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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평화③]최근의 공안탄압은 제2의 예비검속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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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갑자기 공안당국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특히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선 단체와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아마도 당장 있을 각종 전쟁훈련을 순조롭게 진행하자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쟁훈련들이 북한 점령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공격형 훈련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의 공안탄압은 한국전쟁 직후 있었던 예비검속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 후방 안정화를 위해 전쟁을 반대할만한 세력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것이다.


[전쟁·평화③]최근의 공안탄압은 제2의 예비검속인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한미연합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과 한미합동 해병대 상륙훈련 쌍룡훈련으로 인해 3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최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일부가 한국에 순환배치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끈다. 정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쌍룡훈련을 위해 입국할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아예 눌러앉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때 최선두에서 활약하는 해병대를 한국에 증강한다면 한반도 전쟁 위기가 더 심각해짐은 말할 것도 없다.


무분별한 공안탄압


한편 3월 위기설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공안탄압이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 9일 오전 국가정보원은 인터넷 언론인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 대표를 체포하였다. 영장에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회합·통신 혐의가 적시되어 있었다. <자주민보>는 그간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해온 대표적인 언론이다.


하루 전인 지난 8일에는 국가정보원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사무실과 관계자 자택 5군데를 압수수색했다. 평통사가 평소에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유엔사 해체 등이 북한에 동조한 것으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통사는 국가정보원이 왕재산 사건과 자신들을 무리하게 엮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통사 탄압 규탄 기자회견


또한 전날인 지난 7일 검찰은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공안탄압대책위원회 윤기하 위원장과 같은 모임에 있는 이 아무개, 김 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윤 위원장과 이 아무개씨가 구속되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위반 혐의였다.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회원들을 다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려는 황당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1월 26일 오후 열린 이른바 왕재산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총책으로 지목된 김 아무개씨에 대하여 무기징역, 서울책과 인천책으로 지목된 이 아무개, 임 아무개씨에 대하여 징역 12년, 선전책, 연락책으로 지목된 유 아무개, 이 아무개씨에 대하여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하였다. 왕재산 사건은 언론에 요란하게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검찰은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각종 인권유린과 전향공작이 자행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1월 11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글 퍼나르기)했다는 이유로 사회당 당원인 박정근씨가 구속되었다. 그러나 박정근씨의 글을 읽어보면 북한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북한을 풍자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는 북한을 찬양하든 비판하든 그저 북한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는 무분별 탄압의 시대가 된 것이다.


후방 안정화를 위한 예비검속


최근 갑자기 공안당국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특히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선 단체와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아마도 당장 있을 각종 전쟁훈련을 순조롭게 진행하자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쟁훈련들이 북한 점령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공격형 훈련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의 공안탄압은 한국전쟁 직후 있었던 예비검속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 후방 안정화를 위해 전쟁을 반대할만한 세력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것이다.


예비검속(豫備檢束)은 어떤 상황에 대비해 사람들을 미리 구속하는 것으로 법적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이런 예비검속이 널리 진행되었다.


1949년 10월 정부는 좌익 세력을 통제·회유하기 위해 전향자를 중심으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해방 후 좌익활동을 했거나 심지어 집회에 한 번 참가라도 한 사람들은 모두 보도연맹 가입을 강요당했고 여기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신이 좌익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처벌 대상이 되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이 조직에 가입된 수는 무려 30만 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치안 국장은 <전국 요시찰 인 단속 및 전국 형무소 경비 건>, <불순분자 구속의 건> 등을 각 도 경찰국에 하달하였고 이에 따라 보도연맹원과 요시찰 인물들이 아무런 혐의도 없이 체포되었다. 예비검속을 자행한 것이다. 좌익에서 전향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보도연맹에 가입했지만 그것이 좌익의 기준이 되어버린 웃지 못 할 역사의 비극이다.


예비검속을 당한 사람들은 A, B, C, D 4등급으로 분류되었는데, A, B급은 사상이 애매모호한 수준, C, D급은 위험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등급에 관계없이 예비검속된 사람들은 모두 학살당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혐의도 없었지만 다만 전쟁에 방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것이다. 심지어 경찰이 뇌물을 받고 예비검속을 당한 사람을 풀어 준 다음 결손 인원을 채우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처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에 의한 섯알오름 양민학살터 안내판


예비검속의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960년 국무위원회에 보고된 <대구 피학살자 유족회의 조사 보고서>에 114만 명이 예비검속으로 희생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전쟁의 여러 징후 가운데 하나가 바로 후방 안정화 작업이다. 전쟁이 났을 때 후방의 동요를 막기 위해 사전에 전쟁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제거하는 게 후방 안정화 작업이다. 오늘날에야 이런 예비검속을 공개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에 방해가 될 만한 세력들을 다른 명분으로 탄압한다. 가장 좋은 도구가 국가보안법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는 전쟁을 대비해 예비검속 대상자 명단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대상자는 아마도 보도연맹과 마찬가지로 촛불집회 한 번이라도 나가본 사람은 다 포함될 것이다. 아니면 국방부가 선정한 종북 팟캐스트 <나꼼수>를 들었던 사람까지도? 이 땅에서 전쟁이 나면 전쟁으로 죽는 사람과 예비검속으로 죽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많을지 모르겠다.


3월로 갈수록 공안탄압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국민들을 잡아 가둬가면서까지 전쟁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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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 <동북아의 문> 창립 1주년 기념 칼럼집 <2012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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