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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오디세이 새벽, 무너지는 현대 제국주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5. 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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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고생하고 북한과 대치중인 미군은 리비아에 적극 개입할 능력도, 의욕도 없다. 그저 유럽에 떠넘길 뿐이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현대 제국주의 질서가 미국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무기력한 오디세이 새벽, 무너지는 현대 제국주의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3월 19일 미국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와 함께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이란 작전명 아래 리비아 폭격을 감행한다. 하지만 이라크를 침공하였던 ‘사막의 폭풍작전’과 전황은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뭐가 문제인 것일까?


미국이 목표는 카다피 정권교체


미국은 초반에 여러 차례에 걸쳐 카다피 정부를 전복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2월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서방이 카다피 전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네오콘으로 알려진 폴 윌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도 미국이 카다피 축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월 26일 카다피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카다피는 물라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노골화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이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는 목표는 카다피 정부를 전복하고 리비아에 친미 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카다피 정권 붕괴에 나선 것은 카다피 정권이 반미, 사회주의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발표한 글 ‘리비아를 통해 본 악랄무쌍 제국주의’에서도 설명하였다. 물론 21세기 들어와서 리비아와 미국은 관계정상화 과정을 밟았고 카다피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응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억지 춘향보다 자발적 노예가 좋다. 가능하다면, 그리고 친미정권을 세울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미국은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이집트의 무바라크 친미정권 붕괴가 자극제가 되었다. 미국의 대중동정책의 주요 축으로 기능하였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자 미국은 향후 이집트에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이집트에 반미정권이 집권할 경우 카다피 정권이 자극을 받아 미국에 적대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중동에도 반미 분위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이는 이란-시리아 축과 더불어 이스라엘을 양면에서 포위하는 형국이 되어 미국의 중동패권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이유로 이집트에 반미로 돌아서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리비아에 친미기지를 구축하고자 했을 것이다.


무기력한 반란군과 미국의 개입


반정부 시위 보름 만에 조직된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는 군대를 꾸리고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여러 거점들을 차례로 장악하며 리비아를 내전상황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반란군은 생각보다 무기력했다. 외신은 2월 26일 시위대 일부가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리비아 정부군의 반격에 반란군이 물먹은 담처럼 무너져 내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급기야 3월 15일, 리비아 정부군은 반란군의 근거지인 벵가지의 턱밑까지 진격하였다. 궤멸 상태에 이른 것이다.


▲4월 20일 리비아 상황. 반란군 일부가 서부 미스라타에 고립됐다.


금방이라도 전 리비아를 다 삼킬 듯하던 반란군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서방의 외신보도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애당초 반란군의 성과가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컸다는 것이다. 반란군의 진격이 절정에 달해 미국이 카다피에게 망명을 요구하던 3월 초에도 트리폴리 인근은 평온하였다는 교민사회의 전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반란군이 무너지자 이들만 믿고 있던 미국은 부랴부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엔을 통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는 이를 확대해석하여 리비아 공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세는 지난 아프간, 이라크전과도 판이하게 달랐다. 미국은 리비아 공습은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신통치 않은 미국의 군사력


3월 21일의 미국 공습양상을 보면 토마호크 미사일 124발에 B-2 스텔스 폭격기가 19대 동원되는 수준이었다. 대 이라크 작전인 ‘사막의 폭풍작전’ 경우 항공모함 8척과 1820여대의 전투기와 폭격기, 3000대의 탱크가 동원된 것에 비한다면 매우 협소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시작부터 지상군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미군과 유럽 각국의 군대가 공습을 시작하면서 리비아 정부가 급격히 붕괴하고 반란군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많은 이들은 의아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리비아 군이 계속해서 반란군을 제압한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리비아 군도, 반란군도, 나토군도 전쟁의 승기를 잡지 못하고 대치하는 형국이며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18일(한국시각) 마이클 헤이든 전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리비아 군사개입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전 조짐은 사실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개시된 시점에서 이미 나타났다. 만약 속전속결로 카다피 정부를 전복할 계획이었다면 반란군과 호흡을 맞춰 공세를 펼쳐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반란군이 궤멸직전의 상황에 내몰린 3월 17일 부랴부랴 공습을 단행하였다. 개입 시점부터 수세적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리비아 사태를 장기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를 장기화하기보다는 속전속결로 카다피 정권을 전복하는 게 미국에게는 더 이익이다. 또한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에게 작전 지휘권을 넘겨주며 사태에 한발 물러섰으며 유럽 국가들과 작전의 목적과 지상군 투입 문제로 아옹다옹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미국 내에서는 헨리 키신저 같은 대외정책 명망가들 속에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지 말자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도대체 미국은 왜 리비아에 개입했느냐는 원초적 의문까지 나오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장관


피곤한 미국, 쉴 틈 없는 전쟁 때문이야


미국이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적극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프간과 이라크의 후유증 때문이다. 3월 21일 SBS 뉴스는 “이라크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한 미국이 그걸(지상군 투입을) 꺼리고 있어서 서로 누가 앞장설 지 지금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하였다. 미국은 이미 한반도 군사훈련에 상당한 무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아프간 전쟁을 수행하고 이라크에도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비아에 전면전쟁의 전선을 형성할 군사적 여력이 충분치 못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예산안을 두고 대립하다가 3월 4일에는 연방정부가 폐쇄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물론 미국은 이 와중에도 국방부문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예상치 않은 전면전쟁 전선을 하나 더 형성하는 것은 지금의 미국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리비아 전선에 적극 개입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동 민중의 투쟁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은 튀니지, 이집트 등 반독재투쟁의 열풍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예멘 등 도처로 확산되고 있다. 민중의 투쟁 기세가 뜨거운 때에 자칫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논란이 된다면 중동의 전반 투쟁이 반정부 투쟁에서 반미투쟁으로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스라엘의 존재, 이라크 전쟁 등으로 중동지역에서 반미정서는 매우 뿌리 깊은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 당시 거침없이 탱크를 집어넣고 ‘전쟁승리’를 주장하던 미국이 이제는 중동의 민심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를 보는 것은 그들이 중동 지역에서 급속히 고립되고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근저에는 중동투쟁의 경제적 측면, 즉 미국의 경제위기에 따른 자본시장 붕괴가 있다. 미국은 경제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찍어냈으며 이는 고스란히 제3세계, 중동지역의 물가를 급등시켰다. 즉, 중동의 민중봉기는 사실 미국의 책임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무너지는 현대 제국주의


이번 리비아 전쟁에서 주목할 부분은 제국주의 국가들 내에서조차 미국의 지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현대 제국주의는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결탁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분별한 식민지 확장 경쟁으로 인한 식민지 쟁탈전이었으며 이로 인하여 제국주의 국가들끼리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급속히 확산되는 사회주의는 제국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결국 제국주의 국가들은 가장 부강한 국가로 떠오른 미국을 정점으로 결탁하는 질서재편을 통해 서로 공격하지 않고 생존을 모색하자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 현대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가운데 유럽이 유럽연합을 건설하고 유로화를 사용하며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현대 제국주의의 질서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라크전에 대한 유럽의 반발이 대표적인 예다. 급기야 이번 리비아 전쟁에서는 미국이 작전 지휘권을 떠넘기고 한발 뺄 궁리를 하면서 현대 제국주의의 수장으로서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현대 제국주의 질서가 붕괴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서로 자기 살길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미국의 리비아 ‘급변사태’ 개입은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은 리비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고 해도 병력 손실과 경제 부담이 두렵고 반미투쟁이 들불처럼 확산될 위험성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고 리비아 문제를 그냥 두자니 리비아의 반미성향에 불을 붙인 상황이라 방치할 수도 없게 되었다. 한때 유일 초강대국이라 자부하던 미국이 자그마한 리비아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은 미국이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국제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제국주의적 침략속성은 무려 10여 년을 잠복할 만큼 집요하지만 오늘 미국의 처지는 변변한 작전 하나 제대로 성공하는 것이 없을 만큼 궁색하다.


준비기간 8년에 인구 600만 명의 자그마한 리비아 ‘급변사태’에도 허우적대는 미국이 과연 북한 ‘급변사태’를 추진할 수 있을까? 북한과의 전쟁은 탱크 몇 대 부서지고 비행기 몇 대 추락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아우르는 우주전쟁,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가고 핵탄두가 미군기지 도처에서 폭발하는 핵전쟁이다.


리비아에서 8년을 기다린 집요함을 보면 미국은 결코 북한 붕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에서 쩔쩔매는 지금의 한심한 수준으로는 그저 망상에 불과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2011.5.6)


동북아의 文은 진실이 담긴 문장으로 동북아 정세를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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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독자들의 요청으로 그동안 매주 금요일 발표해온 <금요칼럼>을 확대하여 매주 화(火:)요일과 금(金:)요일에 <불철주야>란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주제 또한 동북아, 한반도 정세 분석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정세, 국내정세는 물론 사회과학이론분야까지 다양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진보와 통일,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동북아의 문에서 발표하는 글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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