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평도 포격전의 발단이 됐던 호국훈련을 규모를 더 키워서 진행한다면 충돌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하겠다. 특히 지금처럼 대화와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전면전까지 경고하고 있는 때 충돌 위험이 큰 전쟁훈련을 한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까지 유발할 수 있어 문제다.
제2의 연평도 포격전 부르는 호국훈련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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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규모의 2012 호국훈련
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오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남한 전역에서 호국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호국훈련은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가 크게 확대돼, 육해공군과 해병대, 민·관·경 24만여 명이 참가한다. 또 훈련 기간에 공군과 항공 전력이 700여 차례 출격하고, 함정도 60여 척 동원되며, 미군도 500여 명이 참가한다. 또 지금까지 나흘 동안 이뤄지던 군단 작전계획 시행훈련 기간을 7일로 늘려 실전적으로 진행한다. 합참은 북한의 국지 도발과 전면전을 대비한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2012 호국 합동상륙훈련을 포항에서 진행하는데 미 해병대 1개 화기중대와 항공함포연락중대(ANGLICO: Air-Naval Gunfire Liaison Company) 일부가 한국 해병대 예하부대로 첫 편성된다. 상륙훈련에는 지휘함인 독도함을 비롯해 상륙함, 구축함, 잠수함 등 해군 함정 20여척, 항공기 30여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 30여대, 해병대 1,600여 명 등이 참가한다.
또한 훈련 기간인 26일부터 11월 2일까지 군산기지에서는 미7공군 주도로 <12-2 맥스썬더(Max Thunder)> 훈련이 진행된다. 이 훈련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62대의 항공기가 참가하며 전력화를 완비한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처음 참가한다. 또한 지난 6월 전력화된 전자전 훈련장비(EWTS)가 최초로 운용된다고 한다.
호국훈련이란 북미 협상 과정에서 중단된 팀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하기 위해 1996년부터 실시한 전구급 대부대 기동훈련이다. 원래 육군의 상무훈련, 해군의 통해훈련, 공군의 필승훈련을 1988년부터 통합, 합동훈련으로 격상하면서 통일훈련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이를 1996년 호국훈련으로 개칭했다. 이후 육군 군단급 실병기동훈련을 포함시키면서 가장 실전적인 훈련으로 자리 잡았다. 훈련 규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지금 같은 대규모로 확대되었다.
북한은 그동안 호국훈련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2010년 11월 23일자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호국훈련을 <대규모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미 해병대가 참가하는 상륙훈련을 전면적인 북침전쟁의 예비단계로 보고 있다고 한다. 2008년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에 상륙작전을 벌일 수 있는 사단급 해병대 병력이 있다는 점을 북한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연합훈련을 추진한다≫며 호국훈련이 북한군 격멸과 북한 정권 제거를 노리는 작전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연평도 포격전의 발단이 된 호국훈련
호국훈련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의 발단이 되었던 훈련이라는 점이다. 당시에는 G20 정상회의 때문에 11월 22일~30일에 호국훈련을 실시했다. 한국군은 호국훈련 와중에 연평도 포사격훈련을 계획했는데 국방부는 호국훈련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통일부가 22일 외교통상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호국훈련>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북한은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한다≫는 공식 전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군은 이를 무시했다. 이용걸 국방차관은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에서 유사한 전통문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묵살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그 동안 북한의 전통문을 유의했으나 당시에는 무시하고 훈련을 강행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관영 CCTV 평론가 송샤오쥔(宋曉軍)은 2011년 6월 24일 CCTV에 출연해 한국군이 북한의 영해상으로 포탄을 발사한 것이 북한의 대응사격을 야기했을 수 있다며 ≪호국훈련이 이번 마찰의 도화선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매번 항의해왔으며 북한이 오랫동안 참아왔다고도 말했다. (노컷뉴스 2011년 6월 28일자 보도 참고)
당시 한국군은 훈련 4시간 동안 K-9 자주포 등 11종의 사격 장비로 3657발에 달하는 막대한 포격을 했다. 2010년 11월 26일자 서울신문은 ≪합참 측은 민주당 지도부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격훈련의 포가 북의 작전통제선을 넘어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의 발단이 됐던 호국훈련을 규모를 더 키워서 진행한다면 충돌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하겠다. 특히 지금처럼 대화와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전면전까지 경고하고 있는 때 충돌 위험이 큰 전쟁훈련을 한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까지 유발할 수 있어 문제다.
급증하는 미군의 무기 반입
올 들어 미국은 첨단 무기들을 한반도에 대량 반입하고 있다. 축구장 4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집속탄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고 다연장로켓(MLRS), 패트리엇(PAC-3) 대공미사일, 이라크에서 활약한 M1A2 신형 에이브럼스 전차와 M2A2 신형 브래들리 장갑차, 지뢰방호차량(MRAP), 각종 무인기를 대량 반입했다. 또한 정밀유도폭탄인 엑스칼리버를 비롯한 각종 무기도 연말까지 반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센카쿠 열도(중국 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을 명분으로 조지 워싱턴호와 존 스테니스호 등 2척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배치됐다. 호국훈련과 별도로 미군 최대 핵잠수함인 오하이오함도 친선교류를 명분으로 24~29일 부산항에 정박한다.
또 최근 한국군이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변경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배 가까이 늘리고 무인항공기 중량도 5배나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군은 이를 반영해 더욱 강력한 무기들을 빠른 시일 내에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군사력이 집중되면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초대형 화약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연일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8일 연평도를 기습 방문해 ≪북한 주민의 생활은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고, 밥도 풍족하게 먹을 수 없다. 지구상에 그런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라며 북한을 자극했으며 ≪우리 NLL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백배, 천배 보복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을 하지 못할 것≫ 등 호전적인 발언을 늘어놓았다.
호국훈련은 전면전의 도화선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4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위험한 수위의 결정들이 나왔다. 한미는 북한의 미사일을 선제 요격하는 시스템인 <킬 체인(Kill Chain)>을 2015년 까지 구축하고, NLL을 사수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NLL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그동안 미국은 이 선이 국제법에 위배되는, 해상 경계선이 결코 될 수 없는 선이라고 인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SCM에서 미국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고, NLL 사수를 위한 훈련까지 합의하였다. 이 훈련은 지금 진행 중인 호국훈련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NLL 전면전을 선포하고 북풍 색깔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NLL 관련 훈련을 하며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전쟁 위기를 증폭시키는 행위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호국훈련과 같은 실전훈련은 자칫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한미 군사당국은 지금이라도 훈련을 중단하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2012.10.30.)
*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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