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북핵 문제의 본질은 핵독점과 주권 사이의 갈등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장거리 로켓 발사와 높은 수준의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3차 핵실험이 실제 전개되며 한반도에 전면전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외형만 보면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하자 미국이 이에 반발해 유엔 안보리 결의로 제재하고, 다시 북한이 이에 반발해 핵실험을 하는 전형적인 북미 핵대결 양상이다. 다만 이번에는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심각하게 높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북미 핵대결의 본질을 보지 못하면 왜 이런 위기가 계속되는지, 왜 나로호는 축하를 받고 은하3호는 비난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900번이 넘는 핵실험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데, 북한은 2번의 핵실험 때문에 전 세계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유도 알 수 없다. 또한 누구의 책임인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 수 없다.

 

북미 핵대결의 본질은 한 마디로 핵독점과 주권 사이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달리 단 한발로도 전쟁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핵무기를 전략무기라고 한다. 이런 핵무기는 아무나 개발할 수 없다. 초기에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들은 후발 국가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다. 일종의 핵독점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다. 핵독점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핵보유국이라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핵보유국들은 핵독점 체제, 즉 NPT 체제를 고수하는데 집착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후발 국가들이 하나둘씩 핵무기를 가지면서 NPT 체제가 붕괴한다면 핵보유국들은 더 이상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에 민감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북한의 우방이라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의 핵실험만은 반대한다. 또한 핵보유국들은 북한뿐 아니라 이란 등의 나라가 핵개발을 하는 것도 반대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핵무기로 반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국 사이에는 핵보복이 두려워 서로 전쟁을 하지 못하는 ‘공포의 핵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이 핵독점을 위해 북한의 핵보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면, 북한은 왜 미국의 방해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개발하려 애쓰는 것일까? 국방대학교 정병호 교수는 ‘북한 핵 개발의 전략적 의도’라는 논문에서 “미국의 대북 핵사용 위협이 증가되고, 소련과 중국 등 동맹국에 의해서도 이에 대한 억제가 불가능하였던 상황은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장시간 노출돼 있었다.

 

미국이 북한에게 처음으로 핵공격 위협을 한 것은 한국전쟁 때다. 트루먼 미 대통령은 1950년 11월 30일 최초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루먼의 뒤를 이은 아이젠하워도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미국은 정전협정 파기 선언을 하고 한국에 핵무기를 대대적으로 반입했다. 1958년 처음 핵무기를 배치한 이래 1967년 950기로 정점을 찍는 등 1991년 전술핵무기 철수를 선언할 때까지 무려 30년이 넘게 북한은 코앞에 핵무기를 두고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그 이후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 미국은 수시로 핵잠수함을 투입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핵선제공격 방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핵공격 위협뿐 아니라 미국은 북한 정권과 체제 붕괴가 목표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다. 미국은 가장 강경한 반미입장을 가진 북한을 붕괴시켜 반미 기운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미국의 경쟁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핵위협, 체제 붕괴 위협이 북한의 핵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독점 전략, 대북적대정책 철회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2013년 2월 13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