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누리꾼들이 러시아에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로켓을 사오느니 북한의 <은하3호>를 이용하자고 이야기한다. 만약 10.4선언이 제대로 이행됐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북한의 로켓 기술과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을 결합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공위성, 어떻게 볼 것인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북한이 12월 12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미국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는 곧바로 ≪북한은 성공적으로 물체를 궤도에 진입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위성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공위성을 ≪미사일 발사≫라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과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인공위성의 배경은 무엇인가
북한은 왜 인공위성을 발사했을까?
이 질문은 사실 어리석다. 한국이 나로호를 왜 발사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나로호 공식 누리집에 따르면 나로호 발사의 의의는 ≪국가 우주개발 계획하에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시험과정으로 국내 발사체 기술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나로호 개발을 통해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46.3%에서 83.4%로 향상≫된다고 한다.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은 당장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변상정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1일 발표한 글을 통해 ≪(북한은)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과학기술중시>를 <사상중시>와 <총대중시>와 함께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으로 규정≫하였다고 밝혔다. 즉, 북한의 강성국가 전략 가운데 <경제강국> 건설의 주요 방도로 과학기술을 꼽은 것이다. 그리고 3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계획의 마지막해인 올해 안에 계획에 따라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계속해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과학기술개발과 함께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배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2월 1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정일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나라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2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09년 4월 5일 인공위성 발사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광명성 2호의 성공적인 발사에 토대해 우주공간의 정복과 평화적 이용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며 인공위성 발사 성공이 ≪나라의 정치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과 과학기술발전에 최대의 힘을 기울여 오신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 영도의 빛나는 결실≫이라고 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불리한 겨울철에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인 12월 17일에 맞춰 <유훈 실현>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북한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을 과시하는 성격도 있다. 인공위성 발사는 상당한 수준의 국력이 집중되어야 하며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재는 패착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세계 각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미일 정부 당국은 북한의 로켓을 <미사일>로 규정하고 동북아 평화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탄했으며 유엔 추가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유엔 제재가 지금껏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긴장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2009년에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유엔이 규탄 성명을 발표하자 북한이 곧바로 2차 핵실험에 돌입하였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도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이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긴장 고조를 막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긴장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중국도 앞의 브리핑에서 ≪북한의 로켓발사는 6자회담 재개의 긴박함과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라고 하였다. 사실 애초에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충실히 이행하여 남북대화를 지속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인공위성 하나에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이유는 한반도가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정부 당국은 북한이 무슨 사소한 움직임만 보여도 <도발>, <제재>, <응징> 이런 말을 늘어놓으며 호들갑을 떠는데 한반도가 정전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평화체제를 통해 정상적인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궁극적인 해법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
이번 기회에 남북 과학기술협력, 우주협력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누리꾼들이 러시아에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로켓을 사오느니 북한의 <은하3호>를 이용하자고 이야기한다. 만약 10.4선언이 제대로 이행됐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북한의 로켓 기술과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을 결합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의 로켓은 미사일이고 나로호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게 확인이 된 마당에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봐야 비웃음만 살 뿐이다. 같은 논리라면 나로호도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고, 2차 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발사한 21개의 우주로켓도 미사일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거두고 어떻게 하면 대화와 협력으로 우리 민족이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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