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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꼭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할까?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3.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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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정당투표는 통합진보당>이라는 문구로 교섭단체 진입을 노리고 있다. 단순한 여소야대 상황을 넘어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진보당은 꼭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할까?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최초의 전국적 야권연대를 실현하고 경선 결과가 나오면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인터넷 공간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OOO를 하겠다!!≫는 약속놀이를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미 이정희 대표는 뽀글이 파마를 하겠다, 심상정 대표는 살사댄스를 추겠다, 유시민 대표는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등 공동대표들과 각계 유명인, 평당원들이 온갖 약속을 올렸다.



▲약속놀이


통합진보당 교섭단체 진입 가능성은?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곳이 27곳이며 당선 가능성을 놓고 볼 때 보통 10석 안팎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당 득표율을 통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해야 하는데 현재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5~10%로 나온다. 리얼미터가 3월 26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8.0%였다. 대략 4~5명까지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1인 2표제인데다가 역대로 정당 지지율보다 정당 득표율이 더 높았음을 감안하면 8~9석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통계수치만 놓고 따진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는 10% 이상 차이 나는 현실, 정부여당 심판론이 우세하고 야권단일후보에 바닥 민심이 쏠리는 상황,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높은 2~30대 투표율이 갈수록 올라가는 경향 등을 고려하면 지역후보, 비례후보 모두 예상보다 더 많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 하한선인 20석이 무난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선거에는 언제나 돌발 변수가 있는 법이다. 이정희 대표의 후보직 사퇴 사건, 일부 후보들의 단일화 경선 불복과 무소속 출마 강행, 급증하는 색깔론 논란 등 이미 통합진보당의 부상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남은 기간 무슨 악재가 더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총선 이후도 문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야권에 대한 집중적인 표적수사로 당선무효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통합진보당 입장에서는 20석을 가까스로 넘긴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체 원내교섭단체가 무엇이기에 통합진보당이 여기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일까?


교섭단체의 막강한 권한은 어느 정도?


원내교섭단체의 정확한 명칭은 교섭단체다. 교섭단체는 국회법 제33조가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그러나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국회의원 20석 이상을 가진 정당은 자동으로 교섭단체가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20명의 국회의원을 모으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연합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교섭단체를 등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교섭단체 공동구성에 합의한 이회창, 문국현


교섭단체의 권한은 상당히 막강하다. 국회에서 원내정당과 원외정당(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이 하늘과 땅 차이라면, 원내정당 내에서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역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교섭단체는 교섭단체 대표 협의를 통해 국회 의사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언제 무슨 안건과 법안을 처리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이 과정에서 안건과 법안 내용에 대한 협상도 함께 진행된다. 따라서 비교섭단체는 교섭단체들이 결정한 국회일정에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교섭단체들끼리 밀실협의를 통해 비교섭단체들을 따돌리는 관행도 존재한다. 실제로 작년 연말 예산안 통과, 연초 석패율제 문제 등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몰래 새누리당과 밀실협의를 통해 처리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거꾸로 말하면 교섭단체만 되면 국회 의사일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된다. 통합진보당이 교섭단체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이른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각종 진보개혁 입법활동을 하는 등 국정개입력, 정국주도력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또 교섭단체는 국회법 등에 의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첫째,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으며 각 위원회에 간사 1인을 둘 수 있어 상임위 운영에 상당한 발언권을 얻게 된다.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관위 등 국회 몫으로 배정된 각종 인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간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둘째, 입법 활동 보좌를 위한 정책연구위원을 둘 수 있으며 국가에서 그 비용을 지불한다. 비교섭단체에 비해 정책 수립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셋째, 국고보조금 지급의 규모가 바뀐다. 교섭단체에는 보조금 지급 총액의 절반을 균등할로 지급하기 때문에 비교섭단체에 비해 훨씬 큰 보조금을 받게 된다. 기업 후원을 받기 힘든 통합진보당 입장에서 국고보조금 규모는 당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혜택들이 있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처지를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정권심판, 민주통합당만으로는 안되나?


19대 총선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국민주권시대를 열어야 하는 중요한 국회를 건설하는 선거다.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같은 개혁입법도 해야 하고, 한미FTA 폐기, 재벌개혁, 신자유주의 극복 같은 활동도 해야 한다. 정치개혁도 절실하다. 지역주의를 근절하고 서민들, 노동자와 농민,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위기의 남북관계도 되살려야 하며 불평등한 한미관계, 한일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한마디로 사회 전반의 기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통합진보당을 제외하고 원내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뿐이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원내교섭단체로서 수구정당인 새누리당을 충분히 견제하고 사회 전반의 기틀을 다시 세우기 위한 진보개혁적 역할을 다 한다면 굳이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거 민주통합당의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위터에서 언팔운동의 대상이 된 한명숙 대표


우선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개혁성향이 강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새사회를 주도할 만큼 충분히 진보개혁적이지는 못하다. 단적으로 한미FTA에 대한 입장,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 등에서 철저하지 못하고 소극적이며 절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적 구성에서도 김진표 원내대표 같은 한미FTA 찬성론자가 여전히 당의 요직을 맡고 이번 총선에 공천될 정도다. 야권단일화 경선에 불복한 후보들도 모두 민주통합당 출신이다. 오죽하면 민주통합당 공천이 개혁적이지 않다며 항의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을 정도겠는가.


만약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못하고 민주통합당만 교섭단체가 된다면 과거의 느슨하고 오만한 모습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양당체제에서 정권을 주고받는 식으로는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도 없고, 과거와 같이 새누리당과 밀실협상을 통해 국회 운영을 타협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한미FTA 폐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재벌개혁, 정치개혁, 평화통일 등 진보적 의제를 가지고 국회를 압박할 수 있다. 느슨해진 민주통합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이번 총선의 목표로 정부여당 심판을 든다. 정부여당 심판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을 대거 낙선시키고 진보개혁적 야권단일후보들을 대거 당선시켜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만든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소극적이고 절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제대로 된 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통합진보당 원내교섭단체다.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정당투표는 통합진보당!


이것이 이번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위한 최적의 투표전술이다. (20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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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475625126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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