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2년 06월 04일 (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나타난 주한미국군 특수작전사령관
2012년 5월 28일 일본 도쿄에 있는 온라인 언론매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이 충격적인 기사 한 편을 실었다. 기사제목은 ‘미국의 대북정찰(U.S. Spy on North Korea)’이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미국에서 이름난 군사전문 자유기고가 데이빗 액스(David Axe)다. 그는 미국군 지휘관의 발언을 인용하여 그 기사를 썼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군과 한국군 정찰병들이 북측에 침투, 잠입하여 인민군 갱도군사시설을 정찰하는 극비작전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꺼내놓은 발설자는 미국 육군 준장 닐 톨리(Neil Tolley)다. 톨리는 2001년 10월부터 2003년 5월까지 주한미국군사령부 예하 CJ13 특수작전부 지휘관으로 복무하였고, 2012년 5월 말 현재 주한미국군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이며 합동비재래전기동군(Joint Unconventional Warfare Task Force) 부사령관이며, 한국육군특전사령부 사령관 고문(adviser)이다. 데이빗 액스가 자신의 보도기사에서 인용한 톨리 특수작전사령관의 발언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군은 북측에 갱도군사시설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포착한 바에 따르면, 부분적으로 갱도화된 비행장(partially subterranean airfield) 20개소, 지하포진지(underground artillery position) 1,000여 개소, 비무장지대 갱도 4개소 등이다.
둘째, 북측의 모든 갱도군사시설은 미국군 정찰위성으로부터 은폐되어 있어서, 미국군과 한국군 정찰병을 북으로 보내 특수정찰을 하게 한다.
셋째, 북파 정찰병들은 인민군에게 발각되지 않으려고 최소 한도의 장비만 갖추고 낙하산으로 침투하여 북측의 갱도군사시설을 정찰한다.
주한미국군 특수작전사령부가 정찰병을 북측에 침투, 잠입시켜 정찰활동을 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현지 사령관의 발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발언파문에 놀란 미국 군부는 데이빗 액스의 기사내용을 전면 부인하였다. 이를테면, 주한미국군사령부는 데이빗 액스의 기사가 나오자마자 몇 시간 뒤에 즉각 해명서를 발표하고, “언론매체가 톨리 준장의 발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제멋대로 인용해 보도하였다”고 하면서 “미국군과 한국군은 낙하산을 타고 북측에 잠입한 적이 없다. 비록 특수정찰활동이 특수작전사령부의 핵심임무이기는 하지만, 정찰병이 특수정찰을 수행하기 위해 북측에 투입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주한미국군사령부 대변인 조너던 위딩턴(Jonathan Withington)도 “톨리 준장의 발언에 관한 보도내용은 맥락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며, 인용문 자체가 날조된 것”이라고 하면서 보도내용을 부인하였다. 2012년 5월 29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E. Little)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톨리 준장의 발언은 왜곡되고, 잘못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주장에는 알맹이가 없다. 미국군이 북측에 침투했다는 보도는 오보”라고 하면서 보도내용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대북침투정찰에 관한 톨리 준장의 발언을 인용한 데이빗 액스의 보도기사는 날조된 것이 아니었고, 톨리가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내용을 현장에서 취재한 데이빗 액스가 자신의 기사에 인용한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하는 문제는, 톨리 준장이 어떤 자리에서 대북침투정찰에 관해 발언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톨리 준장은 2012년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탬파 대회장(Tampa Convention Center)에서 ‘세계적으로 구축되는 특수작전군 협조관계(Building the Global SOF Partnership)’라는 주제로 열린 특수작전군 관련 공업 대회(Special Operations Forces Industry Conference) 토론장에 발제자로 나가 공식 발언한 것이다. 그 대회는 미국 국방공업연합회(National Defense Industrial Association)가 해마다 여러 차례 개최하는 행사인데, 이번 대회에는 정부관리, 군부인사, 군수기업 관계자 7,000여 명이 참석하였고, 350개 군수업체가 각종 최신형 군사장비를 전시하였다.
데이빗 액스가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문제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공업연합회가 주최한 대회장에서 톨리 준장은 특수작전군의 정찰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새로운 군사장비들이 요구된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첫째, 북측의 갱도군사시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먼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는 경량화된 감지기(lightweight sensor)가 필요하다.
둘째, 인민군에게 발신위치가 발각되지 않는 고주파 발신기(high frequency radio)가 필요하다.
셋째, 북측에 침투, 잠입할 때 무거운 축전지를 등짐으로 지고 가지 않고 가벼운 장비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무선송전체계(wireless power transmission system)가 필요하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듯한 군사장비들을 열거한 것이지만, 톨리 준장은 침투정찰작전 현장경험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할 새로운 정찰장비를 만들어달라고 미국 군수기업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미국 군부의 궁색한 변명과 전격적인 해임조치
데이빗 액스의 보도기사가 예상치 못한 파문을 일으키자, <더 디플로맷>은 2012년 5월 29일 황급히 그 보도기사를 삭제하고, 짤막한 해명기사로 대체하였다. 해명기사에 따르면, <더 디플로맷>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이빗 액스의 보도기사 내용에 대한 확증을 찾고 있으며, 데이빗 액스는 자기가 톨리의 발언내용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밝히고, 톨리가 가정하여(hypothetically) 발언하였을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였다.
파문을 일으킨 발설자인 톨리 준장도 황급히 ‘불끄기’에 나섰다. 미국의 <전국공영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 2012년 5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톨리 준장은 자신이 발표한 해명서에서 자신의 발언은 특수작전군 정찰병들에게 어떤 군사장비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가설적 상황을 현재시제를 사용하여 묘사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확실하게도, 우리가 특수작전군 병력을 북코리아에 보낸 적이 없다”고 단언하였다.
2012년 6월 1일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그 문제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미국 국방부 언론담당 차관보 존 커비(John Kirby)가 답변에 나섰다. 그는 대북침투정찰에 관한 톨리 준장의 발언내용 자체를 부인하던 이틀 전의 태도를 바꿔, 톨리 준장의 발언내용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그의 발언은 가설적 상황을 언급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로써 데이빗 액스의 보도기사 내용이 날조냐 진실이냐 하는 쟁점은 해소되고, 그 보도기사가 가정발언을 인용한 것인가 아니면 경험발언을 인용한 것인가 하는 새로운 쟁점이 생겨났다. 이런 새로운 쟁점이 제기되자 데이빗 액스가 추가해명을 꺼내놓았다. 그의 추가해명에 따르면, 톨리 준장이 문제의 발언을 꺼내놓은 현장에서 데이빗 액스와 함께 취재하였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언론인이 있었는데, 그 다른 언론인은 톨리의 발언내용을 자기의 취재수첩에 이렇게 기록해두었다고 한다.
“북측의 군사기반시설 전반이 위성정찰이나 다른 공중정찰로부터 은폐되었고, 그것이 우리(미국군을 뜻함 - 옮긴이)에게 문제로 되어서 우리의 정보-감시-정찰 기반(ISR platforms)은 우리의 요구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북측에 사람을 보낸다. 우리의 전쟁계획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이 자리에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국군 병사들과 미국군 병사들에게 특수정찰임무를 주어 북에 보낸다. 우리가 1980년대에 유럽에서 수행하였던 작전과 거의 같은 것이다.”
언론인 두 사람이 현장에서 함께 듣고 취재한 내용은, 톨리 준장이 대북침투정찰에 대한 가정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대북침투정찰에 대한 경험발언을 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대북침투정찰을 지휘하는 현지 지휘관이 대북침투정찰작전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세 가지 첨단군사장비를 개발해달라고 미국 군수기업들에게 공개적으로 주문하면서 대북침투정찰에 대해 말한 것이 어찌 실제상황이 아닌 가정상황을 언급한 것이었겠는가.
톨리 자신과 미국 군부가 톨리의 발언이 대북침투정찰에 관해 가정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는 억지를 내세워 자꾸 발뺌하였던 까닭은, 대북침투정찰에 관한 극비정보가 세상에 알려지는 사태를 매우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침투정찰에 관한 군사기밀은 현지 사령관의 경솔한 발언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이 대북침투정찰을 감행하고 있다는 군사비밀이 그 정찰작전을 지휘하는 현지 지휘관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니, 사태는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2012년 6월 1일 톨리를 주한미국군 특수작전사령관에서 해임하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부사령관 에릭 웬트(Eric P. Wendt) 준장을 후임으로 임명하였다.
대북침투정찰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대북침투정찰에 관한 톨리의 발언을 현장에서 함께 취재하였으면서도, 데이빗 액스의 취재내용과 다른 익명의 언론인의 취재내용에서 차이점이 보인다. 특수작전군 정찰병의 대북침투방법에 대해 서로 다르게 표기한 것이 차이점이다. 데이빗 액스는 정찰병이 공중침투하여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린다는 식으로 표기하였지만, 다른 익명의 언론인은 공중침투라고 명시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정찰병들을 태운 미국군 수송기가 북측 영공을 깊숙이 침범하여 낙하산으로 정찰병들을 침투시키는 것은 인민군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자살행위’로 보인다. 인민군의 레이더 추적망을 뚫을 수 있다는 스텔스 수송기를 미국군이 공중침투에 사용한다고 해도, 대공방어망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북측 영공 깊숙이 공중침투를 감행하는 것은 격추당할 위험이 매우 높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인다. 2012년 5월 28일 주한미국군사령부가 발표한 해명서에서 “미국군과 한국군은 낙하산을 타고 북측에 잠입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데이빗 액스의 보도기사를 부인한 것은 북측을 상대로 공중침투정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물론 미국군 공수특전단이 남측에 상시주둔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누리집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irty)>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1965년 9월 1일부터 1984년 10월 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 주둔하였던, 공중침투작전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군 제39공수특전단은 소련과 전쟁을 하는 경우 소련 후방으로 깊숙이 침투하여 제2전선을 구축할 대소공중침투를 작전임무로 맡은 바 있는데, 소련이 해체된 이후 한 동안 종적을 알 수 없었던 그 공수특전단은 남측에 들어가 군사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한 2005년 10월 16일부터 한국군 공수특전단을 흡수통합하여 대북공중침투훈련을 지금도 계속하는 중이다. 미국군은 북측에서 일어날 이른바 ‘급변사태’를 대비한다고 하면서 대규모 공중침투작전을 훈련하는 것이지, 공중침투정찰을 실제로 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중침투정찰이 아니라면 육상침투정찰일까? 미국 특수작전군 정찰병들이 비무장지대에 포진한 인민군의 조밀한 다중 경비선을 뚫고 육상침투를 감행하는 것도 공중침투만큼 발각될 위험이 높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인다. 이런 조건을 따져보면, 초점은 결국 수중침투로 모아진다. 미국 특수작전군 정찰병들이 북측 영해로 수중침투하고 해안에 은밀히 상륙하여 잠입한 뒤에 북측의 갱도군사시설을 정찰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에 침투잠수정이 실려있다. [사진자료 - David Axe] |
▲ 미국군 정찰병들이 수중분리된 훈련용 침투잠수정에서 수중침투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자료 - Big Blue Tech] |
* 출처 :
[긴급정국진단] 통합진보당 사태의 극복과 단결투쟁을 위해 ① (0) | 2012.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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