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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평화④]일촉즉발 연평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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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월 15일 국가 차원의 잔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미 군 당국이 굳이 이 시기에 군사분계선 주변에서 북한점령을 목표로 한 작전계획에 따른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할 가능성보다 낮아 보인다.


일촉즉발 연평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지난 20일 오전 8시. 인천광역시 옹진군은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공무원들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3천여 명의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대피소에 몸을 피했다. 5천여 발의 포성이 끝난 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백령도 대피 현황


숨죽인 하루


20일. 한반도에 또 한 번의 전쟁 위기가 스쳐 지나갔다. 많은 국민들이 2010년 11월 23일 있었던 연평도 포격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훈련 종료 후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보도가 나오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서북도서 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서북도서에서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에는 해병부대에 배치된 K-9 자주포(사정거리 40여 km), 105mm(사정거리 13km)와 81mm(사정거리 4.7km) 박격포, 20mm 벌컨포(사정거리 1.8km), AH-1S 코브라 공격헬기가 동원됐다고 한다.


▲K-9 자주포


이날 훈련은 한미합동 대잠훈련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19일, 북한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가 나왔다. 북한 인민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공개통고장을 통해 ≪우리의 신성한 해상경계선을 넘어 이 수역에 대한 역적패당의 무모한 군사적도발이 시작되고 우리 영해에서 단 한 개의 수주(물기둥)가 감시되면 그 즉시 우리 군대의 무자비한 대응타격이 개시될 것≫이라며 ≪서해 5개 섬과 그 주변에서 살고 있거나 생업에 종사하는 모든 민간인들은 괴뢰군부호전광들의 도발적인 해상사격이 시작되는 20일 9시전에 안전지대로 미리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주민 대피를 통보한 것은 그만큼 맞대응 공격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국군은 북한의 반발에 대비해 전방사단의 포병 화력을 모두 대기상태로 유지했으며, 음향탐지장비(할로)와 대포병탐지레이더(아서) 등 전방지역의 대북감시자산을 모두 가동했다. 보도에 따르면 훈련 시작 전 북한군은 일부 포병전력을 전방으로 이동시켰으며 대함유도탄의 레이더 가동 징후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나지 않은 위험


다행히도 이날 아무 충돌 없이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나 안심은 이르다.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과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 미 7함대 소속 이지스구축함 등 20여척이 참가한 대잠훈련이 24일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오는 27일부터 키리졸브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고 3월부터 4월 말까지 독수리 훈련, 또 3월 말에는 한미합동 해병대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북한이 대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율곡이이함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이 대응 포격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그날 오전 8시 20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북한은 이 훈련 과정에서 포탄 일부가 북측 영해에 떨어졌다고 주장했고 한국군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합참 측은 민주당 지도부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격훈련의 포가 북의 작전통제선을 넘어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 한복판에 떨어진 포탄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두 사건 모두 북한이 사전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굳이 차이를 찾자면 당시는 포탄이 북한 영해에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안 떨어진 것 아니냐고 짐작해볼 수 있다. 혹은 확전을 우려한 북한이 대응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 다만 평소 자신의 영토를 조금이라도 넘어오면 가차 없이 공격하던 사례로 볼 때 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4월 말까지 계속해서 전쟁훈련이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 영해에 파편이라도 튀면 언제든 제2의 연평도 사태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2의 연평도 사태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


굳이 훈련을 강행하는 저의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4월을 앞둔 과도한 전쟁훈련을 꼽을 수 있다. 남북한 모두 4월에 중요한 일정이 있다. 한국은 4월 11일 총선이 있다. 여당의 패배가 확실시되는 총선에서 정부가 군사적 충돌을 해법으로 여길 개연성이 있다. 과거의 북풍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천안함 사건은 여당에게 역풍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 발표 자체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고 연평도 포격 사건처럼 북한의 공격이 확실한 국지전이 발생한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먼저 공격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훈련을 지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북한은 4월 15일을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선포일로 준비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잔치를 준비하는 셈인데 여기에 한미 군부가 북침공격훈련을 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미 군 당국이 굳이 이 시기에 군사분계선 주변에서 북한점령을 목표로 한 작전계획에 따른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할 가능성보다 낮아 보인다.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서해에 군사분계선을 확정하지 않고 해법을 마련하지 않은 게 문제다. 북방한계선(NLL)은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분계선일 뿐이며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군사분계선은 국제 해양법에 기초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북이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서해는 영원한 분쟁수역으로 남을 것이며 이 지역에서 군사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도발>로 인식될 것이다.


사실 서해 문제의 해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 3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10.4선언은 폐기됐고 서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해법도 사라졌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정전체제를 유지하는 속에서는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사실상 이미 무력화된 반세기 전 정전협정으로는 지금의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을 추구하지 않고서야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전쟁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다. 전쟁 위기를 막는 첫 단추는 전쟁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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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 <동북아의 문> 창립 1주년 기념 칼럼집 <2012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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