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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준비위 설치, 진정성이 안 보인다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3.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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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급변사태, 흡수통일에 기대고 있는 한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정초부터 통일대박을 설파하는 정부 입장에서 남북관계에 변화를 보여줘야 하며, 북한 역시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통해 남북대화를 이끌어내기는 했다.



통일준비위 설치, 진정성이 안 보인다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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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야심차게 내놓은 <통일준비위원회>의 윤곽이 나왔다. 지난 14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민·관·학을 망라한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하는 통일준비위를 4월 중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될 통일준비위는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통일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3~5개의 분과위원회가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 있음에도 옥상옥 논란 속에 통일준비위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것은 박 대통령의 독선적 통치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만큼 믿을만한 측근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박 대통령의 통일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에 벌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002년 방북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정부·여당 내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일거에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왜 통일을 강조하나


<통일대박> 발언이나 통일준비위 구성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일회성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쏟아내는 게 아니다. 물론 연이은 실정으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실제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는 분명이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KNSI) 연구실장도 ≪통일 드라이브가 1회성 쇼가 아니며… 통일대통령 플랜을 갖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권이 통일을 추진하려는 의도는 자신의 치적 쌓기도 있겠지만 <대박>이란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다. 정부의 주장들, 그리고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들의 분석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해 석유자원을 약탈하듯 북한을 차지해 어마어마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약탈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따위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권은 지지기반인 재벌 등 기득권층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는 남북경제협력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 재벌들도 남북경제협력에 목말라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통일대박> 발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며 자본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듯,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재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통령이 앞장서서 연일 통일을 강조하자 정부 부처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말 법무부·통일부·법제처 등 3개 부처를 주축으로 <통일 법제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통일 이후 필요한 통일헌법, 형법·민법·상법 등 기본법을 연구하며, 통일 한국에 적용할 통치 구조를 단계적 통일, 급작스런 통일 등 두 시나리오에 대비해 연구한다.


국토교통부도 연말까지 통일에 대비한 국토계획을 준비한다. 주로 DMZ평화공원과 남북철도, 유라시아 철도 연계 방안 등을 준비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4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의 정보통신기술(ICT)체계와 커뮤니케이션 분화 연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통일 과정과 이후 남북한 사회통합차원의 정보통신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병무청은 오는 11월까지 통일 한국의 병역제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통일 이후에도 징병제를 유지할 것인지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들이 너도 나도 통일을 준비하고 나서자 눈치 빠른 증권사들도 통일이 투자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들을 제출하고 있다. 예컨대 메리츠증권은 3월 6일 <향후 남북통일에 따른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 파급효과>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통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분명 나쁜 일이 아니다. 누가 집권했든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통일로 이어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통일이 <대박>으로 이어진다는 데 더 말할 것도 없다.


박근혜식 통일은 흡수통일


하지만 <통일대박> 발언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 정권이 통일의 효과는 강조하면서도 어떤 통일을 하자는 것인지, 어떻게 통일을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실 어떤 통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통일은 대박이 될 수도 있지만 쪽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대체 박근혜 정권은 어떤 통일을,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박근혜 정권이 구상하는 통일은 지난해 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2015년에는 자유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는 발언에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현 정권의 실세 기구인 국정원의 수장이 감정에 치우쳐 즉흥적 발언을 했을 리는 없다. 남 원장의 발언은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인데 2015년까지 흡수통일을 하려면 전쟁 아니면 북한의 붕괴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전쟁을 통한 통일은 결코 대박일 수 없으므로 결국 박근혜 정권은 북한 붕괴,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 1월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한미가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세부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개념계획 5029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만든 개념계획 5029≫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주요 언론들은 지금 진행 중인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도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훈련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해병대사령부가 오는 11월까지 <북한 급변사태시 해병대 역할 및 운용개념>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교육사령부도 12월까지 <북한 급변사태시 지상작전 수행 방안> 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지상작전 수행 방안 연구는 북한 급변사태시 북한지역으로 투입될 지상군의 예상임무와 수행 방안, 임무수행을 위한 요구능력과 전력 발전 소요 등을 연구하며 연구 결과는 교육사뿐 아니라 육군 본부에서도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급변사태를 가정한 흡수통일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도 3월 12일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북 붕괴에 의한 통일, 흡수통일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며 통일대박 발언에 대해 ≪대박이라는 것은 북을 잡아먹겠다는 것이니까 나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근본적 발전 가능할까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급변사태, 흡수통일에 기대고 있는 한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정초부터 통일대박을 설파하는 정부 입장에서 남북관계에 변화를 보여줘야 하며, 북한 역시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통해 남북대화를 이끌어내기는 했다. 한반도에 평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북한의 의도와, 통일대박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박근혜 정권의 의도가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대북 압박론을 설파하고, ≪통일로 가는 길은 북한의 핵포기가 빠를수록 앞당겨 질 것≫이라며 선핵폐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질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합의하고 곧바로 ≪인권 문제와 비방중상 중지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통일부나,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겠다는 국방부가 있는 한 남북대화조차 계속되기 힘들다.


박근혜 정권이 진정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구상이 있다면 북한을 <길들여가면서> 대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화의 상대방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아가 진정 통일을 추진할 생각이 있다면 급변사태를 통한 흡수통일이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 이 글은 <진보정치 650호>에 기고한 원고를 보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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