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정국진단] 통합진보당 사태의 극복과 단결투쟁을 위해 ②
종북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대통령 입으로는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며 대대적인 사상검증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옛날 천주교가 들어와 (신도를 가려내려고)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지 않으냐”며 “북핵 문제, 3대 세습, 주한미군 철수,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의 문제에 질문을 하면 대답이 나올 것”이라며 야당 국회의원 30여 명에 대한 전향 여부를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북핵 문제나 북한 지도부 문제, 주한미군 문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정부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종북’이 된다. 나아가 북한도 주장했던 한미 FTA 반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6.15공동선언 이행 등을 외쳐도 ‘종북’이다.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과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들은 ‘종북’의 올가미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종북마녀사냥의 제물이 되었다.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 발언을 통해 종북세력으로 낙인찍힌 것을 시작으로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등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종북 2중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최근 벌어진 종북마녀사냥의 배경과 의도에는 여러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연말 대선을 대비한 북풍, 색깔론, 공안정국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진보당에 종북 이미지를 씌운 다음 야권연대를 지속하면 민주당도 종북정당이 된다는 위협을 가하여 야권연대를 깨고, 야권 전반에 종북세력이 득실거린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계획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지금의 형국은 마치 반민특위를 좌절시키기 위해 국회 프락치 사건을 일으킨 이승만 정권 시절과 같다.
물론 야권에서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역 사상검증을 주장하며 공격하자 종북마녀사냥이 움츠러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신들도 떳떳할 게 없으니 자칫 역풍이 불수도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시작된 마녀사냥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아가 야권연대를 깨고 진보당과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다음 무기를 열심히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보수 세력의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야권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야권연대가 잘 되어야 보수 세력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한국 현대사는 수구, 보수 세력과 민주, 진보 세력의 대결로 점철되어 있다. 4.19 혁명, 6월 항쟁 등 민주주의가 승리한 시기에는 모두 민주, 진보 세력의 단결력이 높았을 때다. 반대로 87년 대선, 92년 대선 때는 민주, 진보 세력이 분열하였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야권연대에 균열이 생기면 곧바로 마녀사냥이 확대되는 것도 하나의 법칙이다. 이번에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보당 의원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의원직 박탈에 나설 수 있다면서 야권연대를 흔드는 발언을 하자 곧바로 임수경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이 공격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보수 세력은 야권연대 파괴를 노리고 있다.
지난 총선 결과 야권연대가 유지, 강화되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피할 수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받은 표가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받은 표를 앞선 것이다. 수구, 보수 세력들 입장에서는 야권연대 파괴야말로 쟁권재창출의 필승 카드다.
종북마녀사냥이 초기에 진보당에 집중된 것은 야권연대 파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대선의 경쟁상대는 민주당이다. 그러나 보수 세력들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당에 한 달이 넘도록 화력을 집중했다. 진보당이 지금까지 야권연대에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진보당에 빨간 칠을 해놓으면 민주당은 부담을 느껴 야권연대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야권연대가 깨지고 진보당이 고립되면 다음 차례는 민주당이다. 아니, 사실 보수 세력이 진짜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은 바로 민주당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다. 칼기 폭파 사건, 중부지역당 사건 등 선거 때마다 터지는 북풍 사건들로 고역을 치른 것도 민주당이었다.
최근 진보당이 성장하면서 진보당에게 공격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에 가면 궁극적인 공격 대상이 민주당임은 당연한 이치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일종의 ‘순망치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춘추시대 우나라 중신 궁지기가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관계라고 하여 생긴 고사성어가 순망치한이다. 우나라 왕은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가 괵나라를 공격하는 데 협조했다가 결국 괵나라를 점령한 진나라의 공격을 받고 망해버렸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이 진보당을 공격하는데 이를 방치하거나 나아가 의원 제명에 협조하는 등 도와준다면 결국 민주당에 공격이 집중될 것이다. 과거 학생운동 경력이 있거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대화를 진행했던 이들을 먼저 공격할 것이며 그 다음에는 색깔론이 아닌 다른 무기들로 나머지 인사들을 공격할 것이다.
2012년 민주, 진보 세력의 목표는 정권교체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허용한다면 우리 국민은 앞으로 5년을 다시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현 종북마녀사냥에 강력히 맞서 보수 세력들이 색깔론을 꺼내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수 세력의 바람과 반대로 야권연대를 더욱 튼튼히 강화해야 한다. 전체 민주, 진보 세력이 단결하여 마녀사냥에 대항해 흔들림 없이 싸워야 한다. 이를 통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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