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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공위성 발사의 두 가지 의미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3.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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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4월 11일로 정해진 것은 2004년 개정 공직선거법에 의해서이지만, 북한이 정한 4월 15일이라는 날짜는 이미 100년 전에 결정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날짜가 비슷할 뿐이다. 한국이 나로호 발사하는데 북한 정치일정 고려하지는 않듯, 북한은 <강성국가> 건설 일정표에 따라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공위성 발사의 두 가지 의미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작년 2월 25일 <동북아의 문>은 <북한은 과연 미사일을 쏠 것인가>란 제목의 글을 통해 올해 4월 15일 이전에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을 통해 실용위성 혹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사실 상식을 가진 전문가라면 누구나 올해 4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실이 됐다.


지난 3월 16일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실용위성의 이름은 <광명성-3>호이며 운반로켓은 <은하-3>호, 위성의 종류는 극궤도 지구관측위성, 발사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이다. 철산군에 동창리가 있으므로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은 작년에 주목받은 동창리 발사장과 같은 발사장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담화는 또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을 계기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이며, 정부의 우주개발과 평화적 이용정책에 따라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규정과 관례를 지키며 투명성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발표가 나오자 주변국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새벽에 곧바로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은 국제적 의무를 직접 위반한 것으로 매우 도발적이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상은 ≪자위대에 파괴조치를 명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이명박 정부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핵무기의 장거리 운반 수단을 위한 중대한 도발 행위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을 발표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만약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하였다.


러시아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발표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라고 하였고, 중국도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주중북한대사를 만나 관심과 우려를 전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인공위성을 발사하려는 것일까?


<광명성 3호>는 <강성국가> 건설의 축포?


북한의 앞의 담화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가 ≪강성국가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힘 있게 고무하게 될 것이며 우리 공화국의 평화적 우주이용기술을 새로운 단계에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전부터 준비해 온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상징적 선포를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왜 하필이면 총선을 앞둔 지금 같은 시기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강성대국> 건설이 오래 전부터 국가의 전략 과제로 제시되었고 특히 올해 2012년 4월을 상징적인 시기로 설정해 왔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광명성 3호는 강성대국 <축포>로 북한 사람들이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 훨씬 전인 2년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


쉽게 말해 총선이 4월 11일로 정해진 것은 2004년 개정 공직선거법에 의해서이지만, 북한이 정한 4월 15일이라는 날짜는 이미 100년 전에 결정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날짜가 비슷하지만 북한이 총선을 고려해 인공위성 발사 날짜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총선을 고려해 발사 날짜를 미루는 것도 가능성이 없다. 한국이 나로호 발사하는데 북한 정치일정 고려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지난 두 차례 인공위성보다 더 진일보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두 차례 인공위성이 시험위성인 반면 이번 위성은 실용위성이다. 과거 위성은 시험용 통신위성으로 전파를 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지구관측장비가 실린 실용위성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인공위성의 궤도가 극궤도인 점도 이번 인공위성이 실용위성임을 보여준다. 극궤도위성은 북극과 남극 사이를 오가는 위성이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궤도위성이 몇 바퀴만 돌면 지구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극궤도위성은 관측, 탐사, 정찰위성으로 사용된다. 시험용 위성이면 굳이 극궤도로 발사할 이유가 없다.


▲극궤도위성의 궤도


또한 발사체도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 첫 인공위성 발사체는 <백두산 1호>, 두 번째 발사체는 <은하 2호>였는데 이번 발사체는 <은하 3호>라고 하였다. 새로운 로켓인 것이다. 발사체의 발전은 광명성 2호가 타원궤도임에 비해 광명성 3호가 극궤도위성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처음에는 타원궤도를 돌게 된다. 타원은 찌그러진 원으로 타원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지구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인공위성이 필요한 궤도까지 올라가면 궤도수정을 통해 타원궤도를 원궤도로 바로잡는다. 이런 궤도수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더욱 발전된 로켓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은 새로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강성국가>에 진입했음을 선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북한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결코 미룰 수 없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인 중국, 러시아가 우려를 표하고 있음에도 ≪위성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면서 반드시 발사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즉, 지금 북한은 주변국과의 관계 문제보다 <강성국가> 선포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강성국가>만 되면 나머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처럼 북한은 자체 일정에 따라 인공위성을 발사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3차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가 발표되고 그 이행이 한창 논의되는 와중이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진정성 판단 잣대?


이번 <광명성 3호>는 여러모로 2009년에 발사한 <광명성 2호>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광명성 2호> 발사장면


당시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사전 예고한 후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이를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규탄했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이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곧바로 핵실험을 단행했다. 당황한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가했고,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선언했다.


북한은 <강성국가> 건설 시간표에 따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확인하는 사건이 되었고 이후 오바마 행정부 아래 북미관계를 규정짓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번에도 북한의 의도와는 별개로 인공위성 발사가 자연스레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확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를 통해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인 인공위성 발사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즉, 북한은 이번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미국이 고위급회담 합의를 이행할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미사일 발사>라고 표현하면서 두 가지 근거를 들어 반대했다. 첫째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구체적으로 1718호 및 1874호 결의를 위반했다는 뜻이다. 1718호 결의는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후 이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북한에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이란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약속한 것으로 이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이었으므로 회담이 중단된 당시에는 북한이 지킬 이유가 없었다.


1874호 결의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내용이며 여기에는 북한에게 <어떤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과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에 대한 기존 약속을 재확립하도록 결정>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1718호 결의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여기서 쟁점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하려는 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공위성 대신 핵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과 똑같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고 이를 명분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금지할 수는 없다. 같은 논리라면 한국이 두 차례나 발사했던 나로호가 탄도미사일로 전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논증할 수 없게 된다.


▲나로호


그렇다면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은 어떨까? 이 표현은 사실 애매한 측면이 있다. 어디까지를 관련 활동으로 볼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북한은 두 유엔 안보리 결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강대국끼리 북한의 주권을 짓밟은 합의이기 때문에 유엔 헌장 정신에도 맞지 않고 따라서 북한은 이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북한에게 인공위성 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미 고위급합의 위반일까? 합의에는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유예한다고 했지 인공위성 발사를 유예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합의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꾸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미사일 발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북한이 외국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해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하고 있어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예정대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2009년처럼 유엔 안보리에 가지고가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전례 없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당시처럼 중국이 미국에게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지금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는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 정작 안보리에서도 미국의 손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작년 북한 국상 때 중국 지도부 전원이 조의를 표했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에서 더 제재할 것도 없다. 지금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약속한 영양제공을 취소하는 것인데 북한에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는다. 군사적 옵션도 쉽지 않다.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이 날아가는 참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면전이 되지 않더라도 올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문제, 이란 핵문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문제 등 미국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이런 이유로 3월 19일자 서울신문은 보도를 통해 ≪현실적으로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외교적 협조≫인데 ≪지금은 미·중이 군사적으로 경쟁하는 구도여서 중국이 미국 편을 들기 힘든 측면도 다분하다≫고 하면서 ≪미 정부가 북한의 발표 직후 <단호한 응징>보다는 <발사 계획 취소>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하였다.


어떻게 보면 북한은 자기 시간표에 따라 자기 행동을 하는 것인데 미국은 반대할 수도, 찬성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린 꼴이다. 북한은 공식 발표 전에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다. 이는 북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별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북미 고위급회담 합의를 이행하면 아무 문제없이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2009년처럼 3차 핵실험은 물론 진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합의에서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임시 중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무엇이 이득일지 잘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어떻게 총선에 활용할지 머리 굴리는 게 결코 정부여당에 유익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로켓을 미사일로 개조해봐야 한국을 과녁으로 삼을 리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단거리 미사일이 위협이지 미국까지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이 위협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적인 내용을 두고서 ≪중대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떠들어봐야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가 규탄한다, 요격한다 시끄럽게 굴자 많은 국민들이 <아니, 우리도 조만간 나로호 쏠 텐데 똑같은 인공위성 가지고 민망하게 왜 그러냐>면서 의문을 표했었다. 이명박 정부는 <북풍이 역풍으로 되는 시대>에 하루빨리 적응해야 할 것이다. (20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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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는 아래 링크로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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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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