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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굳이 전쟁연습을 해야 하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2.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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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이산가족 상봉 분위기를 위해서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단 이틀만이라도 연기해야 한다. 설사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주장처럼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도 말이다.





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굳이 전쟁연습을 해야 하나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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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4일 2차 고위급 접촉 끝에 세 가지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통 큰 양보로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첫째,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걸림돌이 된 것은 2월 말부터 예정된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이다. 북한은 이 군사연습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연습이라 주장하면서 중대제안을 통해 ≪무조건 즉시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연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인 2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하다며 강행을 고집했다. 그러자 북한은 1차 고위급 접촉에서 군사연습 기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이는 ≪무조건 즉시 중지≫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요지부동이자 북한은 다시 양보를 거듭해 군사연습 기간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였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박 대통령이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번엔 <통 큰 용단>을 내리겠다≫며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성사를 위해 대폭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박근혜 정부는 군사연습 강행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도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월 24일 시작해 4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이 훈련을 이틀 연기하는 게 그렇게도 큰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남과 북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부분은 북한이 신년사부터 중대제안, 공개서한 등을 통해 꾸준히 요구해온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중대제안을 전면 거부하면서 비방중상을 계속할 뜻을 내비췄지만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수용하였다. 사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계속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기에 당연한 내용이라 하겠다.


비방중상을 중단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추며 앞으로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초적인 조치다. 만약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비방중상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셋째, 남과 북은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으며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의 첫 단추라고 표현하였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후에도 고위급 접촉을 계속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면 남북정상회담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특이 이번 고위급 접촉이 남북 정상의 의중을 담고 진행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고,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표단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내세웠다. 형식적인 고위급 접촉이 아닌, 양측 정상의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실질적 인물들이 만난 것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 민족은 이산가족 상봉이 무사히 이뤄지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키리졸브가 이산가족보다 소중한가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바로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이다. 북한은 일단 군사연습과 무관하게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군사연습의 내용을 잘 아는 북한 입장에서는 놀라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올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맞춤형 억제전략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 한미연합군이 가용 전력을 모두 동원해 선제공격한다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2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내용이다. 선제공격의 수단으로는 미국의 핵무기, 한미 공동의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 전력 등을 꼽고 있다. 쉽게 말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핵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선제핵공격 훈련을 하는데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선뜻 합의한 북한은 어떤 입장일지 몹시 궁금하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기간 중에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 핵실험은 방어적 성격이며 미국과의 문제이므로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그래도 박근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까? 혹은 인공위성 발사 일정을 잡고서 ≪장거리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므로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 어떨까?


아니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대한 대응조치라며 작년처럼 미사일 발사훈련을 하면서 ≪키리졸브 연습에 대한 대응일뿐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어떨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이산가족 상봉 분위기를 위해서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단 이틀만이라도 연기해야 한다. 설사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주장처럼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진정으로 바라고,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군사연습을 연기해야 한다.


또한 미국 역시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지난 6일 이산가족 상봉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날 맞춰서 느닷없이 B-52 전략핵폭격기를 서해 군산 앞바다에 출동시키더니,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 일정에 맞춰 키리졸브 연습 기간을 설정한 것은 누가 봐도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려는 시도다.


존 케리 국무부장관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는 키리졸브 연습이 ≪어떤 경우에도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혹시라도 박근혜 정부가 키리졸브 연습을 연기하자고 할까봐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 키리졸브 연습이 뭐기에 ≪어떤 경우에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남북관계가 급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201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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