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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근심을 더하는 정부의 현무 미사일 공개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5.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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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2년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중거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키트, 천궁 유도탄, 북한 공기부양정을 공격할 수 있는 로거 등 첨단 국방기술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강하면 북한이 도발을 못하지만 약하면 도발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성능이 필요하지만 그 목적은 파괴에 있는 게 아니라 평화를 이루려는 것이며 전쟁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 몇 배의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기 위해 강한 무기, 강한 정신력,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강한 정신력과 강한 힘, 그 힘 안에는 북한을 압도하는 최신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국방부는 북한 전역을 사거리에 둔 세계 최고의 정밀도와 타격능력을 갖춘 순항미사일을 국산으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약 40초짜리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장면을 공개했다.

국방부 신원식 정책기획관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도발적 책동에 대해 국민이 우려하고 있어, 우리 군의 정확한 능력을 알림으로써 흔들림 없이 대처하고 있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미사일 공개는 최근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비판하고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국방과학연구소의 무기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3개의 미사일을 보고하였고 국방부는 2개 미사일의 영상을 공개하였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미사일을 살펴보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키트는 재래식 자유낙하 포탄에 부착하여 GPS를 통해 정밀유도가 가능하게 변경시키는 무기이다. 또한 별도의 추진기관 없이 활공만으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 천궁 유도탄 운용 개념도

천궁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체제이다. 천궁은 다기능 레이더와 사격 과정을 총괄하는 교전통제실, 실제 미사일을 발사하는 유도탄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러시아의 S-400 지대공 미사일의 기술을 일부 도입하여 연구를 진행한 끝에 2011년 12월 성공하여 2013년에 배치된다고 한다. 최대 사거리는 40km이고 속도는 마하 5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로거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개발중인 적외선 유도 70mm 히드라 70 로켓이다. 메두사라고도 부른다. 개발비는 600억원이 들었으며, 2010년 6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로거의 사거리는 5 km이고, 마하 2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위의 미사일들은 비교적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미사일들이다. 이에 반해 국방부가 영상에 통해 공개한 미사일은 비교적 크기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사일은 2가지로 하나는 현무-2 탄도미사일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무-3 순항미사일로 추정된다. 



▶ 최근 국방부가 공개한 현무 미사일 운용 장면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무-2의 경우 사정거리 300km의 탄도미사일로 그 위력은 축구장 여러 개를 한 번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위력이라고 한다. 현무-3의 경우는 사정거리가 500~1500km인 순항미사일로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 미사일은 이미 실전 배치되었다고 한다.

언론에 공개된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의 제원은 <표-1>과 같다.

<표-1>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제원



현무-2의 경우 한미미사일지침에 의거하여 사거리는 300km이고 탄두의 무게도 500kg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시리즈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차이가 정리되어 있는 <표-1>을 보면 일단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엔진이다. 탄두미사일은 로켓엔진을 사용하는데 비해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을 사용한다. 그럼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로켓엔진은 저장된 추진체를 고속으로 분출하여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제트엔진의 일종이다. 제트엔진과 다른 점은 연료와 함께 연료가 연소할 수 있는 산화제도 같이 공급되어 외부에서 산소의 공급이 없어도 작동한다. 따라서 로켓엔진은 공기가 없거나 희박한 공간에서도 작동한다. 그리고 연료와 산화제의 분사 정도에 따라 일정속도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제트엔진도 추진체를 고속으로 분출하여 작용-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한다. 그러나 연료에 산화제가 따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산소공급을 위해 외부 공기를 압축하여 연료를 연소시킨다. 따라서 제트엔진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작동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연료를 연소시킬 때 공기를 압축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일정속도 이상을 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돼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낙하하며 마하 10을 넘나드는 속도로 목표물을 타격한다.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탄두에는 주로  핵탄두를 실어 보내 파괴력을 극대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무-2의 경우 핵탄두를 실을 수 없다. 그리고 탄두 무게의 제한으로 축구장 여러 개를 폭파시킬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파괴력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사거리 제한으로 북한 전역을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순항미사일은 마하 1 전후의 속도로 저공으로 비행한다. 최근에는 GPS를 이용하여 더욱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속도가 탄도미사일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고 고도가 낮아 요격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의 군사시설은 주로 지하에 건설되어 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GPS 교란장치가 있을 경우 그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따라서 현무-3의 경우 사정거리로는 북한의 전역을 겨냥하지만 실제 발사했을 경우 북한의 전자전에 의해 목표 타격에 실패하거나 북한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은 2009년 열병식 때 러시아의 방공요격체제인 S-300과 유사한 방공요격체제를 공개한 바 있다. 순항미사일의 느린 속도와 높은 요격 가능성 때문에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에서는 순항미사일을 무인비행체로 분류한다. 

한국군의 무기가 전략무기?

언론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을 한국군의 “전략무기”로 소개하고 있다. 

전략무기는 적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 기반을 공격하는 무기 체제를 의미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한 국가의 도시·공장·군사시설 및 공공기관을 파괴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현대전에서 전략무기체제는 원자탄이나 수소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무기들만이 손쉽고 재빠르게 상대방 국가의 전쟁수행능력을 일거에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전략무기체제라는 용어는 해당 핵폭탄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핵폭탄을 탑재한 탄두가 목표물까지 도달하도록 운반시켜주는 복잡한 수송수단까지 포함한다.

전략무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보유만으로도 강력한 보복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전쟁억제력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기반이 붕괴될 것을 각오하고 상대방에 전쟁을 실시할 나라는 많지 않다. 때문에 지금 전략무기를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은 이 전략무기가 확산되지 않게 노력한다. 강대국들이 전략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두 가지 체제가 핵확산금지조약체제(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이다. NPT체제는 핵무기의 개발을 억제하는 체제이고 MTCR체제는 탄도미사일의 중량과 사거리를 제한하는 체제이다. 핵과 탄도미사일 이 두 가지를 제한함으로써 강대국-특히 미국-은 자신을 위협하는 새로운 국가의 출현을 막고 자신의 이익을 유지한다.

현무 시리즈는 사실 “전략무기”라고 보기 어렵다. 현무-3 시리즈는 속도가 느려서 요격의 가능성이 높은 순항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보통 전략무기로 보지 않는다. 탄도 중량의 제한이 없고 사거리가 길며 속도도 빠른 탄도미사일의 경우 그 탄두에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다면 전략무기라고 할 수 있으나 현무-2의 경우 사거리가 짧고 탄두중량 제한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무시리즈는 전략무기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한국은 미국과 한미미사일지침을 체결하고 이어 MTCR에 가입하여 탄도미사일의 개발을 억제했다. 이는 전략무기의 개발과 확산을 통제한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전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의 주둔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동북아의 주요거점인 한반도에서 주둔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의 전략무기 자체생산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게다가 현무미사일은 이명박 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권한이 없다. 한국에는 평시작전통제권만 있고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 실제 전투상황이 벌어져서 데프콘이 격상되면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어가게 된다. 전시상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한미연합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한국은 전쟁 상황을 제어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상대방을 공격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무 시리즈를 한국군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국군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데다가 전략무기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최신무기로 적의 도발 의지를 억제시키겠다고 한 것은 현실을 무시했거나 인식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MB의 대북정책

4월 16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미사일 한 번 쏘는 돈이면 북한의 6년 치 식량 부족분, 옥수수 250만톤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폄하하였다. 북한이 이에 “비록 서울 한복판이라 하여도 그것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고 건드리는 도발원점으로 되고 있는 이상 그 모든 것을 통째로 날려 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러자 국방부에서 현무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4월 20일에는 통일정책 최고위과정 특별강연에서 “북한도 집단농장을 할 게 아니라 <쪼개 바칠 것은 바치고 네가 가져라>라고 하면 쌀밥 먹는 것은 2~3년 안에 가능할 것”, “빵도 매우 중요하지만 21세기에는 빵 못지않게 개인의 자유가 필요할 것”,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이제 장기 독재 정권이 유지될 수 없는 역사적 시대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체제문제를 거론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전시작전권은 없으나 평시에 평화를 관리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할 것인가 평화를 지킬 것인가의 판단을 내리는 것에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그 양상이 서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던 시기에 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행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군사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못하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해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잘못해서 전쟁이 났을 경우 전략무기인 핵무기에 의해 국가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핵을 보유한 국가와 분쟁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면 충돌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그런데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지금도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국민들의 근심은 커져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북한에 미사일에 두려워하지 말고 한국군의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자주국방의 기초가 되는 국방공업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겠지만, 그 실상은 한국군이 보유한 미사일은 “전략무기”라고 불리기는 어려운 미사일이고 심지어 그 사용권한까지 의문시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2009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50% 감축과 임기 말 14조원의 미국무기 구입으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와 국방공업 및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한반도에 국지전 이상의 전투가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도 국민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남북 간의 충돌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남북간 군사적 충돌 시 군을 지휘 통제할 권한이 없으면서도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북 정책을 바꿔 국민들의 불안을 가시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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