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실현은 어떤 정부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핵심 과제중 하나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점이자, 대통령 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되짚어 보면서 향후 과제를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북한 자극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 5년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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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와 반북언론, 단체들이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한 것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한 지도부와 체제 비난
북한이 일심단결을 강조하면서 지도부 문제, 사회주의 체제 문제에 대단히 민감해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반복해서 북한의 지도부와 체제를 비난하였다.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셈이다. 이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기로 한 과거 남북 사이의 여러 합의에도 어긋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을 자극했다. 집권 첫해인 2008년 11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최후의 궁극 목표다≫라면서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노골적으로 흡수통일을 주장했다. 또 2010년 12월 9일 말레이시아 동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국민은 굶고 있는데 핵무기로 무장하고 매년 호의호식하는 당의 간부들을 보면서... 하루 빨리 평화적 통일해서 2300만 주민들도 최소한의 기본권을 가지고 행복권을 갖고 살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부터 북한 자극에 앞장서니 정부 부처들은 물론 반북 언론과 반북 단체들도 북한 자극에 뛰어들었다. 올해 2월 말 인천의 한 군부대는 내무반에 북한 지도부 사진과 과격한 구호가 붙여놓고 이 장면을 언론에 내보내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4월 13일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북한인권학생연대 등 반북 단체들이 북한 국기와 최고지도자 모형을 가지고 칼질과 화형식을 하면서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 자극은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 정국에 절정을 이뤘다. 이명박 정부는 조문특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극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오히려 반대로 활용했다. 통일부장관이 노란 점퍼를 입고 나와서 북한의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 대응하겠다며 애도 아닌 애도를 표하며 북한을 자극했다. 또한 민간 조문도 철저히 통제해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극소수만 겨우 조문을 갈 수 있게 하였다. 심지어 영결식 날에는 30여 개 반북단체들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반북 전단을 살포하였다.
지도부, 체제와 함께 북한을 자극하는 소재는 바로 인권문제다. 미국이 반미국가들, 경쟁국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즐겨 사용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를 그대로 배워 반북대결에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통과를 계속 시도하였다. 북한인권법은 전문가들조차 북한 인권 증진에는 별반 효과 없고 반북단체에 혈세나 부어주는 법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정보센터 등은 해마다 북한 인권백서를 펴내고 있으며 반북단체들은 매년 북한 자유주간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인권을 빙자한 반북대결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인권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은 2009년 1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인권상을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게 수여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북한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반북 대결활동을 일삼아 온 전형적인 반북 단체다. 이들은 심지어 북한 체제 붕괴를 목적으로 국제사회 개입을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단체에게 인권상을 주고 있으니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인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전쟁을 부르는 대북 전단 살포
정부와 반북 단체들의 대결 조장 행위 가운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전단 살포, 전방 등탑, 대북 방송 등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반북단체들의 전단 살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정도가 극심해졌다. 이들은 북한 지도부와 체제를 비난하는 사진, 글이 담긴 전단은 물론 CD, DVD, USB, 라디오, 달러, 나아가 음란물까지 넣어서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남북합의 위반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북합의를 지킬 것을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는 방치했고 결국 2008년 10월 북한은 남북관계 전면 차단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 전면 차단으로 이어지자 2008년 11월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전단 살포 단체를 ≪보수단체라고 하기도 어려운 매국단체≫라고 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심지어 ≪정부의 비호가 직간접적으로 있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무리한 행동을 계속하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한편 5.24 조치 후 이런 전단 살포는 반북단체뿐 아니라 군에서도 직접 하였다. <통일뉴스> 2010년 12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군은 2010년 11월 23일 강원도 철원과 대마리, 경기도 연천과 김포 등 4곳에서 대북 전단 40만 장을 날려 보냈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제를 권고했지만 5.24조치 이후 군에서도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전단 살포와 함께 대북 방송도 문제가 되고 있다. 5.24조치의 일환으로 대북 FM 방송이 재개된 후 반북 라디오, 반북 TV 방송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심지어 올해 4월 24일에는 열린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등 민간 대북 라디오방송 4개사가 참여하는 대북방송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북한 TV 주파수와 같은 대역으로 반북 TV 방송을 송출하는 국제법 위반 행위까지 하여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전방 군부대는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도 시도하고 있다. 2010년 6월 북한이 심리전 방송을 할 경우 조준격파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하자 설치만 하고 방송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교단체를 앞세워 김포시 애기봉을 비롯하여 최전방에 등탑을 설치하는 심리전도 진행하였다. 군당국은 심리전 차원에서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했던 등탑 점등을 다시 허용한다고 밝혔다.
전쟁을 부르는 북한 자극 중단해야
이명박 정부의 반북 대결 행위 가운데는 황당한 것들도 있다. 엉뚱한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디도스공격 사건, 2010년 천안함 사건, 2011년 농협해킹 사건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내리면 굳이 세세히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책임도 벗을 수 있고, 북한을 비난할 명분도 얻게 되니 1석3조라고 하겠다. 특히 천안함 사건은 5.24조치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에 결정타를 안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국민들 속에서 정부 발표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아직도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못 하는 게 없다>, <MB정부의 모든 잘못은 북한 탓이다> 같이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비꼬는 말들이 유행할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보수언론과 반북단체들의 도를 넘은 북한 자극은 전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이 자신들을 공격할 경우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여 한반도에 심각한 군사적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자제하고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긴장 국면을 즐기는 분위기다.
대결과 전쟁은 멸망의 길이다. 평화와 통일은 번영의 길이다. 이명박 정부가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진보연대에서 10.4선언 5주년 특집으로 통일뉴스에 연재한 <이명박 정부 5년, 파탄난 대북정책> 세 번째 글입니다. 전체 연재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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