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군 위해 파괴되는 구럼비, 그리고 이어도 마찰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3. 13. 09:00

본문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새로운 안보전략을 선언했다. 여기에 적합한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주도다. 그래서 미국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다그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공사를 최대한 진척시킬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다.


미군 위해 파괴되는 구럼비, 그리고 이어도 마찰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이명박 정부가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며 바위를 폭파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국민들, 심지어 외국인들의 반대마저 공권력으로 짓밟고 바위를 폭파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은 지금 제2의 4.3항쟁을 겪는 듯한 전쟁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구럼비 발파 장면


대체 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둬가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일까? 제주 해군기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정부는 계속 부인하지만 제주 해군기지의 주요 고객은 미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우선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외교문서 가운데 지난 2007년 4월 27일 주한미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문서(문서번호 07SEOUL1211)에 제주 해군기지 관련 정보가 등장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예정된 해군기지는 아마도 위미항에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동쪽으로는 일본으로 항해하고, 서쪽으로는 중국으로 항해하며, 남쪽으로는 대만으로 항해하며, 또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중요한 해상 소통로를 위한 이상적인 위치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제시할 때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언급했지 대만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만은 미군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분석은 미국 입장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에게 <이상적인 위치>임을 강조한 것이다.


작년 7월 9일에는 노암 촘스키 교수와 에드워드 J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전 부소장 등 25명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제주 평화의 섬 지지성명서>를 보내왔다.


▲노엄 촘스키(왼쪽)·에드워드 J 베이커


여기서 이들은 ≪제주도는 러시아,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동북아시아 삼각축에 전략적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국군의 기지는 언제든지 미국에 공여되도록 돼 있다≫며 ≪제주도에 이지스함을 동반한 전략적 성격의 군사기지가 설치된다면 제주도는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8월 6일 <뉴욕타임즈>에 미국 한국정책연구소 특별연구원인 크리스틴 안이 기고한 글이 실렸는데 여기에는 ≪내가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에 전화로 제주도 해군기지에 관해 항의하자 그에 대한 대답은 <우리한테 전화하지 말고 미국 국무성이나 국방성에 전화하세요. 해군기지를 건설토록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니까요>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미한국대사관조차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지시로 건설됨을 인정한 것이다. 즉, 미국이 자신들이 활용할 해군기지를 돈 한 푼 안 주면서 한국 정부를 시켜 건설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평화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역시 작년 8월 1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이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월 12일에도 <뉴욕타임즈> 기고와 CNN 인터뷰를 통해 ≪제주해군기지는 미군의 탄도탄 요격미사일이 설치되는 대중국 봉쇄용 기지≫라며 ≪평화를 해치는 군비경쟁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을 찾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왼쪽에서 두 번째)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중국봉쇄용 기지로 사용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한국 해군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규정상 미군이 우리 시설을 활용하려면 관련 정부, 외교통상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 무근이다.


일단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상호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조항에 따라 미군은 육해공군을 어디든 배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 아닌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지위협정 10조 선박과 항공기의 기착 조항에 따르면 ≪1. 합중국에 의하여, 합중국을 위하여 또는 합중국의 관리 하에서 공용을 위하여 운항되는 합중국 및 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 ≪3. 제1항에 규정된 선박이 대한민국 항구에 입항하는 경우 통상적인 상태 하에서는 대한민국의 관계 당국에 대하여 적절한 통고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미군 선박과 항공기는 한국 관계 당국에 통고만 하면 아무런 비용도 없이 항구와 공항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승인>은 필요가 없다. 물론 설사 한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해도 지금의 일방적인 한미관계를 놓고 볼 때 한국 정부가 거부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군사전략 비중을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1월 5일 미 국방부는 신국방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우리는 필연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쪽으로 미군 안보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군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적합한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주도다. 중국, 대만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다그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공사를 최대한 진척시킬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 필연적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은 이어도가 자신의 관할권이라 주장하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은 예전부터 이어도를 자신의 관할권이라 주장해왔다.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최근 다시 이를 주장한 것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어도는 바다 밑에 있어 파도가 칠 때 가끔 보인다.


미군의 중국 견제에 협조하다 엉뚱하게 우리 영해가 분쟁에 휘말리는 꼴이다. 이것 역시 이명박 정부의 출중한 외교 실력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군이 투입될 것이고 중국은 미군이 출발하는 기지로 활용될 제주 해군기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평화의 섬 제주도가 중국-미국 싸움에 전쟁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다.


혹자는 중국의 이어도 강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좋은 전략은 아니다. 지금 중국은 이어도 주변을 경찰력으로 순찰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맞선다면 중국도 해군력을 투입할 것이고 결국 군사적 대치로 가면 이어도 주변 해역은 분쟁해역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일본이 독도를 노린다고 해서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구럼비 바위


지금 이 순간에도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 자연유산인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기 위해 폭약을 쏟아 붓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해군기지 건설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 (2012.3.13.)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 <동북아의 문> 창립 1주년 기념 칼럼집 <2012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이 나왔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