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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남북관계, 한국경제가 불안하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6. 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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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2.5.31.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상당히 불안하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리스 연정구성 실패 등 정치적 불안감마저 커지며 세계경제는 또다시 큰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거기에다 남북관계까지 극단의 상황으로 치달아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북측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특별작전행동 소조’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청와대를 포함해 몇 몇 거점을 직접 지목하며 초토화시키겠다고 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정권 초부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는 북을 자극하기만 할 뿐 한반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연평도 포격 등 그동안 한반도에서 긴장국면이 조성되었을 당시 한국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전쟁으로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도 그러한 판단이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대외여건이 상당히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세계의 현금인출기(ATM) 코리아 

유럽발 충격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5월 중순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0을 웃돌던 주가(코스피지수)는 1800선이 붕괴되기도 했고, 1120~30원선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유럽발 충격으로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지만 유독 한국 금융시장은 그 충격이 컸다는데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주가의 하락폭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감이 커지며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5월 셋째주(14~18일) 코스피는 7%대의 하락률을 보였다(14일 1913.73→18일 1782.46).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하고 현재 유럽위기의 중심에 있는 스페인이 6%하락한 것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미국 다우지수, 일본, 대만의 주가지수는 3%대 하락률을 보였고, 중국은 2%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5월 셋째주 일주일간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3140억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5월 들어 25일 까지 4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고 나갔다. 

그리스에 대한 우려에다 스페인 은행들까지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며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18일의 경우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78(3.4%) 떨어진 1782.46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는 영국(-1.24%), 프랑스(-1.20%), 독일(-1.28%) 등 유럽 주요 증시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9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4% 떨어지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비해서도 더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많이 빼 나가다 보니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리스 우려가 심해진 5월 들어 셋째주까지 원화의 가치는 3.62% 하락했다. 하락폭이 다른 아시아 주요 통화에 비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3.44%, 인도 루피화가 3.06% 떨어졌고, 싱가포르 달러와 필리핀 페소는 3.06%와 2.53% 하락에 머물렀다. 태국 바트와 대만 달러는 2.07%와 1.58%로 원화가치 하락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세계적인 불안감이 커질수록 외국 투기자본들은 한국증시에서 돈을 빼 내 안전자산(달러, 금 등)으로 갈아타거나, 기존의 빚을 갚는 등의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의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금융업계에서는 한국을 세계의 현금인출기(ATM)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외국자본의 움직임으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이러한 모습들은 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며 공식적으로 세계경제위기가 왔을 당시와, 작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다. 이는 외부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한국의 자본시장의 문제가 단순한 일시적인 대외 환경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의 경우 대다수가 투기적 목적에 의해 유입된 자금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박하일 외, “자본자유화 이후 한국의 자본이동 행태”, 2012.05.11)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외국인투자 잔액은 7,586억달러로 GDP의 74.8%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한국에 들어와 직접 공장 등을 짓는 직접투자는 1,342억달러(17.7%)에 불과하고, 나머지 83%가량은 주식, 채권 투자 등의 수시유출입성 자본이다. 이에 비해 40개 신흥국(한국포함)의 경우에는 직접투자 비중이 51.2%, 수시유출입성 자본이 48.8%로 전체 자본유입이 직접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언제든지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는 자본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본시장은 규제 없이 거의 전면 개방되어 있는 상태다. 2009년 기준 자본시장의 실질적 개방 정도를 나타내는 자본접근성지수(Capital Access Index, 2009)로 측정한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도는 73.9%로 조사대상 120여 개국 중 12위를 기록했다. OECD평균인 66.9%보다 높은 수치이며, 특히 신흥시장국의 자본시장 개방도는 54.5%로 한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한국은행, ‘우리나라 외환자유화의 현 주소와 향후 과제’, 2010.8).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 나라들 중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거나, 미국과 영국처럼 금융시장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순위는 거의 최상위 수준이다. 

여전히 주식시장에 외국인 비중이 크고 외국인이 손을 털고 나가기 쉬운 구조라는 것도 외부충격에 취약한 요인이다. 한국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의 비율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OECD평균 20%대 보다 높고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에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주식시장은 신흥국들 가운데 절대규모로나 경제규모에 대한 상대적 규모로나 큰 편이며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이 풍부해 외국자본이 손실 없이 투여했던 자본을 빼나가기 쉽도록 되어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나가려 할 때 그 물량을 받아주는 기관,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자본은 큰 손실 없이 손쉽게 손을 털고 나갈 수 있다. 주식을 팔려 해도 사줄 사람이 많지 않으면 손실을 보고 팔아야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많다면 큰 손해 없이 팔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 시장에서 4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울 때 개미투자자들은 2조6000억원 가량을 사들였고, 기관투자자들 역시 1조36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결국 이들은 외국자본이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준 셈이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유사시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달러를 확보해 빠져나갈 유인이 그만큼 크다. 

위와 같은 요인들로 인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외부적 큰 충격이 있을 때 마다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ATM코리아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금융부문의 충격으로 그치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외부충격에 취약한 금융시장은 실물경제의 취약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충격의 정도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겠지만, 자칫 금융부문의 큰 변동성이 실물부문의 취약성과 결합하면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특히 외부요인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거품에 영향을 준다면 한국경제의 뇌관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먼저 외국자본의 이탈은 시중금리 상승을 가져와 한국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2011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912.9조원을 기록하며 한국의 경제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시중의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부담해야 할 이자가 커지게 된다(대부분의 대출은 고정금리가 아니라 변동금리 대충이다). 비단 이자부담 뿐만 아니라 금융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은행들은 대출을 억제하려 할 것이고,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가계의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가계부담의 증가는 경제 전체의 소비침체를 가져와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정도에 따라서는 파산하는 가계가 등장하면서 한국경제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의 유럽발 충격으로 시중금리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국채금리 등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직접적인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등의 나라보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8일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49bp까지 치솟아 1월31일(150bp)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내는 등(※ 국가 신용위험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빌릴 때 많은 이자를 주어여 한다는 것)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초대형 금융사의 파산 등 더 큰 충격에서도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다음으로 주식이 급락하고,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 축소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거래 실종 등으로 하락하면서 경제 전반의 민간 소비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한국 부동산의 경우 국민들의 구매력에 비해 그 가격이 너무 올라있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거품이 조정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거품은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각종 부양정책을 통해 필사적으로 거품조정을 막아왔다.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은 한국경제 충격의 또 다른 뇌관이다. 

이렇게 거품이 잔뜩 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외부충격으로 인해 자본이 급격히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경제에 큰 폭탄이 될 것이다. 외국자본 이탈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승과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의 등장, 금융 불안으로 인한 거래위축과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거품이 급속도로 붕괴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끝으로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더욱 키우게 된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일이다. 현재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달러당 1200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는 서민들의 물가부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위와 같은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야기 시키는 대외적인 원인의 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고, 금융시장 충격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므로 단선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경제 구조가 대외 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인 것만은 사실이며, 따라서 대외충격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시적이고 금융부문에 국한된 일이라고만 취부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초긴장의 남북관계...또 다른 충격이 온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를 더욱 우려스럽게 하는 것은 극도로 긴장된 남북관계다. 이전 북한의 핵실험, 연평도 포격 등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었던 상황에서 한국의 주식, 외환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물론 사건이 일어난 당일 날은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 하는 등의 움직임은 나타났지만 하루 이틀 지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한반도 정세불안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끔찍하지만 서울 한 복판에 포탄이 떨어질 가능성 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남북 간의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일회성 사건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한국경제에 지속적이며 구조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간 평화통일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던 6.15공동선언은 빛을 잃어가고 있고, 심지어 경제협력마저 끊긴지 오래다.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경험일 뿐이다. 

따라서 현재 남북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이번의 유럽발 충격보다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남북간의 전면전이 발발하면 그것은 더 이상 경제적 손실을 따지고 있을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외국자본들의 급격한 유출과 금융시장의 혼란, 금리 급등, 물가 상승, 자산가격 폭락 등의 강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가계부채문제와 부동산 거품이라는 한국경제의 뇌관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 

또한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과는 다른 충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국경제는 외부충격이 왔을 때 환율이 급등하며 수출 대기업에게 유리한 경제구조가 형성된다. 그리한 수출의 힘으로-그것이 서민 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 인지와는 관계없이-경제를 회복시켜 왔다. 하지만 한반도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나 외국 기업들이 한국기업들과의 계약 체결을 꺼려할 것이고 무역거래 중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극단적인 전쟁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는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진작 시키는 등의 노력과 함께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해소하는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과 동시에 ‘평화가 경제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한국경제, 한반도 경제에 관한 새로운 판을 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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