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중국의 3단계 구상과 6자회담 전망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4. 22. 08:42

본문


 


일단 중국의 3단계 구상은 합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MB 정부가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분위기에 초를 치고 있다. 한편 카터 방북은 정상회담의 기대를 불러오는데... (사진은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중국의 3단계 구상과 6자회담 전망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다시 한 번 제시한 3단계 구상


6자회담을 둘러싼 움직임이 숨 가쁘다.


지난 7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하여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담을 하였고, 같은 날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중국을 방문하였다. 또 12일에는 위성락 한국측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하였고 16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였다. 지난 달에는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외무차관이 중국과 북한을 방문해 각각 회담을 하였고, 조현동 한국측 6자회담 차석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하여 한러 회담을, 김성한 외교통상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전체가 서로 교차 방문하며 쌍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은 6자회담에 여전히 부정적인데 지난 20일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외무상은 6자회담에 대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을 제외한 5개국의 다양한 대화와 접촉 속에서 주목할 만한 제안이 11일 나왔다. 북중 회담 직후 중국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단계적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중국이 제시한 6자회담 재개 계획은 3단계로 이루어졌는데 1단계는 남북 수석대표간 회동, 2단계는 북미 간 회담, 3단계는 6자회담 순이다.


중국은 작년 3월에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번과는 달리 북미 양자회담, 6자 예비회담, 6자 본회담 순이었다. 당시 미국은 북미 양자회담으로 6자회담을 시작하는 모양새를 거부하였고 한국 정부도 한국이 대화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여 결국 중국의 첫 ‘3단계 방안’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롭게 내놓은 ‘3단계 방안’은 ‘선 남북대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북미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 이른바 ‘통미봉남’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모두 반영된 절묘한 제안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한국 정부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만약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에 호응해 온다면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였다. 미국도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한미 외교장관회의에서 두 나라 장관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남북대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등 사전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미국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시점상 중국의 3단계 제안에 대안 답변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도 중국 제안에 동의함을 알 수 있다.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16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핵심 관련국들의 입장이 이러하다면 일단 중국의 3단계 구상은 합격이라 할 수 있고 조만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1단계 행동이 시작될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6자회담 재개를 가로막는 MB의 까다로운 조건들


일단 1단계로 지목된 남북회담의 전제조건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 연평도 문제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 내 입장 변화 조짐이 주목받고 있다. 위성락 본부장은 미국 방문 중에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라기보다는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사과가 6자회담 재개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면서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고,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하였다. 북한의 사과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조병제 대변인도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은 전제조건이라고 제시한 적은 사실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15일 위성락 본부장 발언에 대해 “그렇게 보시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가시적인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냐”고 주장했다. 정부 내 혼선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한편 지난 18일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해야 만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외교적인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과거의 도발적 행동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분명하고도 일관된 태도, 건설적인 태도를 나타내야 한다”고 하였으나 그 시점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고 하여 6자회담 전까지 북한의 태도가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암시했다.


천안함, 연평도 문제와 관련 흥미를 끄는 기사가 있다. 지난 2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달 말 카터 방북 시 북한이 “민간인 사망을 부른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과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두 사건에 대해 북한은 이미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으므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 한국이 남북대화를 거부할 명분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천안함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 내 변화 조짐과 미국의 입장을 통해 볼 때 연평도 사건에 대한 ‘유감’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제조건 문제가 풀려도 의제 문제가 남아있다. 한미 양국은 남북회담의 의제로 ‘비핵화’를 꼽았다. 하지만 북한은 핵문제에 대해 북미 양자간 문제이므로 남북 사이에 논의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협상이란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핵폐기 대가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기존의 ‘비핵·개방·3000’이나 ‘그랜드 바겐’ 구상은 이미 북한의 외면을 받아 실패한 정책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맞바꿀 핵이 없는 한국이 북한과 비핵화 회담을 하는 것은 그리 실속 있는 방안은 아니다. 다만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고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각자 노력하자는 정도의 확인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남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2단계인 북미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자 한겨레 보도 ‘천안함 분리해도 남북회담 난관 첩첩’에 따르면 정부는 남북회담의 가시적 성과로 비핵화 선행조처를 꼽고 있는데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접근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북한은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데로 ‘행동 대 행동’을 주장하고 있다.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려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남북회담에서 위와 같은 조처를 요구한다면 북한은 한국에게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하려 할 텐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그에 상응하여 할만한 ‘행동’이 없다는 점이다.


한 발 나아가 정부는 북미회담 후에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4월 17일 통일뉴스 보도 ‘초점 한국측이 그리는 6자회담 재개 시나리오는?’에 따르면 정부 고위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 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정이 필요하고, 아울러 6자회담 재개 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문제는 끝까지 대화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결국 남북 사이에 비핵화 회담을 하고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며, 다음 단계에서도 여러 조건을 달고 있는 정부의 주장은 “무슨 수를 써서든 6자회담 재개를 무산시키고자 하는 악의적인 덫놓기”(통일뉴스, 앞의 기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처럼 모처럼 6자회담과 관련하여 진전된 제안이 나오고 각국이 호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잡한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한 문제의 중심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앉아 있다.


카터, 정상회담의 전령사 되나


한편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행보가 있는데 바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이다. 현재 이들은 26일에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카터 방북단 실무진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 의제와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 방북단은 ▲북한 인권 ▲식량사정 등 인도주의 사안 ▲남북관계 ▲비핵화 진정성 문제 등을 고루 다루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90% 이상이라고 한다. 한편 방북단은 평양 방문 후 서울로 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며 이에 대해 조병제 대변인도 21일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다면 그대로 방한하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하여 정부와 조율이 됐음을 확인했다.


카터의 이번 방북은 작년 방북보다 94년 방북을 연상시킨다. 94년 방북 당시 카터는 전쟁 직전의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특히 평양 방문 후 곧바로 서울에 와서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꼬일 대로 꼬인 북미관계와 6자회담의 실마리를 찾고, 나아가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전해주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과 달리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전직 국가수반들이 따라가기에 카터가 받아올 메시지는 상당한 비중을 갖게 된다.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를 두고 20일 연합뉴스는 ‘카터 방북 한반도정세 의외변수 되나’에서 카터의 북 메시지가 “대화국면에 응하면서도 원칙론을 고수하는 한미 정부에 난감한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카터를 통해서 파격적인 대화 제안을 했을 때 이를 거부하자니 대화를 회피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이를 수용하자니 지금까지의 원칙을 버리고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카터 방북을 개인자격이라고 강조하며 애써 파장을 축소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9일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동방은행을 제재대상에 추가 지정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은 2008년 13466호, 2010년 13551호가 있으며,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대한 제재명령은 1994년 12938호, 2005년 13382호가 있다. 이런 행정명령은 주로 무기수출통제법이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에 따른 대북제재를 집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발령된다. 따라서 행정명령 자체가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도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이은 동방은행 제재대상 추가 지정에 대해 “무기수출통제법(AECA)에 따른 기존 제재의 연장으로 이해한다. 이런 절차를 단순히 갱신한 것”이라고 하면서 북한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지난해 9천 달러 정도의 제품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법적으로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른 기존 제재를 진행하고 있고, 행정명령은 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명령은 이미 발효 중인 다른 행정명령, 무기수출법, 제재법 등의 내용과 차이가 없다”면서 “(미국에서) 북한으로부터 모든 수입품은 전면 금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새로운 행정명령을 낸 배경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더욱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내부적 체제 정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효성도 없는 대북제재를 무슨 이유로 갑자기 추가한 것일까? 21일자 노컷뉴스는 미국 의회 소식통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의 주장을 보도하며 ‘개성공단 제품 수입 차단용’으로 분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의회 비준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수입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급히 대북제재를 통해 안심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이런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더 큰 틀에서 보자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내부 통제용으로 보는 게 설득력을 갖는다. 카터 방북과 대북식량지원 추진, 천안함 사건 사과를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명시한 점 등 최근 미국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가 마치 북한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카터 방북 이후에는 이런 모습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내 대북강경세력들에게 ‘우리가 끌려 다니기만 하는 건 아니다!’고 보여주자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와 한국 외교통상부의 대변인들이 나서서 ‘새롭게 제재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카터의 방북은 북한의 중대한 메시지를 받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카터를 통해 던질 메시지는 사실상 최후 통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가 그렇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를 고려하여 공식화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남북대화만 하면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므로 결국 북한은 이명박 정부만 움직이면 대화가 재개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지난 3월 말 북한이 국방위원회 검열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화를 해도 통이 큰 대화를 하고 전쟁을 해도 진짜 전쟁맛이 나는 전쟁을 해보자는 것이 우리 군대의 입장”이라고 하였다. 이제 중국의 3단계 구상으로 남북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통 큰 대화’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를 걷어 찬다면 남는 것은 ‘진짜 전쟁’밖에 없다. 즉, 북한은 담화를 통해 이번 카터 방북을 계기로 ‘통 큰’ 대남 대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이를 받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위태로운 정세 속에서는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주어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옛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는데 자칫 소 잃고 나서 고칠 외양간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1.4.22)


동북아의 文은 진실이 담긴 문장으로 동북아 정세를 분석합니다.

동북아의 門은 동북아의 평화번영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동북아의 Moon은 어둠을 밝히는 달처럼 동북아 미래를 밝힙니다.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