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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공동성명을 읽어본 사람은 누구일까?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5.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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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태효 비서관의 핵폐기 시점 요구는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원문을 읽어보기만 해도 최근 9.19공동성명에 대한 여러 발언 가운데 누가 9.19공동성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 내용에 맞는 발언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9.19공동성명을 읽어본 사람은 누구일까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6자회담의 최대 성과, 9.19공동성명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미국 내에서는 2008년 금융 공황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대체로 ‘테러와의 전쟁’ 때문일 것이다. 부시가 집권하고 세계는 각종 전쟁과 분쟁, 테러로 얼룩졌다. 이 대결의 바람은 한반도도 피해가지 않았다. 아니, 한반도는 아프간, 이라크와 함께 태풍의 한 가운데 놓인 지역이었다.


2002년 10월,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방북 후 북한이 농축우라늄 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주장하였다. 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켈리가 북한에 들어가 농축우라늄 개발 계획을 시인하라고 요구하자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반박한 게 전부라고 한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사실이 무엇이든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에 대한 보상이었던 중유 공급을 중단하였고 북한은 이에 맞서 핵동결 해지를 선언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8천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마무리하자(폐연료봉 재처리는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북미 양자 대화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결국 대화에 나서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게 바로 6자회담이다. 그리고 6자회담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게 2005년에 합의한 9.19공동성명이다.


9.19공동성명은 6자회담에 계속 소극적이던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핵보유선언을 하면서 회담이 급진전하여 탄생한 합의문이다. 9.19공동성명의 주된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정상화 ▲6개국 경제협력과 대북 에너지 지원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등이다. 이 가운데 앞의 4가지는 6자회담의 목표이자 향후 계획으로 사실 90년대부터 끊임없이 재확인된 내용이다.


이에 비해 마지막 항목인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은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원칙을 담은 것으로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 9.19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은 그간 북미 사이에 수많은 합의들이 있었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던 전례 때문이다. 이 원칙은 북미가 서로 실현가능한 약속들을 단계적으로 동시 이행하자는, 신뢰 구축을 위한 원칙이라 할 수 있다.


9.19공동성명을 둘러싼 엇갈리는 주장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9.19공동성명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대해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9.19 공동성명에는 핵 프로그램 폐기 시점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점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 합의’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6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하였는데 여기서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 9.19공동성명, 2회에 걸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국제사회에서의 일치된 목소리로 이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성김 6자회담 특사와 함께 방한한 보즈워스 특별대표(왼쪽)


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되려면 북한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면서 “9.19공동성명에 따라 비핵화와 국제법 준수, 도발행위 금지를 위해 행동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모든 길이 열려 있음이 9.19공동성명에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한, 미의 입장을 종합하면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위반했으며, 따라서 북한이 먼저 9.19공동성명을 이행하면 한, 미가 대화 요구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은 9.19공동성명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비춰볼 때 미국의 선핵폐기 요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지난 17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해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한다는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의 당사자는 동시 행동원칙 아래 핵전쟁 위협 포기, 핵무기 폐기, 관계 정상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메커니즘 조성, 경제협력 이행 등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의무를 지게 돼 있다”고 하면서 “하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의무사항은 지키지 않은 채 우리에게 먼저 행동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공동성명에 기록된 동시행동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확인하려면 9.19공동성명이 왜 이행되지 않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누가 공동성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사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9.19공동성명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명 발표 직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으나 2007년 2월에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문(2.13합의)이 나왔고 10월에는 2단계 조치 합의문(10.3합의)이 나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신고서를 제출했으며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 대상과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삭제하였다.


문제는 2008년 말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4월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을 미국이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인공위성 발사를 규탄할 법적, 상식적 명분이 없다보니 무엇을 발사했는지 명시하지 못한 채 미국은 ‘북한의 발사를 규탄’한다는 우스꽝스러운 문구를 만들어 냈다. 어찌됐든 북한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기로 한 9.19공동성명 2항을 미국이 어긴 것으로 간주, 6자회담 참가 거부, 6자회담 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이에 따라 핵시설 원상복구, 폐연료봉 재처리, 2차 핵시험, 자체 경수로 건설,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 등을 선언하고 그대로 이행했다.


▲북한 모델과 유사하다고 알려진 유럽의 알메로 원심분리기


현재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여기서 출발한다. 미국이 9.19공동성명을 먼저 어겼으므로 자신들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작한 것을 두고 9.19공동성명 위반이라지만 이처럼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설사 한미의 입장을 존중하여 비핵화 문제만 따져 봐도 한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9.19공동성명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1항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1. 6자는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한민국은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또는 배비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은 준수, 이행되어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


일단 목표 자체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다. 이는 북한은 물론 한국의 비핵화도 포함하는데 한국은 일단 공식적으로 핵무기가 없으므로 주한미군에 대한 ‘검증가능한 비핵화’도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9.19공동선언이 나온 2005년 이후에도 미국은 매년 수차례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진출시켰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위반임은 물론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조항도 위반한 것이다.


1항의 마지막 부분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즉 핵발전에 관한 것인데 이는 6자회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발전까지 반대한 사례가 있어서 삽입된 것이다. 1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등 5개국은 북한의 핵발전 권리를 존중한다고 했으며 경수로 제공 문제도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경수로 제공 문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북한은 전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로 자체 경수로 건설에 착수하였다. 경수로 건설 자체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므로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경수로에 사용될 연료가 저농축 우라늄이며 이를 위해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가 집중하는 문제가 바로 이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저농축 우라늄이야 상관없지만 농축을 계속하면 결국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만 가지고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문제가 나선다. 즉,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상충하는 부분 때문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했다는 이유만으로 9.19공동성명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공동성명 이행의 핵심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9.19공동성명의 5항인 이행 원칙을 다시 꺼내야 한다.


5.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하였다.


북한에게 핵발전 권리를 유보하도록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한미의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에게 ‘선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9.19공동성명 5항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나아가 북미관계정상화, 북일관계정상화, 대북에너지 지원 특히 한국의 2백만kW 전력공급 약속,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포럼과 협상 등 9.19공동성명의 다른 항목들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북한의 의무만 요구하는 것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김태효 비서관의 핵폐기 시점 요구는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공약 대 공약’이란 5항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게 핵폐기 시점을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북미관계정상화 시점이나 한국의 전력공급 약속 이행 시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이제 최근 9.19공동성명에 대한 여러 발언 가운데 누가 9.19공동성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 내용에 맞는 발언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관계 당국자들에게는 죽어가는 9.19공동성명을 살리려는 시도는 좋으나 원문이나 제대로 읽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랄 뿐이다. (20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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