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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획-대선평가①]시대정신이 은폐된 대선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12. 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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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던 상황에서 뜻밖의 결과에 많은 대중들이 놀라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 새 시대를 열어내기 위한 민중의 장구한 투쟁이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에 <동북아의 문>은 <긴급기획-대선평가>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시대정신이 은폐된 대선
② 정치적 승리, 표결의 패배
③ 진보의 시대를 향해 곧바로 나아가자


[긴급기획-대선평가①]시대정신이 은폐된 대선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경제 질서 붕괴와 세계적 대격변 속에서 치러진 대선


18대 대선은 기존의 경제 질서가 붕괴하고, 세계적 대격변이 연이어 일어나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치러졌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9월 13일, 물가상승을 감안한 2011년 미국 중산층 평균 가계소득이 50054달러(약 5640만원)로 전년보다 1.5% 줄어 4년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8.1% 감소한 것이다. 반면 2011년, 미국 가구의 15%가 최저 생계비(2만3021달러=약 2600만원)도 벌지 못했다. 2007년의 12.5%보다 더 증가한 수치이다.


2008 경제위기로 미국은 대략 23.7조 달러 가량의 금융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회생불능의 타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에 1조 7000억 달러, 2010년에 6500억 달러에 이어 2012년에는 매달 400억 달러씩 무기한으로 사실상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완화조치로 어떻게든 미국경제를 유지해보려 하지만, 달러를 찍으면 찍을수록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는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자산을 만들어낸 자본주의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사이의 간극을 매울 방법이 없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에서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거나 금융경제에서 통화량이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는 양적완화조치는 통화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달러를 뿌리는 반대작용을 가져올 뿐이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경제 질서는 붕괴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정치군사적 패권도 더 이상 주변국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2월 18일, 이라크에 남아있던 마지막 미군들인 육군 1기갑사단 3여단을 비롯한 500명의 장병들이 카바리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로 철수를 마쳤다. 미국은 제대로 훈련받지도 못한 이라크 민병대를 상대로 9년 동안 무려 4500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고 무려 8000억 달러 (약 890조원)의 막대한 비용을 전장에 쏟아 부어야 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은 2012년 5월 21일, 아프가니스탄 치안권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이양하고 2014년 말까지 나토군의 전투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을 탈바꿈시키겠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며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시리아 사태는 2011년 1월 26일부터 시작되어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무장한 반란세력들은 터키와 시리아 국경을 오가며 무장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반미성향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아직 없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도 아직까지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 11월 3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개발 의도가 여전히 의심≫된다고 하였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미정부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은 12월 16일, 23개 주지사 선거에서 20개주를 석권하며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2012년의 세계 흐름은 바야흐로 기존 경제 질서가 붕괴하고 미국의 패권이 쇠퇴몰락하며 동시에 반미자주노선이 대두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새로운 변화와 기존질서 유지의 갈림길


새로운 변화와 미국의 패권유지. 두 가지 갈림길에 놓인 상황에서 한국의 18대 대선이 치러졌다.


새로운 변화의 조짐은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지각변동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한과 더불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 모두가 2012년에 새 정권이 출범하였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30대의 나이에 북한의 지도자로 추대되었다. 2012년 12월 17일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주기 추모식을 거행하였지만 북한의 기세는 여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켜 자력으로 우주발사장을 갖추고 인공위성과 우주로켓을 자체 생산해 발사에 성공한 세계 10위권의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임을 입증하였다. 북한은 광명성 3호 위성과 은하 3호 발사체의 모든 부품이 100% 국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바다에서 수거한 북한의 1단 추진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운반로켓 은하3호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개발한다면 500kg 중량의 탑재물을 1만3000 km까지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소형핵탄두를 미국본토 전역으로 보낼 수 있는 성능이다.


한국전쟁을 두고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한 발언한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권력승계를 완료하였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2년 8월 1조 1536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대미 외교협상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3월 러시아 대선에서 ≪강력한 러시아≫를 주장하며 미국에 적대적인 성향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이 당선되었다.


이로써 북-중-러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공동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차후 동북아에서 기존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가 매우 강력히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11월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였다.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조짐은 아직 없다.


일본은 12월 16일 총선에서 평화헌법 폐기를 전면화해 군국주의 부활을 전면에 내건 자민당이 압승하며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였다. 향후 동북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해 기능할 미-일 동맹이 확고히 구축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는 반미자주, 다극화 세력이 미국의 패권과 더욱 치열한 대결을 하게 된 형국이 펼쳐졌다.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는 현 시기에 동북아 체제변화는 숙명이다.


이번 대선 결과도 동북아 재편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 18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하였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우며 평화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가능성이 커졌겠지만, 안타깝게도 정권교체에 실패하면서 평화적 체제이행 보다는 힘의 대결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특히 한일군사동맹을 통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대 흐름을 숨기고 과거 회귀를 선택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한미동맹으로 쌓아올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시대흐름을 숨기고 과거 회귀를 노골화하였다.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돌풍에 휘말려 패한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2011년 말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기하였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김종인을 영입하며 경제민주화 담론을 먼저 제기하는 등 겉으로 보기엔 시대변화에 조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한국보수의 노력은 거기까지였다. 박근혜는 ≪기존의 재벌 순환출자는 인정한다≫고 밝히며 재벌개혁을 사실상 폐기하였다. 새누리당은 재래시장에서는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겠다고 해놓고는 국회에서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을 반대하기도 하였다.


보수세력들은 박근혜의 동정정치, 눈물정치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였을 뿐이다. 새누리당의 태생적인 대미·대일 의존, 반북대립 정서는 ≪유신의 퍼스트레이디≫란 말로 집약되어 나타났다. 사대주의에 기초한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위협받으면 받을수록 미국에 기대어 의존하려는 성향, 북한을 반대해 색깔론을 제기하려는 성향이 분출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대선초입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을 운운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해바다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북색깔론 논쟁을 촉발시켰다.


박근혜 후보는 12월 4일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게 ≪(통합진보당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며 유치한 색깔론 공세를 펼치기도 하였다. 또한 박근혜 후보는 12월 12일 미국도 인정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하는 등 반북, 반통일 성향을 노골화하였다.


12월 22일 미국의 소리방송은 ≪박근혜 당선인은 현 정부의 북핵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큰 줄기에서는 유지할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자신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다르다고 했을지는 몰라도...≫라고 언급하며 ≪박근혜 당선인이 대체로 현재의 한미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박 후보의 당선이 문재인 후보 당선에 비해 한미동맹에 있어 훨씬 우려가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해왔던 것과 비슷하게 한미관계를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하였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노무현으로 회귀한 민주당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기존 경제 질서가 붕괴하는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대미의존에서 탈미 다극화로 나아가는 시대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10년 전의 노무현 정부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에게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제16대 대선승리를 일구었지만 문재인 후보는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으며 오히려 ≪확고한 안보태세≫를 운운하는 등 새누리당과 보조를 함께하며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갔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난관을 뚫고 나가는 저력을 보이지도 못하였다.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을 문제삼는 보수세력에게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며 맞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의 NLL 문제제기에 맞서 싸울 대신 ≪NLL을 단호히 수호하겠다≫며 물러났으며 심지어는 정문헌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다≫며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말았다.


민주당의 핵심 주장은 이명박 정권 심판이었다. 4대강 사업, 소득양극화, 사회양극화, 부동산 시장문제 등 MB정부의 경제실정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노무현 정부도 일정한 실책이 있는지라 오히려 ≪그럼 노무현으로 돌아가잔 말이냐≫며 새누리당에게 역공을 허용하기까지 하였다. 민주당은 노무현, 이명박을 모두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현 미국중심 자본주의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며 미래발전상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세계적으로 기존 경제 질서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바꾸고, 수출산업 대신 내수산업으로 바꾸기만 한다고 해서 경제가 절로 살아날 수는 없다. 통일을 통한 내수산업의 완성, 대륙철도연결 등을 통한 물류혁신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발전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동시에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경제정책, 복지정책에 머물러 민주당은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갔다.


결국 민주당의 가장 큰 실책은 대중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남북관계, 한미관계에서 입을 닫아버린 것은 무엇보다도 대미의존에서 자주, 다극화로 나아가는 시대흐름을 읽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진보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영향력이 부족했던 진보당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 정당은 통합진보당이었다. 진보당은 ≪함께 살자 대한민국≫이란 구호를 통해 소득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핵심문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부각시켰다.


아울러 진보당은 ≪상상하라 코리아 연방≫을 통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의 남북경제협력을 뛰어넘는 사실상의 남북통일진입을 선언하였으며 전면적인 남북경제협력이 한국경제의 출로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진보당은 ≪당당한 대통령 이정희≫를 통해 경제예속의 문제인 한미 FTA를 전면 폐기할 것을 주장하였으며 주한미군 철수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전면적으로 제기하였다.


특히 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투쟁하는 민중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시청률이 30%를 훌쩍 넘는 티비 토론장에서 처절한 민생투쟁현장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또한 ≪다카키 마사오≫를 폭로하며 한국보수세력의 추악한 뿌리와 그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전국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보당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당내 일부 세력의 분열행각으로 인해 대중적 영향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하였으며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은 1%에 머물러 언론의 철저한 외면과 냉대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조건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희망이 없는 18대 대선에 하나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였다. 이정희 후보가 있음으로 한국정치는 한걸음 더 전진하였으며 민중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존 경제 질서가 붕괴하며 미국패권이 몰락하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자주냐 예속이냐를 규정하는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재집권한 것은 우리민중에게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집권이 시대의 흐름까지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동북아 정세는 미국중심 체제에서 급속히 이탈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진보진영이 하나로 단결해서 변화하는 시대흐름에 발맞춘다면, 사대매국 세력을 극복하고 자주와 평등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전환의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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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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