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전쟁·평화①]60시간 불철주야 전쟁훈련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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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문에서는 지난 해 한반도 전쟁위기 실태를 집중 분석하는 특별기획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에 이어 2012년 새롭게 전쟁·평화 기획을 준비했다. 첫 번째 순서로 국방부의 무모한 전쟁훈련 계획의 위험성을 분석한다.


훈련 강도와 비례하는 군대 사고


지난 18일 육군이 야전 중대급 부대를 대상으로 60시간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고 극한의 전투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장병들이 실제 전투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극한점을 60시간으로 판단하고 올해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군은 전장의 한계상황을 장병들이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철야훈련을 통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적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틀이 넘도록 잠을 자지 않고 전쟁훈련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체력 소모도 심하며 장병들의 불만도 고조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0년 12월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한 후 훈련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군대 사고가 급증하였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김태영 국방장관 후임으로 등장한 김관진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한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한다”면서 초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강군 육성이 최우선 목표”라며 강도 높은 훈련을 연중무휴로 진행하였다. 그리하여 작년에만 총기 난사 사건, 수류탄 사고, 자살 사건, 탈영 사건 등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식의 훈련 강화가 사고 확률만 높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지난 1월 4일 국방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적도발에 대비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응징태세 유지 ▲전투임무 중심의 선진 강군 육성 ▲장병복무여건 개선 등을 3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이 올해 ‘도발’을 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김관진 장관은 작년 12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승계 과정에서 내부사정으로 인해 도발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본다”고 밝혔고, 올해 1월 1일에도 신년서신을 통해 북한에 대해 “대내외적 불안정 요인이 나타날 수 있어 유동적인 안보상황에 놓였다”고 강조 하면서 면밀한 분석과 징후 추적, 북한의 ‘도발’ 유형을 상정한 강도 높은 실전적 훈련으로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


‘도발’을 명분으로 한 ‘도발’


즉, 60시간 연속 훈련을 하는 이유가 북한이 ‘도발’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정말 ‘도발’을 할까? 북한은 새해 공동사설에서 “적들이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감히 건드린다면 즉시에 무자비한 징벌을 가하고”라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과 무력증강, 전쟁연습책동을 걸음마다 짓부숴버려야 한다”면서 미국이나 이명박 정부가 선제공격할 경우 반격하거나 아예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임을 밝혔다. 북한 역시 미국이나 이명박 정부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남북은,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한미, 그리고 북한은 상대방의 ‘도발’을 이유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그것이 다시 상대방에게 ‘도발’ 징후로 비춰지는 상황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 같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도발’ 사례로 들고 있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돌아보자. 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에 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도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한편 천안함 사건의 원인만큼 중요한건 그 배경이다. 천안함이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침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잦은 분쟁 지역인 서해 최북단에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다가 침몰했다. 이 훈련은 북한이 자신들을 겨냥한 훈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던 훈련이었다. 북한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미 군당국이 북한을 자극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도발’하다가 자기들끼리 사고를 내고 북한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를 긴장시킨 연평도 사건


연평도 사건도 유사하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먼저 자신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연평도에서 북한 해역으로 포탄을 발사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포사격 훈련은 연례 훈련이었으며, NLL 남쪽에서만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민주당에 비공개 보고를 통해 “탄착 지점이 북의 작전통제선을 넘어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해 최북단에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하고, 그 가운데 일부가 북한 해역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북한은 이를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한 셈이다.


전쟁훈련은 전쟁위기를 낳는다


이처럼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도발로 보이는 사건도,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의 도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실제로 어떤 계기를 통해 충돌이 일어나든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도발’할 것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것이냐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행히 북미 사이에는 연초부터 뉴욕채널을 통한 실무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남북 사이에는 대화는커녕 대화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다.


대화와 협상은 서로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 북미 사이에도 서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현재 북한의 우라늄농축 임시 중단과 미국의 대북제재 임시 중단, 식량 제공을 안건으로 실무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로 타협 가능한 부분부터 합의를 봐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선핵폐기, 천안함 사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타협 불가능한 조건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래서는 대화가 진행될 수 없다. 진짜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면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인정하는 등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류우익 통일부장관


연초에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다소 완화된 전제조건을 내걸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대화 가능성만 열어둔 채 정부가 적극 대화를 제안하지는 않고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를 기다리겠다고만 하여 실제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주장은 무능한 관료에게서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대화에는 소극적이면서 60시간 연속 훈련 같은 강도 높은 전쟁훈련을 한다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긴장 강화에 매달리는 꼴이 된다. 60시간 연속 훈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2월 말 예정된 키리졸브 훈련이다. 키리졸브 훈련처럼 대규모로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게 ‘도발’로 인식돼 군사적 충돌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2011년 키리졸브 훈련


홍익표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2012년 김정은체제의 출범과 경제강국 건설 전망’에서 “북은 한미 합동으로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북에 대한 위협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키리졸브훈련의 연기 취소는 물론 기동훈련을 배제한 도상훈련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키리졸브 훈련에 이어 한미 해병대는 새롭게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주일미군 제3해병기동군 등 1만여 명이 참가할 이 훈련은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23년 만에 실시되는 최대 규모 해병 연합상륙훈련이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해병대는 전형적인 공격 전력이고 상륙훈련은 방어훈련이 아닌 공격훈련으로 어떤 훈련보다 상대방을 자극한다”며 “훈련 자체가 북을 자극하기 위해 기획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군사훈련 계획을 취소하고 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쟁은 누구도 바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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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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