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국 진보정당사가 남긴 교훈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7. 15. 22:15

본문

 


지난 반세기 진보정당이 겪은 우여곡절은 보수정권의 탄압이 주원인이지만 내부의 분열이나 잘못된 노선과 정책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진보정당사를 돌아보면 여러 교훈을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민주노동당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진보정당사가 남긴 교훈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장구한 진보정당의 역사


한국 진보정당은 일제 강점 시기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독립과 사회주의를 지향한 인물들은 한인사회당, 고려공산당, 조선공산당 등을 만들어 독립운동에 나섰다. 해방 후 진보적 인사들은 조선공산당, 인민당, 남조선신민당 등 자신들의 정견에 따라 다양한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는 물론 미군정 시기에도 진보정당은 합법적인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였다. 끊임없는 탄압과 테러에 시달리며 명맥을 이어온 진보정당들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궤멸상태에 이르고 만다.


한국전쟁 후 진보정당은 조봉암의 진보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진보당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 정부는 조봉암에 사형을 선고하고 진보당을 해체시켰다. 이후 진보정당은 햇빛을 보지 못하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자 사회대중당, 사회당, 혁신당 등 혁신정당들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이들 혁신정당들은 1961년 통일사회당으로 통합하였으나 5.16쿠데타가 일어나고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법화되었다. 사회당의 최근우, 민족일보 조용수 등 여러 진보인사들이 사형당하는 등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 진보정당은 오랜 기간 침체기를 맞게 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된 조봉암 진보당 당수


한국의 진보정당은 87년 6월항쟁을 통해 다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다. 1988년 조순형, 제정구 등이 한겨레민주당을 창당, 정태윤 등이 민중의 당을 창당하였지만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사라졌고, 1990년에는 장기표, 김문수, 이재오, 오세철 등이 민중당을 창당하였다. 민중당은 1991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을 당선시키고 출마자 평균 14%를 득표할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1992년 통합민중당으로 확대된 민중당은 총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 해산되고 만다.


1997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진보정치연합, 정치연대 등은 국민승리21을 결성하고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키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섰다. 비록 대선에서 예상만큼 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진보진영은 국민승리21을 계속 발전시켜 2000년 1월 30일, 1만여 당원과 민주노동당을 창당하였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면서 제3정당으로 급부상하였으나 2007년 대선 패배 후 분열하여 진보신당이 등장하였으며 현재 재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대선 유세 중인 권영길 후보


이처럼 지난 반세기 진보정당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명멸을 거듭하였다. 그 주된 원인은 제국주의와 보수정권이 진보세력을 반대하여 탄압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정당 내부의 분열이나 잘못된 노선과 정책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난 진보정당사를 돌아보면 여러 교훈을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민주노동당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 속에 들어가자


진보정당사가 남긴 첫 번째 교훈은 당이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 진보운동은 대중들의 요구를 대중들의 힘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대중들과 호흡하지 않고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진보정당 역시 대중들의 신뢰를 얻고 대중들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면 한 순간도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정권의 가혹한 탄압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는 문제는 진보정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대중 속에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으면서 믿음과 지지를 얻었을 때 쉽게 탄압받지도 않고, 탄압을 받아도 이겨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대중들과 유리된 채 상층 명망가 중심으로 만든 정당들은 하나같이 정권의 탄압 앞에서 속수무책 파괴되었다.


진보정당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집권하기 위해서도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진보정당은 다른 정당에 비해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다른 보수 정당들은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정치후원금을 받아 군중들을 매수하며, 언론을 장악해 선전홍보도 손쉽게 하며, 공권력을 활용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기도 한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이런 것들이 없다. 진보정당이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대중들을 위한 진보적인 정책과 사람뿐이다. 재정을 마련하려해도 대중들 속에서 마련해야 하며, 선전홍보를 하려 해도 대중들 속에 들어가서 해야 한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대중 속에 깊이 들어가야 승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대중들에 의거하지 않은 정당들은 대체로 낮은 득표로 인하여 금방 해산하고 말았다.


▲진보정당은 대중들과 한 호흡을 해야 한다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린다는 것은 진보정당을 대중적 당으로 건설하고, 대중의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당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당을 소수 선각자들만의 당으로 만들면 대중들의 이익을 대표하며 대중들과 호흡하는 당이 될 수 없다.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진보적 지식인, 빈민 등 다양한 대중들 속에서 진보적 성향의 대중들을 진보정당에 받아들여야 당이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


진보정당이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는데서 대중단체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이 다른 진보정당과 달리 온갖 탄압 속에서도 10년이 넘게 유지되며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도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청년학생 대중단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대중단체들은 당과 대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대중단체들은 자기 대중을 교양하여 진보정당의 지지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대중단체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강화하여야 한다.


진보정당은 또한 대중단체들을 하나로 묶는 연대연합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보수세력에 맞서 진보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흩어진 대중단체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여기서 진보정당은 합법적이고 대중적인 정당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연대연합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진보정당 자신을 탄압으로부터 보호하는 데서도 유효한 방도다.


진보정당이 대중들 속에 뿌리내리려면 당활동의 초점을 대중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맞춰야 한다. 당이 대중들의 이익 실현에 앞장서야 대중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대중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당의 정책 하나를 결정할 때도 대중들이 요구하는지, 대중들이 좋아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대중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사 당이 피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앞장서서 투쟁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일시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진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경우가 많다. 대중들을 위한 활동 없이 선거만 바라보고 만든 정당에 대중들은 믿음과 지지를 주지 않는다.


단결만이 살 길이다


진보정당사가 남긴 두 번째 교훈은 당이 단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단결하지 않고 난립해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은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는 같은 사상적 지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파벌싸움에 집착하는 바람에 진보정당들이 일제의 탄압에 붕괴하고 말았다. 가깝게는 10%를 훨씬 넘는 지지를 얻었던 민주노동당이 단결을 유지하지 못하고 진보신당으로 분열하면서 대중들의 지지율이 심각하게 하락한 사례도 있다.


원래 당은 하나의 사상과 정치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런 완성된 형태를 갖고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당 내에 여러 사상과 정견이 혼재된다면 당의 분열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당 내에 사상과 정견의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사상과 정견 일치가 이뤄질 수는 없으므로 진보정당은 분열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먼저 종파주의, 분파주의, 파벌주의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당 내에 자기 ‘계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에 앞서 실현하려는 이런 요소들은 사소한 현상이라도 비타협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2008년 초 민주노동당의 분열사태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탈당세력들은 민주노동당 내에서 자신들의 주도권이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을 버리고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당의 이익보다 자파 이익을 앞세운 대표적인 행동이었다. 이런 행위들이 용납된다면 앞으로도 진보정당 내에서 자파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당에게 피해를 주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되자 자리를 뜨는 심상정 전 비대위 대표


또한 당 내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 대중정당으로서 당 내에 여러 정견을 가진 세력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먼저 대중들과 당원들의 뜻이 올바로 당의 노선과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당원들의 뜻을 일상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당 내 비판과 토론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특히 상향식 비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평당원들이 마음 놓고 당간부, 당지도부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어야 분파주의도 발을 붙일 수 없다. 당간부, 당지도부 역시 평당원들의 비판을 무시하거나 무마하지 않고 적극 수용하여야 한다. 또 당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며 관철하는 규율을 세우는 것도 민주주의 구현의 중요한 요소다. 당지도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은 오합지졸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이처럼 당 내 민주주의를 철저히 구현해야 당 내 패권주의가 사라지며 당원들이 당을 자신의 당으로 느껴 당활동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당을 조직적으로 강화하자


진보정당사가 남긴 세 번째 교훈은 당을 조직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 자체를 강화하지 않으면 외부의 탄압에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정세 변화에도 쉽게 동요하고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역대 진보정당들을 보면 선명한 구호를 내걸고 선거를 치르거나 투쟁을 하는 데, 당통합을 하는 데는 힘을 쏟았어도 당 자체를 강화하는 문제에는 의외로 큰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러도 당이 강화되지 않고 결국 외부의 탄압이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붕괴하고 말았다.


당을 조직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간부를 튼튼히 꾸려야 한다. 당활동이 잘 되냐 못 되냐는 당간부들이 결정한다. 당간부를 튼튼히 꾸리려면 간부들을 잘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당에 대한 애정이 있고 진보운동에 열의가 있으며 능력 있고 대중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이들을 간부로 선발하여 그들의 능력과 자질에 맡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당간부 배치를 당내 세력들 사이에 자리 나눠 먹기식으로 해서는 안 되며 철저히 당사자의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은 당간부 교양에 힘을 써 당간부들의 실력을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민주노동당 사이버연수원 누리집


당을 조직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또한 당원들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 당원들의 수준이 높아야 당의 수준도 올라간다. 진보정당은 당원들에 대한 교양을 강화하고 당원들을 분회와 소모임으로 적극 끌어들이고 각종 당 활동에 끊임없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진보정당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 진보정당은 새로운 재편기를 맞고 있다. 이런 시기에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이를 토대로 진보정당을 건설, 강화하는 원칙과 방도를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진보정당의 도약을 위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서야 하겠다. (2011.7.15)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대학생 시사 좌담회 <됐다!됐어!>를 개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클릭!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