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등록금 특집①]재단 적립금의 비밀은 교육시장 개방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6. 24. 08:49

본문

 

지금 등록금 문제의 주요 해법으로 재단 적립금이 거론되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앞둔 대학 재단들이 적립금을 쉽게 풀 가능성은 없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재벌들이 사내유보금을 고용이나 사원 복지로 돌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등록금 특집①]재단 적립금의 비밀은 교육시장 개방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학기에 수백만 원씩 하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여 학자금 대출로 수천만 원의 빚을 진 대학생들이 넘쳐나고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까지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생 단체들은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를 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반값 등록금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한편 대학생 단체와 여러 시민사회단체, 야당들은 4대강 예산 등 정부의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부자 감세를 철회하며 사립대학의 예산 거품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들


등록금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서민경제 위기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등록금 문제는 비단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대학을 가게 될 청소년을 둔 가정, 대학 졸업 후 빚쟁이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문제다. 또한 국가의 백년지대계에 해당하는 고등교육 전반의 문제로 국가가 깊은 관심을 갖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신자유주의 도입과 궤를 같이하는 등록금 폭등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등록금이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9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2002년 국공립대 등록금 전면 자율화 이후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도별 등록금 인상률은 다음과 같다.



그래프를 보면 경제위기가 닥친 98, 99년과 09, 10년을 제외하면 모두 5~16%의 높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대부분 물가인상률의 2~4배 수준이다. 특히 김영삼 정부 시절은 국공립대, 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10% 이상의 폭등세를 유지한 게 특징이다. 김영삼 정부 시기는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신자유주의가 본격 도입된 시기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과 신자유주의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등록금 문제의 원인을 교육시장화 정책에서 찾는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 올해 발간한 ‘2011 등록금 인하 실현 교양자료집’도 문제의 원인으로 “교육시장화(신자유주의 교육정책) 그리고, 대학의 기업화”를 꼽았다. 대학의 기업화 역시 교육시장화 정책의 산물이므로 결국 원인은 여기에 집중된다고 할 수 있겠다.


교육시장화 정책, 즉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교육분야에 대한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민간에게 맡긴다는 정책으로 사실상 공교육 포기 정책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 재정 자율화를 비롯하여 사립학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여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결과 현재 GDP 대비 고등교육기관 교육비 정부부담률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 반면 민간부담율은 7~8배나 되는 심각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6월 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정부가 대학교육에 투자하는 재원 비율이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고등교육 단계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 비율을 보면 한국은 20.7%에 불과해 자료를 제출한 26개국 가운데 칠레(14.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벨기에와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5개국은 정부가 부담하는 대학의 공교육비 비율이 90% 이상이었고, OECD 평균은 69.1%였다.


▲교육시장화 정책으로 대학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또한 대학 재단들도 교육을 돈벌이로 여기고 이에 매달리고 있다. 국가가 대학을 책임지고 통제하지 않으니 당연히 대학은 이익추구에 나서는 것이다. 실례로 정부가 4년 전 대학 재단 적립금의 펀드 투자를 허용한 후 여러 대학들이 적립금으로 펀드,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를 하였다. 그 금액도 어마어마한데 2009년 국감에 따르면 19개 대학 및 전문대학 손실액만 573억 원에 달하며, 카이스트는 617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사립대의 경우 70%, 국공립대의 경우 40%에 달하니 결국 대학생 등록금으로 펀드 투자를 한 셈이다.


교육시장화의 핵심은 교육시장 개방


교육시장화 정책에서 특히 주목해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교육시장 개방이다. 교육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해 서비스산업으로 분류할 수 없으며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이런 이유로 교육시장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교육도 ‘산업’으로 인정하고 시장개방 대상에 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1차 양허안에는 대학교육 등 고등교육을 부분 개방하고 성인교육의 경우 개방하되 제한을 두기로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005년 제출한 2차 수정 양허안에는 사립학교 분교 설립에 대해 교육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설립된 학교법인의 경우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학교법인은 정규교육기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여 해외 사립학교 분교 설립의 길을 열었다.


또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여 성인교육과 비학위 과정의 성인원격교육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원격교육이란 인터넷을 통한 강의를 말한다. 또 고등교육 분야도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간 학점 교류에 대한 규제가 폐지되어 교환학생 등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미국 대학에서 학점을 취득하면 각 대학 판단 아래 무제한 졸업학점 인정이 된다. 즉, 이론상 각 대학이 학칙에 정하기만 하면 미국 대학의 학점만으로도 국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이미 해외 대학과의 학점교류는 일반화되어 있다. 2008년 기준 3개 대학 학점교류 현황


미국 대학 역시 국내에 분교를 설립하는 방식보다 원격교육이나 학점 교류 방식을 선호한다. 가만히 있어도 유학생이 몰려드는 데 굳이 투자 위험이 있는 분교 설립을 추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 대학이 비학위 과정의 성인원격교육을 추진하면 이 형태는 영리법인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내외국인 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국내 대학들도 영리법인 전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이는 대학 체제의 대대적인 재편을 가져온다.


친미정서가 강한 한국사회의 특성상 미국 대학의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면 무조건 여기에 몰릴 것이 뻔하다. 쉽게 말해 지금은 국내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취업 당락의 주요 기준이라면 앞으로는 미국 어느 대학의 학점을 받았느냐로 기준이 대체될 것이다. 따라서 각 대학은 교육시장 개방에 바싹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KIET)은 2005년 8월 교육에 과한 연구 진행했는데 교육시장 개방으로 내국인들의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가 국내 대학에서 국내 진출 미국 대학으로 이동할 경우, 국내 대학의 학생 미충원 사태를 악화시켜 국내 대학의 대거 도산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2005년도 기준 203개 4년제 대학 중에서 충원율이 50~70%인 24개 대학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은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국 대학이 분교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나가지는 않으므로 이 예측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대학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알 수 있다.


출산률 저하도 대학 구조조정을 불러온다. 벌써부터 4년제 대학 가운데 재학생 정원을 80%도 못 채우는 대학이 35곳에 이르는 등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6년이 되면 고교생 졸업생 수와 입학 정원이 역전되고, 2024년이 되면 졸업생 수가 지금의 68만 명 수준에서 41만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등록금 문제의 원흉, 재단 적립금의 비밀


이처럼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고 있어 각 대학은 살아남기 위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 등록금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받는 재단 적립금의 말 못할 속사정이 여기에 있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사립대학 재단 적립금은 10조 원에 달하며 이화여대가 6280억 원, 홍익대가 4857억 원, 연세대가 3907억 원으로 1~3위를 다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을 적립하고서도 재단이 대학에 전입하는 돈은 극히 드물고 아예 없는 경우도 80개교나 있다. 대체 재단들은 왜 이렇게 많은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일까? 재단을 기업이라 생각하면 답은 쉽다. 기업의 사내유보금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10대 재벌그룹의 78개 계열사들은 2008년까지 145조 5천억 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았는데 2007년 135조 원이였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에 10조 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47조 6천억 원으로 1년 사이에 역시 10조 원이 증가했다. 또 작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 보유한 현금성자산 규모는 100조원을 상회한다. 특히 규모가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의 현금성자산 비중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경제가 안 좋으니까 부도 안 당하려면 현금을 두둑이 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재투자에 들어가야 할 돈이 묵혀있으니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이다.


재단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대학에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적립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2007년 2월 12일 쿠키뉴스 보도 ‘한국 대학은 왜 현금을 쌓아놓고 있을까?’는 “사립대의 적립금 쌓기는 불투명한 미래 교육환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교육환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바로 저출산으로 인한 입학생 감소와 교육시장 개방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작년 9월 7일 부실대학을 발표하며 30개 대학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발표했다. 해당 대학들은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반발하였는데 평가 기준을 보면 대출금 상환률을 비롯한 재정건전성(20%)과 저소득층 학생 지원실적(15%), 취업률(20%), 재학생 충원율(35%), 전임교원확보율(5%), 학사관리(5%) 등이다. 재정건전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재단 적립금이 부족하면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금 등록금 문제의 주요 해법으로 재단 적립금이 거론되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앞둔 대학 재단들이 적립금을 쉽게 풀 가능성은 없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재벌들이 사내유보금을 고용이나 사원 복지로 돌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뿌리를 캐가다 보면 한국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교육시장화 정책이 있고 나아가 교육시장 개방과 미국의 교육시장 잠식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친미 의존성을 뿌리 뽑지 않고서는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요원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11.6.24)


* 다음주에 [등록금 특집② 문제는 재원, 일석삼조를 노려라]로 이어집니다.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