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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공개 토론회, 카터의 재방북, 동북아 미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4. 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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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 전직 대통령, 전직 사무총장들의 밀담이 끝나고 나면 현직들이 움직여야 한다. 과연 현직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북미 비공개 토론회, 카터의 재방북, 동북아 미래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최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하여 두 가지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지난 3월 28~9일 미국 아스펜연구소 초청으로 독일에서 북한과 미국의 비공식 토론회가 열렸다는 보도다. 북한은 외무성 리근 국장을 비롯한 6명의 연구원이 참석했고 미국도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차관 등 6명의 전직 관리들이 참석했으며 독일인 3명과 스위스 전문가 1명도 참석했다. 비공개 토론회다보니 토론회 결과를 알기는 어렵지만 참가자 면면과 토론 주제, 시점과 장소 등으로 인해 주목할 만한 토론회임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말 재방북을 추진한다는 보도다. 이번에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명망 있는 인물들이 동행한다고 하며 미 국무부도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작년 8월 방북한 후 1년도 안 지나서 다시 방북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명망가들을 데리고 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시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끝날 무렵이어서 북미 대화의 신호탄이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내용 모두 북미 관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여주기에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 정치토론의 자리가 된 독일 토론회


먼저 독일 에힝겐에서 진행된 북미 비공개 토론회를 살펴보자. 토론회 주제와 관련해 아스펜연구소 독일지부 찰스 킹 말로리 4세 소장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재래식 무기 감축, 경제협력과 지원, 평화협정 체결 등 5개 주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5개 주제들은 모두 북미 관계의 본질적이고 민감한 문제들이며 6자회담의 핵심 사안들이다. 북미 사이에 협상이 진행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사안들이 모두 토론회 주제에 오른 것이다.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


참가자들을 살펴보자. 북한 측에서는 리근 미국국장, 외무성 최선희 부국장, 황태혁, 황명심을 비롯한 외무성 소속 연구원 4명 등 모두 6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차관, 에번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주한 부대사이자 현 스톤브릿지재단 선임국장, 사만사 래비치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포드 전 비확산담당 대사, 앤서니 코즈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안보전문가 호르스트 텔트쉭, 정치학자 요아힘 클라우제, 역사학자 미하엘 슈튀르머 등 독일인 3명과 스위스 전문가 1명이 토론회 조정자 역할을 하였다.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북한은 현직 관리와 연구원들이 나왔고 미국은 주로 현재 연구소 등에 있는 전직 관리들이 나왔으며 유럽 전문가들이 중재자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직 북미 양자 사이의 공식 대화를 할 수 없으므로 현직 관리들이 참가할 수는 없고 전직 관리들을 보내 대리 토론을 하도록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럽 전문가들을 중재자로 내세운 것도 양자 대화의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직 국무차관을 비롯하여 전직 대북담당 고위관료들이 대거 등장한 것을 보면 형식적인 대화가 아닌, 상당히 비중 있는 토론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에번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선임국장은 지금도 오바마 행정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토론회 직전인 25~26일에 베를린에서 북한 외무성 연구원과 미국 존스흡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 연구원들이 여러 현안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실무 토론회가 있었다고 한다. 즉, 에힝겐 토론회는 실무 토론회 직후 열린 정치 토론회의 성격이 있다. 이처럼 실무 토론회와 고위급의 정치 토론회가 열린 것은 북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진지한 토론회였음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 인터넷 언론 ‘사람일보’는 3월 31일자 보도를 통해 “북미 간 당국자회담을 앞둔 정지작업이라는 분석과 준 당국자회담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리근 국장은 토론회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입장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여러 가지 견해를 나눴다”면서 “쌍방은 우려들을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가졌다”고 답했다. 오바마 취임 당시의 반응에 비춰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에 도착한 북한 경제대표단


한편 토론회 주제 가운데 하나였던 경제협력과 지원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21일 북한의 중간급 정부 관료 12명으로 구성된 경제대표단이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철저한 언론 통제 속에서 미국 이곳저곳을 방문하고 4월 3일 귀국했다.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자본주의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 다녀갔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위기로 심난한 미국에게서 뭔가 배울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들의 방문은 북미 관계 개선과 맞물릴 경제협력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1일 스탠퍼드대에서 헤커 교수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만나 오찬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다. 헤커 교수는 작년 11월 방북하여 우라늄농축시설을 둘러보고 공개한 북핵 전문가이며, 페리 전 국방장관은 1999년 페리보고서를 통해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를 이끌어낸 인물로 모두 경제 분야와는 무관한 인물들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이들의 방미가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경제대표단 일행이 페리 전 장관(앞줄 왼쪽 다섯번째) 등 스탠포드 관계자들과 찍은 기념사진


왕년의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진행하는 북미 협상


한편 북미 독일 토론회 직전 미국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방북 추진 소식이 흘러나왔다. 날짜도 26~28일로 구체화되고 있다. 국무부는 철저히 ‘개인 자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카터의 재방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카터 본인은 4월 6일 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번 방문에 대해 “비핵화 회담 재개 및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인도적 지원 문제야 개인 자격으로도 논의할만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다르다. 북미 관계의 근본적 변화와 관련된 사안을 개인 자격으로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것도 두 사안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특사 정도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바로 직전에 북미 관계자들이 비공식 토론회를 통해 토론한 내용을 카터가 가서 다시 논의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결국 모양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25~26일 실무 토론을 진행하고, 28~29일 한 급 높은 정치 토론을 진행했으며, 이제 4월 26~28일에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는 형태가 되었다. 물론 미국은 현직 관리를 내보내지 않고 철저히 ‘민간’ 차원이며 ‘비공식’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미국은 지금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양자 협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은 국내 반발과 국제 사회의 비웃음을 피하기 위해, 체면치레 하느라 공식 대화를 피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추측에 근거를 더해주는 사실은 이번 방북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등 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을 동행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특히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임기 중에도 방북을 추진했지만 여러 문제로 결국 무산된 경험이 있다.


현재 북한과 유엔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는 다양하다. 인도적 지원 문제, 경제 협력 문제, 경제 제재 문제, ... 이 가운데 핵심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다. 정전협정의 주체는 북한 인민군, 중국 인민지원군, 유엔군 3자인데 이 가운데 중국 인민지원군은 한국전쟁 후 곧바로 해산했으므로 현재 남은 주체는 북한과 유엔뿐이다. 물론 유엔군은 사실상 미군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어찌됐든 유엔의 외피를 쓰고 있다. 따라서 정전협정을 폐기하는 과정에 유엔의 역할도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할 때 내용상 북미 사이에 합의를 하고, 담보를 위해 관련 4개국이 동의를 하고 나면, 형식적으로는 북한과 유엔이 처리하는 순서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이처럼 카터 재방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카터는 작년 방북에서 그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입방아에 올랐던 아픈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에 기초해 이번에는 국제적 명망가들을 선물 삼아 우르르 데리고 들어가는 듯하다. 그가 과연 이번에는 평화협정이라는 대어를 낚기 위한 밑밥이 될 수 있을까?


왕년의 초강대국이란 자존심은 무용지물


클린턴 국무장관은 3월 22일 후지TV 회견에서 “남북 간에 대화를 시작하고 서로 소통을 하도록 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다른 모든 나라가 어떤 문제에 대해 북한과 접촉하듯이 우리도 진행 중인 접촉은 있지만, 공식적인 것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는 북미 사이의 비공식 접촉들을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촉의 이면에는 여전히 반북 대결을 부추기는 행동들이 존재한다.


지난 4월 1일 로스 레티넌 미 하원 외교위원장 주도 아래 미 하원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 법안은 천안함 사고, 연평도 사건, 황장엽 암살시도 등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12개 조건을 만족해야만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종 통과 가능성은 낮지만 2008년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해제된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내 북미 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준다.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


그 전인 3월 28일 미 국무부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비공식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양측이 마주앉아 지난해 북한이 보여준 도발적 행동들에 관해 한국이 우려하고 있는데 대해 북한 측이 제대로 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선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그 뒤에 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한쪽에서는 비공식 대화를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대결을 부추기는 행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 조치’를 막아야 하는 처지와, 그런 처지를 인정할 수 없는 ‘왕년의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존심 사이의 모순이 오바마 행정부를 정신분열적 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전직 관리, 전직 대통령, 전직 사무총장들의 밀담이 끝나고 나면 현직들이 움직여야 한다. 과연 현직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바야흐로 세기의 외교가 한반도에서 펼쳐지려 한다. 이를 관람할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2011.4.8)


동북아의 文은 진실이 담긴 문장으로 동북아 정세를 분석합니다.

동북아의 門은 동북아의 평화번영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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