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반드시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형태는 정치적·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의 법적 책임 검토
동북아의 문
지난 6일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최고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대통령은 헌법 선서문에 따라 취임 때 <국가를 보위한다>는 선서를 한다. 이 선서의 핵심 취지는 1차 주권 기관이자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볼 때는 사과, 국민이 볼 때는 아닌> 사과만 반복하며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해 대통령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헌법 제65조 1항에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탄핵을 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판결(2004헌나1, 2004.5.14.)문을 통해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 따라서 직무상의 행위란, 법령·조례 또는 행정관행·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그렇다면 대통령은 헌법상 어떤 책무를 가지고 있는가.
헌법 제66조 2항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헌법을 위반·폄훼하는 사례를 방치하면 탄핵의 사유가 된다.
헌법 제69조에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신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역시 탄핵의 사유가 된다.
헌법 제76조 1항에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한 헌법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이러한 국가의 의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 다수가 사망했으며 또 다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으로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히 필요한 처분·명령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 작업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책기구가 10개에 이를 정도로 지휘체계가 혼선을 빚었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 이를 수습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청와대는 지휘본부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8시간이 지난 시점에 중대본을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질문해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대통령이 구조 지휘를 하지는 못할망정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구조 활동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약속하지도 않아 적극적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하지도 못했다. 세월호는 국내 최대 여객선으로 구조를 위해서는 대형 바지선과 크레인 등 막대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현장 관료들이 동원할 수 있는 한계를 쉽게 벗어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현장 지휘자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추궁만 경고했을 뿐 아무런 지원도 약속하지 않았다.
또 군통수권자로서 구조 활동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경이 군의 구조 지원을 거부하는 행위도 방치했다. 또한 해경이 긴급 구조를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자원한 민간 전문가들을 가로막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아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면 파면 정당
앞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시기 안전을 강조하였고 집권 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만큼 국민 안전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 2월 경주리조트 참사로 많은 대학생들이 사망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으면서도 안전 문제를 여전히 등한시해 결국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안전을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많은 국민들은 앞으로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자식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지 우려하고, 좌절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내각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계속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월 21일(현지시각) ≪서방에서는 이러한 국가적 비극에 뒤늦은 대처를 할 경우 지지율은 물론이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지도자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시각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 탄핵이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국가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12월 미국 하원은 당시 대통령인 빌 클린턴 탄핵소추안(Articles of Impeachment)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빌 클린턴은 미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 헌법을 유지하고 수호할 것과 신의와 성실을 다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을 맹세한 대통령 취임 선서를 위반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성실히 법률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할 헌법적인 책무를 위반하여, 다음과 같은 부패, 조작행위에 연루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반드시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형태는 정치적·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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