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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MB. 무엇이 진심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6. 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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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돈봉투를 흔들며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비현실적인 ‘원칙’도 지키면서 남북대화도 해보겠다는 양립 불가능한 시도를 하다가 결국 호되게 당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두 얼굴의 MB. 무엇이 진심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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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비밀접촉 전모를 폭로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사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구걸’하며 ‘돈봉투’까지 건넸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였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비밀접촉을 공개하는 이유 : 이명박 정부가 먼저 비밀접촉을 공개(5월 19일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하면서 진실을 왜곡했기 때문에.

▲비밀접촉 제안 시점과 전제조건 : 올해 4월 들어서면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 거론 않겠다는 조건으로.

▲비밀접촉 제안 이유 (추정) :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파국으로 인해 집권말기 위기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참가자 : 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국가정보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 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천안함, 연평도 관련 남측 요구 :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발표하자,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

▲정상회담 관련 남측 요구 : 5월 하순 장관급회담, 6월 하순 판문점 1차 정상회담, 8월 평양 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서울 3차 정상회담 개최.

▲기타 : 정상회담을 빨리 추진하자며 돈봉투 전달.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만 커지고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북한의 보도가 나오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부 당국자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3시간이나 지나서야 통일부 대변인 논평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논평 내용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진의를 왜곡’했다는 말은 ‘사실관계 자체는 맞지만 의도가 북한 주장과는 다르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주장에 대해 뭐가 왜곡이라는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국민들을 더 답답하게 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많은 국민들이 북한 주장을 신뢰하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이후 ‘구걸, 돈봉투’ 등은 없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나왔지만 역부족이었다.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우리측 사정으로 접촉 장소가 변경돼 교통비, 호텔비를 북측에 준 것”이라며 ‘돈봉투’ 전달이 사실임을 폭로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이도경 기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우물우물하는 사이에 북한 주장은 국민들에게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일 현인택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비공개 접촉은 사실”이라면서도 “천안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이번 접촉의 핵심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도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사과는 공개적으로 요구하면 되지 뭐가 아쉬워서 비공개 접촉을 했느냐는 것이다. 결국 비밀접촉 자체가 이미 정부의 신뢰도를 바닥 치게 한 셈이다.



5월 12일자 통일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가 남북관계 파탄 상태가 임기 말까지 가도 상관없다고 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를 냉각된 채로 내버려둘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도 항상 천안함, 연평도 사과 없이는 대화 없다는 강경한 원칙을 매번 확인했다. 그런데 비밀접촉을 통해 사과와 정상회담을 ‘요청’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왜곡됐다는 ‘진의’가 궁금할 뿐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대북입장은 대체 뭘까? 통일부 대변인이 말한 ‘진의’가 뭘까? 대북강경노선이 진짜일까, 정상회담 추진이 진짜일까?


일단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2000년 6.15공동선언이 나온 후 한나라당은 끊임없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곧바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과거 정부의 합의라며 노골적인 파괴 의사를 밝혔다. 정부 여당이 이런 반북 입장을 갖게 된 것은 ‘반공반북’을 통해 ‘독재’를 합리화해온 한국 현대사의 유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강경한 반북입장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후퇴하여 김대중 정부 이전 수준으로 순식간에 돌아가 버렸다. 나아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한국전쟁 전야를 방불케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개의치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원칙적인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운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통일부는 2009년 국정감사에서 “남북관계 원칙을 세우기 위한 일관된 정책 그리고 인내와 노력이 차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비밀접촉을 이번에 처음 한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사실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세 차례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정황과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결실을 맺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적 대북입장’ 때문이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고, ‘먼저 개혁 개방’을 하고, ‘먼저 사과’하고 등등의 조건을 이행하면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쉽게 말해 돈봉투를 흔들며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비현실적인 ‘원칙’ 때문에 남북대화는 지난 3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번 비밀접촉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그런데 이번 비밀접촉에 대한 북한의 주장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에 상당히 목이 마른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사과’라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데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하면서도 반드시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정부의 난처하면서 다급한 상황을 보여준다.


왜일까? 이 상태로는 이명박 정부가 계속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가 폭등, 전월세 대란, 등록금 문제, 실업 문제, 각종 공약 파기, 4대강 재난, 금감원으로 확대된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온갖 문제가 폭발하고 있다. 여기에 개각만 했다 하면 논란을 일으키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 대선 필패는 말할 것도 없고 내년 선거까지 갈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1안, 2안이 아닌 제3의 방안을 찾아야


원래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게 ‘북풍’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풍’이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역풍’으로 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이어진다면 이명박 정부에게도 타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원칙’을 던지고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면 이 역시 보수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정부 여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인데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묘수를 찾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북풍’을 뛰어넘는 북한발 ‘태풍’을 만들어 반대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 ‘태풍’은 최소 국지전, 상황에 따라서는 전면전을 의미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에 ‘올인’하기보다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비밀접촉 사태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던 ‘원칙’도 지키면서, 남북관계도 개선해 보겠다는 궁리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정부는 깨닫지 못했다. 아마 이제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그렇다면 1안이 실패했으니 북한발 ‘태풍’을 노리는 2안으로 넘어갈까? 군사적 문제는 한국 정부 단독으로 판단할 수 없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미국 국가정보국 제임스 클래퍼 국장 극비 방한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궁금한 이유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게 3안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3안은 자신들의 말도 안 되는 ‘원칙’을 버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길이다. 보수층의 강한 반발이 있겠지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정도는 희생할 수 있지 않을까?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시기다.


“회개하라, 심판의 날이 가까이 왔다!”


(20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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