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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남북관계를 살얼음판으로 만드는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3. 1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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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중·일 양국의 충돌 위험성이 낮지만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돌발적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위축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있다.




누가 남북관계를 살얼음판으로 만드는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남북이 새해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아직 일부에서는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역풍도 불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남북관계라는 배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은 남북관계가 대화의 궤도에 올라갔다고 볼 수 있겠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직후인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이곳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며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통일부나 민주평통이 있음에도 별도의 통일기구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직접 남북관계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을 보며 북한도 <협상의 가치가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대북심리전 강화>를 언급하고, 반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도 있었지만 북한이 이를 문제 삼아 대화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최근 이산가족 정례화와 관련한 남북 적십자 접촉을 둘러싸고 이견이 나타난 것도 북한이 청와대와 직접 협상하기를 바라서 나타난 현상이지 대화를 거부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 방해하는 미국


그럼에도 한반도에 좀처럼 봄이 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봄이 오기 직전에 찾아오는 일시적인 꽃샘추위 때문일까? 아니다. 한반도 외부에서 불어오는 북풍한설이 아직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직후인 2월 26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악의 소굴≫, ≪북한은 지구 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한 나라의 외교책임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이건 상대국과 외교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음을 선포한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이 수 년 째 정체된 북미관계를 풀 고민이 있었다면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심지어 북일대화까지 진행되는 지금 못 이긴 척 끼어들어 북미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반대로 남북대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2월 초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는데 B-52 전략핵폭격기를 서해에 급파해 대화를 방해하더니, 이산가족 상봉의 가장 큰 걸림돌로 등장한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 뒤 ≪어떤 경우에도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산가족 상봉 직전에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북한 지도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느니, 북한 체제가 문제라느니 하면서 북한을 자극하기도 했다. 3일 독수리 연습 참가를 위해 미7함대 소속 핵잠수함 콜롬버스호와 지휘함 블루리지함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새로운 불씨가 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2월 27일 한미 군 당국과 언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뉴스를 만들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3월 5일 북한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의 기간 우리의 전략군부대들은 화력단위별로 정상적인 훈련계획에 따라 로케트발사훈련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당연히 이 훈련은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독수리 연습을 하면서 단거리 미사일 몇 발에 웬 호들갑이냐는 국민들의 눈총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급기야 5일 미국은 영국, 한국, 호주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 제재를 공식 요청했다.


과거 대북제재는 일종의 공식이 있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 유엔 제재 – 핵실험 – 추가 제재 순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거리 미사일에도 제재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벌써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을 경고하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김에 핵실험도 해주기를 기대하는 인상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왕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까지 합의한 마당에 왜 맞대응을 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찾자면 좀 더 높이 올라가서 한반도와 주변을 조망해보아야 한다.


전쟁 위기를 느낀 3개 나라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자. 올 초 동북아 지역에서 <심각하게> 전쟁 위기를 언급한 나라가 3개 있다. 어디일까?


첫 번째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은 1월 16일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를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정세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반도에 심각한 전쟁 위기가 찾아오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중대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중대제안의 내용도 남북대화나 교류 같은 것보다는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지금 중국-일본 갈등 상황이 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영국 관계와 비슷하다고 발언했다. 당시 독일-영국은 가까운 사이였지만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아시아의 상황이 19세기 유럽과 비슷하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동조했다.


세 번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2월 14일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반도의 혼란과 전쟁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태도는 엄숙 진지하며 말뿐 아니라 그대로 행할 것≫이라는 강한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3월 8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반도 문제와 관련 우리는 오직 하나의 레드라인(금지선)이 있는데 전쟁과 동란 발생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주요국들이 모두 전쟁을 예고한 셈이다. 이는 김관진 국방장관류의 <3월 북한 도발설>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이다. 위기 고조나 국지적 충돌이 아니라 진짜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아직까지 전쟁 위기를 느낄 만큼 심각한 사건은 없었다. 그럼에도 어찌 보면 <뜬금없는> 전쟁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건 무슨 이유일까?


전쟁 준비는 작년에 다 끝났다


사실 전쟁 준비는 작년에 다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0월 미일 외교안보장관회의(2+2회의)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11월 일본은 일본판 NSC인 국가안전보장회의 창설 법안을 통과, 곧바로 설치에 나섰다. 이에 중국 역시 11월에 중국판 NSC인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하고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했다. 덩달아 한국의 박근혜 정부도 NSC 상설화를 추진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동북아 국가들의 NSC 건설 붐이 전쟁수행을 위한 지휘부 구축의 일환이라며 동북아 4개국(남-북-중-일)이 방어 위주에서 공격위주로 군대의 체질을 바꾸고 있고 이는 마치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세계정세 같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동북아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국가로 꼽히는 미국은? 미국 얘기가 왜 없을까?


아베 총리가 언급한 1차 세계대전과 독일-영국 관계란 쉽게 말해 신흥국 독일이 해외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제패한 대영제국과 불가피하게 충돌한 문제를 의미한다. 지금 무섭게 성장을 거듭하면서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과, 대영제국의 뒤를 이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은 언젠가 충돌이 불가피하다.


작년 11월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중·일 양국의 충돌 위험성이 낮지만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돌발적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위축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만 문제가 아니다. 바로 옆 북한도 문제다. 북한 역시 미국, 일본의 봉쇄를 뚫어야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경제봉쇄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북한의 잠재력은 봉쇄가 풀릴 경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중국 동맹을 상대하기 벅찬 상황이다. 중동에서 시리아, 우크라이나 문제로 연달아 러시아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라. 미국은 제 코 씻기에도 급급한 형편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부추기고 있는 게 미국이다. 일본만으로도 부족하다. 한국도 끌어들여야 한다. 지난 2월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가장 힘주어 강조한 부분이 한일관계 회복이다. 그것도 4월 오바마 방한 전까지라고 시한까지 못 박았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으로 북-중 동맹을 상대하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까지 포괄한 동아시아판 나토도 오랜 구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 2월 17일 괌에서 열린 제85차 코프 노스(Cope North) 미-일-호주 합동군사훈련에 한국 공군이 처음 참가했다고 한다. 우연한 사건은 아니다.


결론 – 누구 편에 서야 하는가


세계적 경제위기와 미국-일본의 패권 추락, 그리고 북한-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전체가 휘말릴 수 있는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남북 대화를 견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1년이 지난 이제야 남북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그 싹마저 짓밟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면서 북한은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화시키고 충돌의 빌미를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핵선제공격을 상정한 훈련을 코앞에서 하는데 지켜보기만 해서는 상대의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 북한이 이번에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의 함정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함대가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해양 전략을 갖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denial) 전략이라 부른다. A2/AD 전략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충돌이 동북아 전쟁 위기의 기본 구조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훈련도 일종의 A2/AD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얼마나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독자적인 평화통일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가가 향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지금은 오랜만에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면서 동시에 전쟁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과 손을 잡을 것인가, 중국과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할 것인가 하는 선택만 있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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