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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산가족 상봉을 가로막는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2. 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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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주장처럼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남북관계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남이든 북이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종합적 구상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누가 이산가족 상봉을 가로막는가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남북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올해 남북관계를 규정지을 첫 사건으로 이를 둘러싼 남북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제안한 북한


올해 남북관계와 관련해 처음 입장을 밝힌 곳은 북한이다. 북한은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정책을 공개했다. 북한의 신년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낭독했다. 유일영도체계를 강조하는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낭독한 신년사는 모든 주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 지침과 같다. 따라서 신년사를 분석하는 일은 모든 북한 전문가들이 연초에 연례적으로 하는 중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조금 길더라도 신년사의 내용을 집중 분석해보도록 하자.


먼저 북한은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력사적문건에 생애의 마지막친필을 남기신 20돐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20년 전 친필을 남긴 문건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작성한 조국통일 관련 문건이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북한 사회에서 지상과제와 같다. 그만큼 조국통일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1994년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뻔한 해인만큼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북한은 올해 조국통일과 관련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과제는 자주화의 과제다.


≪나라의 통일문제를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해결하자면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을 확고히 견지하여야 합니다. 조국통일의 주체는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이며 나라의 통일은 오직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에 철저히 설 때 민족의 리익과 요구에 맞게 자주적으로 실현할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문제,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것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롱락물로 내맡기는 수치스러운 사대매국행위입니다. 북과 남은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자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에 확고히 서야 하며 공동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히 리행하여야 합니다.≫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이란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6.15남북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남북관계 기본 원칙이다. 또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은 박정희 정부 시기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원칙을 의미한다. 이를 준수할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한편 <국제공조 청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등 해외 방문을 할 때마다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지지를 받은 일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과제는 평화수호의 과제다.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야 합니다. 미국과 남조선호전광들은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전쟁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핵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리고있으며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있습니다. 이제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것은 엄청난 핵재난을 가져오게 될것이며 미국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것입니다. 전체 조선민족은 내외호전세력들의 대결과 전쟁책동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고 단호히 저지파탄시켜야 합니다.≫


지난해 3월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계기로 한반도에 심각한 핵전쟁위기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전쟁위기가 다시 재발한다면 실제 전면전쟁으로 갈 수 있으며 다행히 전쟁으로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올해도 2월 말 키리졸브 연습이 예정되어 있으며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강행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물론 핵학공모함이나 지난해 논란이 된 전략핵폭격기들은 연습에 불참한다고는 하지만 팀스피리트 훈련 이래 최대 규모의 해병대 상륙훈련을 진행하는 등 여전히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전쟁위기를 가시기 위한 노력을 두 번째 과제로 제시하였다.


세 번째 과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이다.


≪북남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갈라져 살고있는것만도 가슴아픈 일인데 동족끼리 비방하고 반목질시하는것은 용납될수 없으며 그것은 조선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줄뿐입니다.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였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이상 해서는 안될것입니다. 남조선당국은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리지 말아야 하며 자주와 민주,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개선에로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것이며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것입니다.≫


세 번째 과제를 통해 북한은 비방중상, 반목질시를 중단하고 종북소동을 중단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통일을 바라기만 한다면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할 것이며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남북 사이에 상호비방이 극심했고 이로 인해 관계개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새해 들어서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한편 종북소동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종북소동은 반북대결정서를 키우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으며 이는 과거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제시한 자주화, 평화수호, 남북관계 개선 등 세 가지 과제는 사실 박정희 정부 시기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서 남과 북이 합의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의 내용과 직결된다.


끝으로 북한은 남․북․해외 온 겨레의 단결을 강조하며 올해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자는 말로 결론을 내렸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참다운 애국의 기치,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밑에 굳게 단합하여 조국통일을 위한 거족적투쟁에 힘차게 떨쳐나섬으로써 올해에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야 할것입니다.≫


올해 북한의 신년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바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들부터 비방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정부 공식 발표는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단했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막겠다고 밝힌 정부


북한의 신년사 내용은 실제 북한의 의도가 어떠한가와 상관없이 대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거부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제안을 신뢰할 수 없다면 물밑으로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면서 겉으로 비방중상을 서로 중단하자고 화답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면 비방중상을 먼저 재개한 쪽에게 비난이 집중될 것이므로 박근혜 정부가 비방중상을 계속하고자 하는 계획이 없다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신년사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고, 김관진 국방장관도 ≪화전양면 전술≫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틀 후인 3일에는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근거로 ▲작년에도 대결 중단을 주장하고서 남북관계를 저해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매도하는 등 이율배반적이고 ▲종북세력을 뒤에서 부추겼으며 ▲핵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작년에도 대결정책을 버리고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후 핵실험, 군사적 위협, 개성공단 일방 중단, 비방·중상 등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를 지속하였음.≫


≪북한은 금번 신년사에서 한편으로는 <비방중상을 끝내자>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사대매국 행위>로 매도하고, <남조선 호전광> 등을 언급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


≪아울러 우리에게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각종 매체와 지령을 통해서 종북세력을 뒤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추긴 것은 북측 자신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


≪또한 북한은 <핵전쟁의 검은 구름>, <일촉즉발의 전쟁위험>, <핵재난> 등을 주장하면서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일관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 시키고, 영변 핵시설을 재개하는 등 핵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 북한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음.≫


또한 지난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당사자가 북한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특히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군사적 도발과 위협, 약속 불이행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바로 북한임.≫


≪우리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여 왔듯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신뢰를 쌓기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바임.≫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제안을 거부하기 위한 억지 논리에 가깝다. 북한이 새해부터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는데 과거에 박근해 정부를 비난한 것을 거론하며 진정성이 없다고 하거나, 북미 사이의 현안이며 남북 사이에 풀 수 없는 핵문제를 거론한 것 등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고민이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이 유관기관의 협의 결과이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너무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라는 보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통일뉴스 1월 3일자 보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또한 1월 2일 육·해·공군·해병대가 <적>을 무찌르자는 신년 결의대회를 하고 전면전 대비 훈련을 고강도로 진행한 것 역시 대화보다는 압박을, 관계개선보다는 대결을 선택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신년 기자회견으로 이산가족 상봉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


1월 6일이 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도 통일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즉 흡수통일임을 분명히 하였다. 흡수통일은 관계개선과 대화를 통한 통일이 아닌 대결과 압박을 통한 통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에 대해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또 ≪이번에 설을 맞아 이제 지난 50년을 기다려온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도록 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측이 우리측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오기를 바라며,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를 첫 걸음으로 잘 떼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9일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지만 ≪우리를 걸고들고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하였는가 하면, 우리가 제기한 원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내들며 동문서답하였다≫며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적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느냐≫며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키리졸브 연습 후에나 논의하자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연이은 중대제안, 공개서한을 발표한 북한


그러나 북한은 일주일 뒤인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중대제안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대제안은 북한 신년사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할 것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할 것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를 취할 것 등 세 가지 제안을 하였다.


중대제안은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제안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무게감 있는 제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월 30일부터 비방중상을 전면 중지하자고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은 점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행동을 먼저 보여주겠다고 한 점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다시 확약한 점 ▲박근혜 정부에게 ≪정중히 제안≫한다는 표현을 쓴 점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가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한 점 등은 북한이 전례 없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바로 다음날인 17일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간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 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 ≪북한은 남북간의 신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하고 서해에도 끊임없이 도발함은 물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자행함으로써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몰고 온 것이 북한≫,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과거 도발행위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할 것≫,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비핵화를 실질적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중대제안을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입장은 북한 신년사에 대한 입장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중대제안을 전면 거부한 것은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들에 진정성이 없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를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자고 했는데, 이런 제안을 거부하면 정부가 앞으로 비방중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과연 정부가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통일뉴스 1월 17일자 보도)


북한은 거듭 비방중상과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하고, 박근혜 정부는 계속 거절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북한은 다시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명에 따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북한은 23일 발표한 장문의 공개서한을 통해 신년사와 중대제안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현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자세히 해설하였다.


≪우리의 중대제안은 불미스러운 모든 과거를 불문에 붙이고 서로의 힘을 합쳐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불변의 의지를 그대로 담고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중대제안에 대한 남조선당국의 온당치 못한 태도와 거부적인 립장은 지금도 구태의연하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특명에 따라 남조선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 각계층 인민들에게 다시금 이 공개서한을 보낸다.≫


≪우리는 중대제안에 쉬임없이 진행되여온 남조선당국의 삐라살포는 물론 북남합의를 어기고 재개한 대북심리전방송에 대하여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가 상대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백해무익한 행위를 전면중지할데 대하여 제안하였을뿐이다. 한것은 지난날을 두고 왈가왈부하는데 집착한다면 또 다른 반목질시와 대결을 낳는 악순환이 거듭될수 있다는 진정에서였다.≫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극이나 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


≪우리의 중대제안은 결코 남조선당국이 떠드는것과 같은 <위장평화공세>도, 동족을 대상으로 벌리는 <선전심리전>도 아니며 그 무슨 새로운 <도발>을 전제로 한 구실이나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삐뚤어진 여론이나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명분쌓기>는 더욱 아니다.≫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군사적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것과 함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도 마련하고 금강산관광도 재개하며 여러가지 북남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자는것이 우리의 결심이다.≫


북한이 공개서한을 보내자 정부는 곧바로 입장을 밝혔다. 김의도 대변인은 24일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밝힌 비방 중상 전면 중단 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북한은 소위 중대제안 이후에도, 국제관례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극단적인 비방 중상을 지속해 왔다≫, ≪위장 평화공세인지 아닌지는 한 번의 말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 ≪우리 정부가 그 동안 북한을 비방한 적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북한이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우리가 언론까지 통제해 주기를 바란다면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비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스스로 하겠다고 밝힌 비방·중상 중단은 물론 ▲비핵화 실천에 관한 분명한 입장 천명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이산가족 상봉 호응 등을 북한에 요구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북한은 불미스러운 과거를 불문에 부치자는 말로 그 동안 자행한 수많은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


≪북한은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


≪우선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도적인 문제의 해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며, 특히, 이미 합의한 이산가족상봉행사 재개에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즉각 호응해야 할 것≫


박근혜 정부의 가이드라인 가운데 비핵화 문제는 이미 북한이 중대제안과 공개서한에서 밝혔으므로 불필요한 요구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은 결국 선핵폐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수십년을 끌어온 핵문제를 해결해야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주장은 사실상 북미 협상이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더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심지어 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피하기 위한 핑계거리 찾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는 북한이 곧바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입장을 밝힌 직후 북한은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미 적십자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 귀측이 편리한대로 진행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1월 27일 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일정을 2월 17~22일 금강산에서 갖자며 29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28일 박근혜 정부가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진행하면서 실무협의는 무산됐다.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은 27일 전통문을 통해 사격훈련 중단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정례 훈련이라며 훈련을 강행했다. 북한이 전방도 아닌 내륙에서 진행한 군사훈련을 두고 도발이다, 비방중상 중단 제안의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으면서 최전방에서 사격훈련을 하고서 정례 훈련이라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실무협의가 무산되자 박근혜 정부는 30일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답변을 촉구했다. 특히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유감을 표명하는 등 이산가족 문제와 핵문제를 연계시켰다. 이는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싼 논쟁의 세 가지 특징


새해 첫날부터 설까지 전개된 남북 사이의 논쟁에서 세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제안했다. 신년사를 낭독한 것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며, 중대제안도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국방위원회가 발표했고, 공개서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명에 따라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놓고 추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통일부를 앞세워 북한의 제안을 거부해 왔다. 정례브리핑이라는 평범한 형식도 남북문제가 국정 운영에서 비중이 낮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음으로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시간을 두고 대응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곧바로 대응하였다. 북한 신년사에 대해서는 이틀 만에 입장을 발표했고, 중대제안에 대해서는 하루 만에, 공개서한에 대해서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진지하고 깊이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행동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진 입장을 가지고 즉각 대응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설득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전술적으로라도 북한의 제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답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끝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소극적으로 제안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동의와 무관하게 자신들은 먼저 선제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그 이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방중상이나 대남 군사훈련을 중단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요구한 이산가족 상봉도 전격 수용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진정성이 없다, 위장전술이다는 식으로 북한의 제안을 회피했으며 천안함 사건 해결, 북핵폐기 등 현실성 없는 요구들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이런 주장들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는 일단 비방중상 중단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의도와 속내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꼬투리나 잡아가며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비방중상을 계속 하려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주장처럼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남북관계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남이든 북이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종합적 구상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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