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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전면전을 선포하였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10. 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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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하는 조건에서 문제 해결법은 두 가지 뿐이다. 북미 사이에 전면전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거나, 미국이 도저히 전면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개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동까모 사건이 터졌다.


북한은 왜 전면전을 선포하였나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최근 며칠 사이에 한반도에 긴장을 불어넣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서해에서 민간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고 전투기까지 출격하는가 하면, 동해에서는 부유물을 북한 잠수정으로 오인하고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모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전면전 직전까지 간 적도 여러 차례 있었고, 소규모 물리적 충돌도 수차례 있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전쟁 위기에 둔감해진 측면도 있다. 외국인들은 당장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지역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태연히 하는지 신기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전쟁 위기는 과거 위기와 몇 가지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첫째, 북한이 군사력을 매우 강화하여 핵미사일을 보유한 상태로 사실상 핵보유국 사이의 전쟁 위기라는 점이 심각하다. 둘째,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공황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과 동아시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셋째, 북미 사이에 대화와 협상이 중단되고 기존 합의들이 파기된 상태라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넷째, 북한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전면전을 반복하여 강도 높게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면적 반공격전 확정


특히 주목할 지점은 북한의 입장 변화다. 지금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지난 8월 25일 경축연회에서 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에 잘 나타나 있다. 참고로 8월 25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혁명영도를 시작한 날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창군일인 4월 25일과 더불어 역사적인 날로 규정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 8.25연회 연설 장면


먼저 북한은 지금 한반도 정세를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북침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미국과 남조선괴뢰군은 추종세력들을 긁어모아 우리를 겨냥한 대규모의 침략전쟁연습을 벌려놓고 우리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 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설이 지적한 <침략전쟁연습>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북한은 전면적 반격을 통한 통일방침을 확정하였다.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의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수표≫하였다고 공개한 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설에 따르면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 전면적 반공격전에 대한 작전계획이 있으며 최종 승인까지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인민군이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전면전은 일선 부대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최고사령관이 판단하고 명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연설문에서 ≪도발에는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으로≫를 북한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힌 것에도 암시가 되어 있다. 즉, 만약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영토에 공격이 가해지면 즉시 대응타격을 하되, 이것을 전면전으로 확대할 것인지는 별도의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의 대응타격에 대한 확장된 보복공격이 있을 경우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 변화의 배경에 대해서도 암시하였다. 연설은 ≪우리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적들의 광기어린 침략책동을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지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북침시도에 대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미다.


물론 북한이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북침위협에 대해 처음 반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화에는 대화, 전쟁에는 전쟁>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전쟁위협에 대해서는 국방력을 통해 대처하되, 대화와 협상 역시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화와 협상이 없다. 물론 민간 채널이나 뉴욕 채널을 활용한 비공식 접촉은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여기서도 시종일관 <선 평화협정 체결>외에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다.


북한은 실제로 전쟁에 대비해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예년과 달리 올해는 7월부터 전투기 훈련 횟수를 크게 늘렸다≫면서 ≪최대 100여 소티(출격횟수)에 이르는 날도 있다≫고 한다. 또한 ≪서해안에서 대규모 포격훈련이 이뤄지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으며 ≪해상에서 소형 잠수함 활동도 증가≫했다고 한다.


북한의 입장은 <북침전쟁에 맞서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연설에서도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용납 못할 추태의 후과로 이 땅에서 또다시 바라지 않는 전쟁이 일어난다면≫이라고 표현하면서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런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오바마 대북정책은 0점


첫 번째 사건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북한이 공개한 인공위성


당시 북한은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미국은 회담에서 이를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고 그 결과 2.29 합의에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만 명시되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공개하자 마치 전혀 모르고 있었던 양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했다. 2.29 합의는 결국 북미 모두 폐기되었다고 선언하여 사라졌다.


북한은 이 상황을 두고 미국이 합의를 지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고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해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시간끌기였는지는 두 번째 사건에서 소개하겠다.


아무튼 2.29 합의가 폐기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미 협상은 단 1mm도 전진하지 못한 꼴이 되었다. 이전 미국 행정부들은 북미 제네바 합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 6자회담 9.19공동성명 등 굵직한 합의들을 발표하면서 북미 관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런데 유독 오바마 행정부만 4년이 지나도록 성과를 못 낸 이유는 뭘까?


바로 근본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앞선 정부들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문제들을 해결했다.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고, 전쟁훈련을 중단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을 삭제하고, 이런 것들은 미국이 이행할 수 있다. 하지만 써먹을 카드를 다 쓰고 나니 남은 것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뿐이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과 직결되는, 대외정책의 근간이 되는 문제에 손을 댈 수는 없었기에 오바마 행정부는 4년 내내 <전략적 인내>란 이름으로 시간을 끈 것이다.



▲전략적 인내의 명분이 된 천안함 사건


북한은 미국의 태도를 보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6자회담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군사적 문제는 결국 군사적 수단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겼을 수 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하는 조건에서 문제 해결법은 두 가지 뿐이다. 북미 사이에 전면전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거나, 미국이 도저히 전면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 등을 통해 후자의 방향에서 미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은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 때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북한판 테러와의 전쟁


두 번째 사건은 이른바 <동까모 사건>이다.


동까모 사건은 결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반북단체들이 즐겨 하는, 풍선에 전단을 날리는 것과도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동까모 사건이 탈북자를 동원, 내부에 침투해 테러를 저지르고 소요사태를 만들어 이를 명분으로 전쟁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심각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단 동까모 사건의 시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동까모 사건으로 기자회견을 한 전영철이 공작 활동을 위해 처음 중국에 간 것은 3월 24일이다. 미국에서 계획을 최종 승인한 것은 작년 말이었다. 즉, 작년 말부터 올해 4월까지 동까모 사건이 치밀하게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영환이 중국에서 체포된 게 3월 29일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미국은 지킬 생각도 없었던 의미 없는 북미 고위급회담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단순 테러 사건이 아닌, 더 큰 규모의 사건이 준비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까모 사건의 형태도 심각하다. 북한이 체제의 상징으로 여기는 김일성 주석 동상을 파괴하려던 것이나, 파괴 장면을 찍기 위해 폭파 예정 시각 전후 1시간 정도 인공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촬영하려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 구 소련이 해체될 때도 레닌 동상이 쓰러졌고, 이라크 정권이 무너질 때도 후세인 동상이 쓰러졌다. 동상을 폭파하는 장면을 인공위성으로 찍어 전 세계에 타전하면서 마치 북한 내부에 대형 소요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요사태 발생은 미군 투입의 명분이다.



▲쓰러지는 후세인 동상


여러모로 동까모 사건은 쿠바 피그스만 침공사건과 연결된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 전쟁, 시리아 내전과도 유사성이 있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을 겪으며 미군은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전쟁을 선호하게 되었다. 반미 국가 내부의 불만 세력을 활용해 내전을 일으키고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반미 정부를 붕괴시킨 후 친미 정권을 세워 편하게 나라를 접수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전면전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당연히 제2의 리비아 방식을 고민했을 것이며 탈북자들을 무장시켜 침투시키는 것도 추진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제 북한은 미군의 전쟁 위협은 물론 내부로 침입하는 테러조직에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판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폐기되지 않는 한 설사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도 계속될 문제다. 결국 북한은 동까모 사건을 국가테러로 규정하고 미군과 정면 승부를 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북한은 자국의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곧바로 전면전이라고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령토와 령해>는 서해나 군사분계선 인근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북중 국경지대 인근도 포함하여 전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불꽃> 역시 정규군에 의한 공격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테러조직의 테러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북한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리아처럼 내전으로 전전긍긍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본토를 공격해서 뿌리를 캐내겠다는 입장이다.


국지적 충돌이 보수표로 이어져


이렇게 놓고 볼 때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게 저절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0%다. 평화를 바라는 모든 국민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특히 대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지난 9월 6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장관 정책보좌관 비밀조직 <묵우회> 녹취파일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묵우회 비밀회의에서 한 인물은 ≪사소한 국지적인 충돌이나 이런 것도 나는 오히려 보수성향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하였다. 아직도 반북수구세력들은 <북풍>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이 <북풍>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고 위기를 증폭시킨다면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 위기증폭정책을 규탄해야 한다. 동시에 대선 후보들에게 전쟁반대, 평화통일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묻고 관련 행보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관료, 정치인, 언론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오늘 들어 올린 작은 평화의 촛불 하나가 전쟁의 그늘을 몰아내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앞길을 환히 비춰줄 것이다. (201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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