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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평화②]TS 부활, 기어이 전쟁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2. 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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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예고된 쌍룡훈련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23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사실상 팀스피리트 훈련의 연속인 키리졸브 훈련까지 겹쳐진다면 3월은 <전쟁의 달>로 기록될 것이다.

[전쟁·평화②]TS 부활, 기어이 전쟁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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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는 해병

<귀신 잡는 해병>이란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해병의 강한 전투력을 비유한 것으로 뉴욕헤럴드트리뷴의 마거릿 히긴스 기자가 한국전쟁 당시 통영 상륙작전을 보도한 기사 <귀신 잡는 해병(Ghost-catching Marines)>을 쓰면서 생긴 별칭이다. 흔히 해병대 하면 고된 훈련, 상륙 작전, 제대 후에도 이어지는 공고한 선후배 관계를 떠올린다. 혹은 작년에 입대한 김태평(현빈)이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마린(Marine)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군대 경험이 없는 이들 가운데는 해병대와 해군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원래 해병대란 수륙양면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해군의 정예육전대를 말하며 해병대의 병사를 해병이라 부른다. 대체로 해병대는 행정상 해군에 소속되어 있으나 독립된 부대로 운용한다.

▲영국 해병대 코만도 부대

해병대의 기원은 기원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활동한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그리스의 함대에 중무장을 하고 승선한 해병들인 에피바타이(epibatai)에 대해 언급했다. 또 기원전 3~2세기의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군함전투병으로 편제되어 특별 무장을 한 로마 군인의 한 집단인 밀리테스 클라시아리이(milites classiarii : <함대의 병사들>이라는 뜻)에 관해서 기술했다. 근대적인 해병대는 17세기 들어 출현했다.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해전이 중요해지자 영국이 1664년 처음으로 해병대를 창설했고 이듬해 네덜란드도 해병대를 창설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해병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병대는 아마도 미국 해병대일 것이다. 독립전쟁(엄밀히 말하면 식민지 종주국인 영국에 반기를 든 반란전쟁이지만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술되는 법이다)이 막 시작된 1775년에 창설한 미국 해병대는 미국의 대륙회의가 상륙용 병력으로 함대에 승선 복무할 해병 2개 대대를 모집하도록 지시한 것이 해병대의 뿌리가 되었다. 미국 해병대는 창설 이후 외국 해안에 300번 이상 상륙했다. 1871년 미국이 강화도를 침공한 신미양요 때도 651명의 해병대가 투입되었다.

▲신미양요 당시 초지진을 공격하는 미 해병

미국 해병대는 6개 사단 약 20만 명(즉시 출동 가능한 동원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20만 명을 훌쩍 넘는다)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해병대는 지상전, 해전, 공중전 병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보통 이들 병력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파병한다. 외국주재 미국외교사절단 보호도 해병대가 맡는다.

미국 해병대의 전투수행단위는 ▲1개 해병보병 대대, 1개 혼성비행대(헬기+수직이착륙기+전폭기)와 기타 전투요원들로 구성되는 2천여 명 규모의 원정대(MEU : Marine Expeditionary Unit), ▲1개 해병보병연대와 기갑, 항공 등 각종 부대로 구성되어 독자적 상륙작전이 가능한 1만여 명 규모의 해병원정여단(MEB : Marine Expeditionary Brigade), ▲1개 해병상륙사단, 1개 군수지원단, 1개 해병비행사단으로 구성된 4만여 명 규모의 해병원정군(MEF : Marine Expeditionary Force)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에는 I MEF, II MEF, III MEF 등 3개 3개의 해병원정군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제3해병원정군(III MEF)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으며 해병 제3상륙사단과 제1비행사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축소된 편성으로 1만7천여 명 규모다. 제3해병원정군은 현재 고속상륙정(LCVP)과 대형 수송기(C-5), 침투용 수송헬기(CH-53), 중형 수송헬기(CH-46), 공기부양정(LSF), 상륙함(LST)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의해 가장 먼저 전개되는 부대다.

상륙훈련의 이정표가 된 쌍룡훈련

한국 해병대의 역사는 한국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49년 진해에서 창설된 해병대는 주로 해군 장교와 병사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창설 직후 해병 2기를 특별모집하여 2개 대대 규모가 되었다. 1973년 박정희 정부가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고 해군에 귀속시키기도 하였으나 1987년 전두환 정부가 해병대 사령부를 재창설했다. 한국 해병대는 2개 사단과 1개 여단, 연평부대 등으로 구성되며 3만여 명 규모에 기갑전력으로 상륙돌격장갑차(KAAVP7A1), 3세대 K1 전차 및 K9 자주포 등을 갖추고 있다.

해병대의 대표적 작전은 상륙작전이다. 침공의 목적을 단순히 상대 지역을 점령하는 것으로 볼 때, 육군이 전진하면서 상대 지역을 하나씩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 방법이다. 이와 달리 상륙작전은 우회 공격을 통해 상대 지역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작전이다. 이런 상륙작전을 전문으로 담당한 해병대는 대표적인 공격 전력으로 볼 수 있다.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협상도 반대했던 이승만 정부는 정전협정이 채결된 직후부터 상륙훈련에 매진했다. 한국 해병대는 미 해군 함정 5척의 지원을 받아 1954년 거제도에서 첫 대대급상륙단(BLT)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1957년에는 연대급상륙단(RLT) 훈련을, 1958년에는 여단규모의 상륙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경험이 없던 한국 해병대는 미군 훈련 교범을 번역하여 적용하였고 미 해병고문단과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제3해병원정군(III MEF)의 지원을 받거나 아예 미 해병대와 합동으로 진행하였으며 훈련도 미군 주도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1959년 한미 해병 합동여단 상륙훈련에는 해군 함정 63척이 동원되었는데 이 가운데 36척이 미군이었으며 미8군 1개 연대가 가상의 적부대로 동원되었다.

▲1975년 진행된 쌍룡훈련

해병대 상륙훈련의 이정표가 된 훈련은 1959년 10월 해병 제1상륙사단이 참가한 최초의 사단급 한미연합 상륙훈련, 작전명 <쌍룡>이다. 쌍룡작전은 70년대에도 지속되었음이 확인된다. 이 훈련이 53년이 지난 2012년 3월 부활한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용산 미 해병대사령부(MFK)에서 열린 한미 해병대 지휘관회의에서 오는 3월 여단급 연합상륙훈련과 미 해병대 한반도 투입 연습 프로그램을 통합한 <쌍룡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쌍룡훈련은 경북 포항 일대에서 상륙, 침투, 실사격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쌍룡훈련에는 지휘함인 독도함을 비롯, 해군 함정 10여척, 전술항공기, CH-47, AH-1S 등 해·공군 항공기 20여대, K-55 자주포,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VV) 20여대, 병력 2천여 명 등이 대거 참가한다. 특히 독도함을 중심으로 다수의 전투함, 상륙함, 소해함, 구조함, 잠수함, 헬기 등을 묶어 상륙기동부대 참모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오키나와 주둔 미 제3해병원정군(Ⅲ MEF) 소속 병력도 참가한다.

▲북한 후방 상륙을 지휘할 독도함

해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목표지역에 대한 상륙작전 능력을 과시≫하겠다고 밝혀 북한에 대한 공격 훈련 성격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훈련은 1989년 팀스피리트(TS : Team Spirit)훈련 이후 23년 만에 실시되는 최대 규모의 해병 연합상륙훈련으로 평가되고 있다.

23년 만에 부활한 팀스피리트 훈련

그렇다면 팀스피리트 훈련은 무엇일까?

1968년 당선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이 자기들 나라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닉슨독트린을 발표하였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미군이 한국을 지켜준다는 확고한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며 한미연합훈련을 간청했다. 이렇게 해서 한미 양국은 1969년 <포커스레티너(Focus Retina)>라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이 71년 <프리덤볼트(Freedom Bolt)>로, 76년 <팀스피리트>로 변경되었다.

팀스피리트 훈련은 미국 본토, 하와이의 진주만 해군기지, 히컴 공군기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와 후텐마 해병대 기지에서 온 미군과 주한미군, 한국군이 참가하는 당시 세계 최대규모 훈련이었다. 북한의 반발로 1993년을 끝으로 폐기된 이 훈련은 이후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독수리훈련(FE), 다시 키리졸브(Key Resolve)+독수리훈련으로 이름만 바꾼채 지속되었다. RSOI나 키리졸브는 지휘소훈련이며 독수리훈련은 야외기동훈련이다. 미국은 북한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지휘소훈련과 야외기동훈련을 따로 실시하다가 2002년부터 슬그머니 둘을 합쳐서 사실상 팀스피리트 훈련을 부활시켰다.

▲1988년 팀스피리트 당시 미군을 대상으로 만든 전단

팀스피리트 훈련의 핵심은 한반도 이외 지역에 있는 미군의 한반도 상륙작전이다.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병력, 특히 웬만한 나라와 독자적인 전쟁도 치를 수 있다는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들이 모여드는 장면은 북한에 위기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국, 옛 소련도 이 훈련을 주시하며 긴장하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 훈련이 북침전쟁훈련이라고 반발했다. 훈련 규모도 어마어마했는데 첫 훈련에 4만6천여 명이 참가했고 1984년부터는 매년 20만여 명이 참가했다.

북한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전시상황에 준하는 전국 비상령을 내리고 군단급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민간인들도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전쟁에 대비하는 바람에 경제 손실도 엄청났다고 한다.

미국은 실제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북한의 경제를 마비시켜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옛 소련이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다가 막대한 경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붕괴한 역사도 있다. 혹자는 옛 소련 몰락의 군사적 요인으로 팀스피리트 훈련, 서독에서 진행한 나토 기동훈련,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을 꼽기도 하였다.

이런 팀스피리트 훈련을 공개적으로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불거졌다. 당시 한미 양국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구상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팀스피리트 훈련 같은 대규모 한미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팀스피리트 같은 훈련을 지속하면 북한도 준 전시상태로 군대를 가동해야 하므로 연료와 식량을 소비시켜 북한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열상태와 돌비현상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진행될 쌍룡훈련의 성격은 좀 더 분명해진다. 4월 15일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었다는 선포를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쌍룡훈련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와중에 실시된다. 또 상반기에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양국 해병대 중대급 야외기동훈련도 예정되어 있다. 3월은 가히 <전쟁의 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준 전시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강성대국> 선포는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한미 당국의 구상인 듯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가만히 있을까?

키리졸브 훈련 같은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은 강력히 반발해왔으며 실제로 대응성격의 군사훈련을 진행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파방해 등을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직접 영향을 준 경우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키리졸브 훈련과 쌍룡훈련이 겹쳐서 진행된다면 분명 북한도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

지난 2일에도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명의의 공개질문장을 발표하면서 각종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례외없이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공갈하고 압살하기 위한 침략전쟁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를 과녁으로 삼고 벌리는 대규모적인 합동군사연습을 전면중지할 정책적결단을 내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런 여론전과 함께 북한은 미사일 발사 훈련이나 대규모 기동훈련 같은 군사적 대응도 고려할 것이다.

보통 물은 섭씨 100도가 되면 끓는다. 그러나 불순물이 없고 진동이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 끓이면 100도 이상의 온도에도 물이 끓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과열(Superheating)상태라고 한다. 과열상태의 물에 조그만 충격을 주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끓어버린다. 이를 돌비(突沸)현상이라 한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100도를 향해 뜨거워지고 있는 물과 같다. 3월이면 과열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다 아주 사소한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돌비현상처럼 순식간에 폭발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전면전쟁을 의미한다. 40년이 넘게 진행된 전쟁훈련에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기대감에 참혹한 전쟁의 위험을 부르는 행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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