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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여당에만 참여하면 그들은 변하는 것일까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8.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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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페스트보다 무서워하고, 국민의 힘은 믿지 못하고, 이런 정부 아래서는 아무리 뛰어난 진보인사라 해도 변질되기 마련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이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왜 정부여당에만 참여하면 그들은 변하는 것일까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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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86세대 정치인들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386세대라는 별명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486세대로 바뀌었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화운동, 진보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대거 흘러들어가면서 후진적이고 천박한 한국 정치가 개선되고 자연히 나라도 민주적이고 진보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들어간 386세대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386세대뿐 아니라 과거 속칭 ‘운동권’ 출신들 다수가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였다. 왜일까?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명박 대통령도 6.3세대다


정치권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들은 크게 세 가지 길을 선택했다. 하나는 이재오, 원희룡, 고진화, 김무성, 김문수들처럼 자신들의 기존 주장과 정반대의 길로 변절하여 한나라당 등 수구정당에 입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주장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에 입당한 이들이다.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힘든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많은 운동권들이 이 길을 선택했다.


보수세력의 길을 따라간 이들


마지막으로 ‘현실정치’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대정당인 민주당 등 개혁정당에 입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기존의 자신들 주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펼치려면 민주당 등 영향력 있는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개혁성향 정부에 참여해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정치에 뛰어든 인물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김대중, 노무현 정부, 그리고 민주당 등 개혁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물론 이들이 과거사 청산이나 민주주의 제도 개선, 6.15공동선언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 등의 성과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며,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등 한계도 분명했다.


▲노동인권변호사 출신 송영길 시장은 지금도 한미FTA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열린우리당 한미FTA 특위 성원이었던 송영길, 임종석, 이광재 등은 모두 한미FTA 찬성론자였다. 그런데 송영길 현 인천시장의 경우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0년대 전국학생운동연합(전학련)을 이끌었던 인물이며, 임종석 전 의원은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유명하고,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역시 학생운동 후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을 했다가 투옥된 경력이 있다. 과거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이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한미FTA 체결을 찬성한 것은 왜일까?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청학련 활동을 했던 정동영 전 의장은 “파병은 국가적 신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파병에 찬성했다. 임종석 전 의원은 애초에 파병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까지 하였으나 파병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신랄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서울대 프락치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며 작성한 항소이유서로 유명한 유시민 현 국민참여당 대표도 1차 이라크 파병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가 “비겁했고 또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2차 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져 논란이 되었다.


노동운동 탄압의 경우는 더 심하다. 원풍소방노동조합 지부장 출신인 방용석 노동부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발전소 민영화에 반발한 발전노조 파업 당시 “노조를 어떻게 믿느냐”며 경고문이나 다름없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파업 과정에서 수백 명의 노조원들이 연행되었지만 노동부장관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 입장에 철저히 섰다. 같은 해 병원노조 파업 당시에도 “의사들은 개인이 아니라 회사이익을 위해 파업했지만, 노조원들의 파업은 회사를 위한 파업이 아니라 의사파업 때와 달리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이랜드 파업 진압


3선개헌 반대 전국비상학생총회장을 역임했고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이상수 노동부장관 역시 2006년 삼성그룹의 무노조 신화를 긍정평가하여 물의를 빚었고, 2007년 이랜드 파업 당시 사측의 불법행위에는 눈을 감고 공권력을 투입하여 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을 짓밟았다. 또 민청학련 사건으로 유명한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은 비정규직 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하여 2244명을 직위해제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였다.


페스트보다 무서운 미국


이처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출신 인사들이 개혁정당과 정부에 합류하기만 하면 대다수 입장을 바꾸고 기성 정치인들에 휩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개인의 신념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우선 한미동맹에 매달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정부의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하였다. 유시민 대표도 당시 “이라크 전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콜레라에 비유하고, 파병을 취소해서 미국 네오콘과 등짐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페스트에 비유한다면, 일단 지금 상정할 수 있는 차악의 해법은 무조건 페스트는 피하고 콜레라는 가볍게 앓는 정도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보다 미국을 더 두려워했다


미국 앞에서 NO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집권한 노무현 정부조차 한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습은 전형적인 공미주의(미국을 두려워하는 주의)라 할 수 있다. 공미주의에 빠져있으니 미국의 FTA 체결 요구에도 싫다는 말을 못한다. 4대 선결조건을 제시하자 조건 없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라. 강준만 교수도 2007년 5월 한겨레21 칼럼에서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찬성 논리는 한국인의 국가주의 정서에 숭미주의, 공미주의가 가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주권을 행사할 강한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어떤 개인도 자기 신념을 끝까지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가, 수구세력을 두려워하는가


다음으로 국민들 속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개혁정부가 들어서자 수구세력들은 말세가 도래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과 어용단체들을 내세워 정부여당의 일거수일투족을 친북좌파행위로 둔갑시키기 위해 발악했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믿고 국민들의 힘으로 이런 공격을 막아냈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들에게 국민들의 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요, 수구세력의 압력은 눈에 보이는 칼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혁정부와 여당은 수구세력에 밀려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였고 이에 실망한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노동운동 출신의 노동부장관이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고 자본가와 기업을 대변하는 현실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처럼 대중에 대한 올바른 관점, 대중의 힘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진보개혁정치다.


이렇게 볼 때 아무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사라 하더라도 개인이 개혁정당이나 정부에 참여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소기의 성과를 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진정 국민주권시대를 열어나가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힘에 의거하여 미국의 부당한 압력과 수구세력의 난동을 이겨낼 정부를 세워야 한다. 진보의 힘을 키우기 위한 진보대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20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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