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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3. 2. 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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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 정치국 회의 결정서와 3차 핵실험


박경순 / 정치평론가

 

북한은 2월 1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는 지난해 12월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은 `심각한 도발행위'(highly provocative act)"라고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서 한반도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1. 제3차 핵실험은 북미 전면대결전의 ‘끝이 아닌 시작’ 

제3차 핵실험은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과 다르다.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 때에는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 통과 이후 냉각기를 거쳐 북미대화와 협상국면이 열렸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석가들은 이번 핵실험의 경우도 유엔안보리 제재이후 냉각기를 거쳐 북미대화 국면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오판이다. 북한은 2월 12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핵시험은 우리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한 1차적인 대응조치이다. 미국이 끝까지 적대적으로 나오면서 정세를 복잡하게 만든다면 보다 강도 높은 2차, 3차 대응으로 연속 조치들을 취해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단순한 엄포용이 아니다. 이번 핵실험은 북미대화를 강제하기 위한 일회적 압박수단이 아니었다. 만약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 제재 결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제2, 제3의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다. 바로 이점이 과거와 다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제재와 물리적 대응조치의 악순환 구조에 휘말려 갈 수밖에 없다. 핵실험 → 안보리 제재 → 제2의 물리적 대응조치 → 보다 강화된 안보리 제재 → 제3의 물리적 대응조치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대결전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현재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인 1718ㆍ1874호 결의문에는 "유엔헌장 7장하에 행동하며 41조(비무력적 조치) 하에 조치를 취한다"고 돼 있다. 즉 비군사적 제재에 국한하고 있다. 그런데 41조 제재 수단이 없다면 미국은 42조(무력적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42조 카드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이다. 이에 대해 비약이라고 반박할 견해도 있겠지만, 한반도가 정전협정 체제하에 놓여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결코 비약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정전협정 15조에는 ‘어떠한 종류의 해상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에 유엔안보리가 유엔군 대표와 북한과 중국측 대표가 참석해 서명한 정전협정 조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정전협정 자체를 무력화하는 행위이고, 정전협정이 폐기된다는 것은 전쟁상태로 복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반도에 무력 충돌을 방지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미전쟁을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서야 해상봉쇄 등과 같은 무력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에게 곧 전쟁하자는 신호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북한이 노리는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에게 전쟁이냐 아니면 평화냐의 선택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국은 지금이라도 우리의 위성 발사 권리를 존중하여 완화와 안정의 국면을 열겠는가 아니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하여 정세 폭발을 향한 지금의 잘못된 길을 계속 걷겠는가 하는 양자택일을 하여야 할 것이다’고 북한 측이 밝힌 데서도 그 의도가 잘 읽혀진다. 

이 점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가 “지난 세기의 50년대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하여 조선과 미국은 법적으로 여전히 교전상태에 놓여있다. 조선은 ‘비핵화’를 목표로 상정한 ‘행동 대 행동’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교전상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종래의 단계적 접근법을 버렸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은 그 자체가 부당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므로 오직 무조건적으로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공세를 들이대는 보다 강력한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한데서도 잘 드러나 있다. 

2. 한반도 운명의 결정적 국면 

현 국면은 이제 미국에게 공이 넘어 간 상태이다. 미국이 제재와 대결을 선택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급속하게 물리적 대결(전쟁) 국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전쟁을 감수하고 제재와 대결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선택할 것인가?’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전략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관성에 빠져 북한의 전략을 여전히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 정도로 치부하게 되면 전략적 오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2월 11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정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왜 핵실험을 하루 앞둔 시점에 정치국 회의를 열어 결정서를 채택했겠는가? 정치국 회의 결정서를 살펴보면 매우 시사적이다. 결정서의 내용 중 넷째, 다섯째, 일곱째 조항을 유심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는 미국의 고립 압살 책동에 대해 경제 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의 자랑찬 승리로 분쇄한다는 내용이며, 특히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원료와 자재를 국내산으로 보장하며 절약투쟁을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내용이 눈에 띤다. 다섯째는 조성된 엄중한 정세에 대처하여 강도 높은 전면대결전을 벌이며, 공화국 창건 65돌과 전승 60돌을 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성과로 빛내일 것이라고 선언하였으며, 일곱째는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거족적인 애국투쟁을 힘 있게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동당 결정서를 보면 북한의 전략이 한눈에 잡힌다. 그 어떤 강한 제재에도 경제발전노선을 구현할 수 있는 대책을 확고히 세우고, 승패가 결판날 때까지 후퇴하지 않고 전면대결전을 벌이겠다는 뜻이 강력하다. 제재와 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확고히 세우고 싸우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경제제재에 중국이 참가할 경우인데, 결정서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북한은 이럴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자재와 원료를 국내산으로 보장하자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은 이미 자체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보이며, 경제시스템 역시 자립적 재생산 구조를 완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구태의연하다.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중 협력체제가 완벽하다고 떠벌이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외치고 있다. 도대체 지금까지 실패한 경제제재를 강화한다 한들, 중국이 참여한다한들 성공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협력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 북중 교역은 중국의 동북 3성의 발전과 맞물려 있다. 우리의 개성공단처럼 완벽한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해 북한과의 정상적인 경제관계를 단절한다면 북한이 아픈 것 못지않게 중국이 더 아플 수밖에 없다. 북중교역은 북한만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북중 양국의 공동의 경제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 그 어느 나라가 자기 경제에 희생을 감수하고까지 대북 제재를 감행하겠는가? 

더 나아가 오바마 행정부는 과연 전쟁을 감수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그것 없이는 북미 사이의 배짱대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부의 경제적 문제해결의 절박성으로 볼 때나 북한의 핵 무장력 수준을 볼 때 북한과의 전면전을 벌일 능력이 부재하다. 그들 스스로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구태의연한 접근을 고집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한 접근방식은 오바마 행정부 1기의 정책적 실패를 재생산할 뿐이다. 

3.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구태의연하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12일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 조치가 나왔다. 여기에서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 배치하겠다고 밝혔으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대북 추가 제재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구태의연한 대응으로는 현재 조성된 총체적 안보위기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 이 점에서는 박근혜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조성된 총체적 안보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가치판단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것이 현재 불안정한 한반도 안보구조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의 핵공격 위협을 느끼지 않을 안보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핵개발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핵공격 위협을 느끼지 않을 안보환경이란 한반도 평화체제수립과 북미관계 정상화이다. 더 나아가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구조의 창출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북한에게 이러한 안보환경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해법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이러한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지배하고 있고, 대결주의 세력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다가오는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대중적 반전 평화운동을 강력하게 벌이는 길밖에 없다. 

실효성 없는 대북 제재 반대! 한반도 전쟁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대화의 즉각적 재개!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이러한 기치를 높이 들고 대중적 반전평화운동을 활발하게 펼쳐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의 생사존망이 달려 있는 엄중한 정세에 다 같이 반전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자.


* 출처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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