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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한반도, 남은 것은 전쟁뿐?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5. 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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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국도, 미국도 사회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가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궁에 빠진 한반도, 남은 것은 전쟁뿐?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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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제안은 대화 거부 선언


이명박 대통령이 5월 9일 유럽 순방 중 독일 베를린에서 한 대북 제안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에 ‘한반도 평화선언’이 나온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확고한 핵포기 의견을 국제 사회와 합의하고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면 내년 3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대하고 싶다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거절로 해석할 수 있기에 분노를 더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4월 2차 핵안보정상회의 장소가 서울로 결정된 뒤 “북한이 2010년, 2011년 2년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해 합의된 사항을 따르게 된다면 기꺼이 초대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일관되게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내걸어 왔다. 따라서 베를린 제안은 그저 틀에 박힌 소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한다.


예상대로 북한은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대담에서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반응하였다. 즉, 지금까지 각종 대화를 적극 제안하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백두산 화산 관련 남북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자는 남측 제안에 답을 주지 않아 무산시켰고,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 동해 표기 관련 협의 제안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농협 해킹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고 백령도에서 사격 훈련에 한미 해병대 참모 전술토의까지 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실마리가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결정적으로 남북대결을 주도한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지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임이 확인되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며 나아가 군사적 충돌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개각에서 살아남은 현인택 통일부장관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권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일까?


애초에 북한은 4월 23일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비망록을 통해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이명박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다음 “남측이 끝까지 외면한다면 우리는 대화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남북대화와 관련한 모종의 판단을 내렸음을 암시했다. 이는 아마도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계속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와 대화하는 게 무용지물이라는 판단 아래 더 이상 대화공세를 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북한은 4월 중순까지 백두산 화산회의를 통해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3일 이후 어떠한 대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사실 백두산, 동해 표기, 적십사 회담 등은 북한이 먼저 요구한 것들이었음을 염두에 둔다면 분명 북한이 23일 비망록 발표를 전후로 대남 정책에 변화를 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4.27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직후인 28일, 북한은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통해 정상회담 제안을 하였다. 그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통해서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에서 갖는 절대적 권위를 생각한다면 이 구두 친서는 결코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그만인 성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선거에 패배한 이명박 정부가 남북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겼다고 보고 ‘최후의 제안’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즉, 23일 비망록을 통해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을 것’을 밝혔지만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마지막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카터 전 대통령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받지 않았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하였다. 이는 사실상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대화는 없고 오로지 대북 압박만 있을 뿐이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5월 12일자 통일뉴스 보도 “남북관계, ‘베를린 쇼크’에 빠지다”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금 같은 남북관계가 임기 말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지적에 “그렇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풍전등화 이명박 정부의 선택


지금 이명박 정부의 처지는 그야 말로 풍전등화나 마찬가지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후 여당은 내분에 휩싸였으며 유일한 ‘치적’으로 삼으려는 4대강 공사는 연일 사건 사고 소식으로 얼룩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폐기, 구미 단수사태,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영남지방의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과학벨트 선정도 심각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 마디로 현 정부가 하는 모든 일들에 국민들의 불만과 비난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이는 집권 기반이 무너졌으며 집권 세력 내에서조차 통제가 먹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면 머지않아 곳곳에서 양심선언이 터져 나오며 현 정부가 그간 저지르고 숨겨온 비밀들이 속속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 정권 유지에 결정타가 되는 사안이 한두 건이 아니다. 천안함, 4대강, BBK 등 정권의 명줄을 쥔 사안에서 만에 하나라도 뭔가가 드러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기득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농협 해킹 사건 결과 발표, G20 포스터 쥐그림 낙서 사건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면 이제 검찰도, 사법부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 매우 강하다. 재벌들에 대한 불만도 심각하다. 얼마 전 미국의 애플사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인 삼성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전 세계적으로 애플에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임에도 국내에서는 특이하게 삼성에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사회가 임계점을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자살만 할까? 지금 한국 사회는 폭풍 전야이며 제2의 중동, 제2의 재스민 혁명을 걱정할 때가 아닐까?


▲재스민 혁명은 오히려 한국이 걱정해야 할 듯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첫째는 어떻게든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각종 개혁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정부가 할 일이지만 실제로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하다.


둘째는 나라가 망하든 말든 최대한 이권을 챙겨 부정축재를 한 뒤 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망해가는 나라를 되살리느라 정신없는 속에서 자신들은 호의호식하다가 임기 말이 되면 ‘5년 간 한 게 뭐냐’는 식으로 떠들며 정권을 탈환하면 그만이다. 97년 IMF 사태와 대선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부정축재가 들통 나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능한 피하고 싶은 선택지일 것이다.


셋째는 더욱 폭압적인 내정을 펼쳐 붕괴를 저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유용한 게 전쟁이다. 1998년 12월 미국이 이라크에 나흘간 집중공습을 감행했는데 이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이른바 지퍼게이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통설이다. 실제로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는데 이라크 공습으로 인해 탄핵 표결이 연기되었다. 이 밖에도 전쟁이 정권의 위기를 건진 사례는 많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제안한 마지막 ‘기회’를 거부한 꼴이며 이로 인해 대화는 고사하고 전쟁 위기만 증폭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과연 정부는 지금의 사회 위기를 위 세 가지 대안 가운데 무엇으로 돌파하려는지 의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작년 연평도 사태에서 확인했듯 지금 국지전이 발생하다면 언제든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처지도 오십보백보


우리가 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이다. 정부는 ‘베를린 제안’ 전에 미국과 상호 조율을 마쳤다고 강조하고 있다. 5월 11일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3월 한국에서 열리는 핵안보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기에 앞서 미국과 사전 조율을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도 이명박 정부의 선택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올해 초 중-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이번 중-미 전략대화에서도 이를 재확인했으며 그간 이명박 정부에 남북대화를 압박했다고 알려진 미국이 왜 이명박 정부의 대화 거부 행보에 동의했을까?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국 중국 간 전략 및 경제대화


사실 지금 미국도 심난하기가 이명박 정부 못지않다.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심지어 8월 2일까지 정부 부채 한도를 증액하지 못하면 채무상환불이행, 즉 디폴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이 그 때까지 타협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급증하는 정부 부채에 대한 위기가 디폴트는 물론 정부 파산까지 예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미국은 일본을 희생시켜 경제를 살린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지경이지만 유력한 제물 후보인 중국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여기에 미국의 국제적 고립도 심각하다. 최근 빈 라덴 사살과 시체유기를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을 정도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국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중동 각지의 친미정권들이 고립되는 상황에다 적극적 개입을 시작한 리비아의 전황도 몇 달째 지지부진한 형편이니 가히 미국의 처지가 한심하다 하겠다.


예상되는 미국 경제의 붕괴와 연이은 세계 경제 붕괴, 그리고 미국의 국제적 고립은 미국에게, 나아가 국제독점자본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단이란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 2차 세계대전은 모두 출로가 막힌 자본주의 나라들이 국제 질서를 뒤흔들어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최후의 출구로 선택한 전쟁이다. 당시 독점자본가들은 설사 패배하더라도 전쟁을 통해 질서를 재편함으로써 붕괴에 직면한 자본주의를 살려낼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결국 전쟁을 선택한 것일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전쟁의 결과가 자칫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면서 국가 자체가 붕괴하는 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못하니 대화를 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닌 듯하다. 지금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뒤에 숨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선택지 역시 많지는 않다. 일단은 북한과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대화를 지속할 필요는 있다. 동북아에서 파국적 상황이 닥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동이다. 중동 지역에서 새판 짜기가 끝나야 북한과의 대결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동 문제가 끝날 때까지 북한과 무형의 ‘불가침조약’을 맺고자 할 것이다. 마치 구 소련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 일본과 불가침조약을 유지한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비공식 대화를 유지하고 특사급 인사들을 계속 방북시키고 있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국제질서, 북한의 선택은?


하지만 이런 미국의 구상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일단 중동과 동북아가 이미 별개의 지역이 아니다. 17일(뉴욕 현지시각)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 제출된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중국측이 서명 자체를 거부하였는데 이 보고서에는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기술 교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5월 17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이란에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사 기술 지원을 위해 200명 이상의 기술자를 파견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이란의 중부 나탄즈 등 12개 지역에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1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 등이 북한의 미사일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또 시리아와 북한의 핵기술 교류도 미국의 정보당국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군사훈련 중인 이란 군대


이처럼 중동지역의 반미국가들이 북한의 군사지원을 받는 조건에서 미국이 동북아 문제를 방치하고 중동 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성공하기 힘들다. 나무의 원줄기를 놔둔 채 곁가지만 쳐봐야 새로운 가지는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의 처지를 배려해 줄지도 의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여 있는 지금이 오히려 미국과 협상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시종일관 ‘대화에는 대화, 대결에는 대결’ 입장을 표명해왔으므로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굳이 대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영변의 경수로 건설과 우라늄농축 작업의 속도를 내는 것이다. 그 자체가 미국의 핵독점전략을 파괴하는 것으로 미국의 국제 지위 추락의 촉진제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사행동을 예측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볼 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북한의 군사행동은 매번 한국군이나 미군의 군사행동에 대한 대응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즉, 한미 군사당국이 ‘명분’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북한이 군사행동을 통해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명분’이 많다. 서해 5도에서 계속되는 군사훈련, 잇단 경고에도 계속되는 대북 전단 살포, 서해 표류 북한 주민 송환 거부(북한은 북한 주민을 한국군이 납치했다고 주장한다) 등. 거꾸로 말하면 북한이 언제든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한반도 정세는 미궁에 빠져버렸다. 전쟁의 위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반도, 동북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20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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