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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과 북중 전략토론①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6. 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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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귀국한 5월 27일 곧바로 관련 보도를 쏟아놓았으며 이후 중국 방문 기록 영상이 공개되었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방중 성과를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중국 방문의 구체적 내용들이 하나 둘씩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 8, 9일 황금평과 라선시에서 북중 경제특구 공동개발 착공식을 연달아 진행하여 북중 정상회담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가시화하고 있다. 또한 정상회담 로비사건과 연이은 남북관계의 충격도 북중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동북아의 문>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집중 기획글을 연재한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 질서에도 강한 영향을 줄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무엇을 봐야 하는가

② 세계의 미래를 논의한 북중 전략토론

③ 경제강국 방향을 보여주는 동북, 화북지역 방문


 

* * * * *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무엇을 봐야 하는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여러 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방문 첫날부터 김정은 인민군 대장의 방중이라는 오보가 나오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는 그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대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일성 주석의 흔적을 따라간 중국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체류 일정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일주일을 넘겼다. 이 기간의 노정을 살펴보면 먼저 투먼(도문)역에 도착한 후 헤이룽장(흑룡강)성 무단장(목단강), 지린(길림)성 창춘(장춘), 장쑤(강소)성 양저우(양주), 난징(남경)을 방문하였고 마지막으로 베이징에서 정상회담과 산업시찰을 하고 귀국하였다.


이 여정은 김일성 주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는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이 되는 2012년을 맞아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북한의 목표와도 연결된다. 일본의 조선신보는 5월 28일자 보도 ‘김정일장군님의 중국비공식방문, 2012년 내다본 조중의 전략조율’을 통해 “주석님 탄생 100돌을 1년 앞두고 강성대국의 대문을 향한 결승주로를 달려야 할 시각, 중화대지를 밟으신 최고영도자의 심상풍경은 각별한 것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단장은 동녕현성 전투, 남호두회의, 경박호반 전투, 로흑산의 전설 등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 유적이 있는 곳이다.


▲경박호 절경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제공하는 디지털 북한 백과사전은 동녕현성 전투를 1933년 9월 김일성 주석의 총지휘 아래 항일유격대와 중국인 반일부대가 연합하여 동년현성을 점령, 일본군 2백여 명, 위만군 3백여 명을 살상한 전투로 소개하고 있다. 또 남호두 회의는 1936년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김일성 주석의 주재로 영안현 남호두에서 열린 조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를 말하며 여기서 김일성 주석이 ‘반일민족해방투쟁의 강화발전을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임무’라는 보고를 통해 반일운동의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박호반 전투는 1934년 11월 조선인민혁명군 제1차 북만원정부대가 200여 명의 일본군을 몰아넣고 기관총으로 몰살한 전투라고 한다. 로흑산의 전설이란 1932년 말~1933년 초 즈음 항일부대 18명만 데리고 일본군의 포위 속에서 한 노인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빠져나온 사건을 말한다. 북한은 이 사건을 소재로 ‘조선의 별 9부 로흑산의 전설’이란 영화도 만들었다.


무단장과 달리 창춘, 양저우, 난징은 김일성 주석의 해방 후 중국 방문 활동과 인연이 깊은 곳들이다. 창춘은 1964년 6월 김일성 주석이 중국의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와 상봉을 한 지역이다. 또 양저우는 19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쩌민(강택민) 주석의 안내를 받아 돌아본 도시다. 난징 역시 김일성 주석이 1975년 4월 덩샤오핑(등소평), 1991년 10월 장쩌민 주석과 함께 돌아본 도시다.


이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방문한 것은 대를 이은 북중 친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인 2012년에 강성대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미 3개국 간접 정상회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볼 부분은 북중 정상회담이 북-중-미 3자의 간접 대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지난 1월 중미 정상회담에서도 다룬 부분이다. 즉, 두 정상회담을 함께 봐야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핵심 국가들의 입장과 관계가 어떠한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남북 대화를 촉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미국 양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남북 대화를 촉구하였다.


▲중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장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의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시아지역의 전반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위해 의사소통과 조율을 잘 해나가자”(노동신문 27일자 북중 정상회담 결과 보도)고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북-중-미 3자는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고 이를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데 본심이야 어찌됐든 정상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인 한국은 계속해서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중미 정상회담 직후 추진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으며 북중 정상회담 직후에는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하였다.


남북대화가 연달아 실패한 원인은 결국 천안함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고집하고 북한이 이를 강력히 거부하면서 남북대화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정부는 설 자리를 잃고 북-중-미 3개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다.


북중친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3회 연속 방문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지난 1년 사이에 무려 3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언론들은 2차례의 방중 성과가 없었다거나 북중 관계에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정작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이 북중 관계의 최고조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2/4분기 한반도 정세보고서에서 한반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북중관계가 2009년 4/4분기 이후 꾸준히 60점 이상의 높은 수치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잦은 중국 방문은 그만큼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9개월 만에 또다시 방문하신 것은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께서 마련해주신 전통적인 중조친선을 얼마나 중시하시는가에 대한 뚜렷한 실증”이라고 평가하였고, 다이빙궈 국무위원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동북지역을 방문하신 것은 조선당과 정부 그리고 조선인민이 전통적인 중조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산과 강이 잇닿아있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중친선은 모진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불패의 친선으로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여도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 북중친선을 강조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작년 8월에 이어 중국 동북지방을 다시 방문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 년 사이에 두 차례 이상 현지를 방문하는 경우는 북한 내에서도 희천발전소 같은 주요 전략지역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서프라이즈’의 논객 ‘미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현지지도’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현지지도’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몇 달 사이에 같은 지역을 다시 방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지방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군사,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할 수 있다.


북중친선 문제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하여 북한이 발표한 보도문 가운데 가장 권위 있고 잘 정리된 것은 노동신문 6월 7일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는 1981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개최되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이번 중국 방문을 북한이 비중 있게 여긴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평가하며 북중친선 문제를 첫머리에 꼽았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토의하고 ‘매우 적절한 시기에 진행’되어 ‘훌륭한 결실을 가져온’ 방문으로 평가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조중친선을 대를 이어 더욱 공고발전시키고’ ▲‘강성대국건설위업을 힘있게 추동하며’ ▲‘동북아시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사회주의위업, 인류의 자주위업을 보다 확신성 있게 전진’시키는 등 크게 4가지의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도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한 북중관계 강화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도 울고 갈 파격 예우


북중친선의 현실은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얼마나 성의 있게 맞이하였는가로 파악할 수 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위해 해당 경로의 도로나 철길 전체를 폐쇄하고 관련 시설과 도시 전체를 통제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 내 일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국내 언론들은 대서특필을 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런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북중관계를 더 중시하는 모습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 최고위직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맞이하였다.


이처럼 성대한 환영 모습은 다른 어떤 국빈 방문에서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평이한 수준을 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북중 정상회담 후 환영연회 연설에서 “첫 방문지인 흑룡강성에서부터 수도 베이징에 이르는 기간 동지적이며 따뜻한 친선의 정으로 우리를 극진히 환대해주고 있는 중국당중앙 영도집단을 비롯한 여러 중국동지들에게 사의를 표”한다며 중국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런 파격적인 예우를 보이는가. 현재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며 세계 질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거 냉전 시절 소련과 미국의 경쟁 수준에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의 국력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이 맹렬한 기세로 쫓아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시하는 두 지점이 바로 중동과 동북아다. 이 가운데 하나인 동북아에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키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킨다면 미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으면서도 힘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북중관계의 변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한미일을 중심으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또 강력한 끈으로 이어진 북중 연대가 한미일 연대를 제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도 급등하였다. 북중 연대가 한반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펼칠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20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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