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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대제안과 공개서한은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2. 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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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대제안을 발표한 후 한국진보연대, 경실련통일협회, 6.15남측위원회 대전본부 등 여러 단체들이 중대제안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중대제안과 공개서한은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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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비방중상이 계속되면 합의 이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대화와 대결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협상 중에 미국의 전략핵폭격기 B-52가 서해 직도 상공에서 훈련을 진행한 것에 강력히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반도 정세 심각성 반영한 중대제안


남북 모두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동의하고 추진하면서도 그 과정이 순조롭지 못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올해 북한의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년사부터 시작해 중대제안, 공개서한, 각종 성명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왔다. 신년사가 남북관계에 대한 큰 틀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중대제안은 구체적 과제를 제시했고, 공개서한은 이에 대한 배경 설명과 진지한 호소를 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월 16일 발표한 중대제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중대제안을 한 배경이 나온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설을 유포하고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꾸며대는 등 여론 조작을 통해 정세를 긴장시켰으며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진행하며 특히 쌍룡 해병대 상륙훈련은 최대규모로 실시하고 ▲미군이 군 병력을 한반도 주변에 은밀히 전개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정세에 대비하여 북한의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중대제안은 크게 세 가지 제안 내용을 담고 있다.


비방중상 전면 중지 제안


첫째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부터 취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1월 30일부터 설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고 정식으로 제의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남북 사이에 비방과 심리전을 중지하기로 한 6.4합의 10돌임을 강조하고 당국자들부터 입조심을 하고 언론매체들을 관계개선의 분위기 조성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6.4합의란 2004년 6월 4일 한국의 국방부와 북한의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가 2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비방중상을 중단하는 것은 서로 무너진 신뢰를 쌓고 화해에 나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파괴될 대로 파괴돼 서로 아무런 신뢰도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로 확인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쉽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비방중상을 중단하는 것이다. 서로 비방중상하는 상황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하든, 정치협상을 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북한이 비방중상 중단을 가장 먼저 제안한 것도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행동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거부할 명분도 없다. 비방중상 중단을 거부하는 것은 비방중상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어느 모로 보더라도 자신을 남북관계 파괴자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정책판단능력이 무너진 정부가 아닌 이상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신뢰를 강조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으로 제시하지 않았는가.


북한은 실제로 비방중상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뉴스와이는 ≪북한이 지난 16일 상호비방을 중단하자는 내용의 중대제안을 내놓은 이후 실제로 대남 비방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라고 보도하면서 노동신문이 대남 비방 대신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비판만 하고 있으며, 하루 4~5건씩 대남 비난 기사를 실었던 우리민족끼리도 잠잠하다고 분석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와 스위스를 순방하면서 북한으로서는 예민한 내용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을 삼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다. 위의 보도에서도 나왔듯 대통령부터 북한에게 예민한 내용을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통일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에서도 북한의 급변사태나 체제 불안정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은 더 심각하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최고지도자 문제, 체제 문제를 매일같이 다루면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신들이 북한을 비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 언론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상 언론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친정부·친여당 일색인데다가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적절히 통제하고, 나아가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 대변인에 기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이 정부의 해명을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제의


둘째로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겨누고 벌리는 모든 군사적인 적대행위들을 무조건 즉시 중지할 것≫을 제의하면서 당면하여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 한미동맹이 중요하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훈련을 하라고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가장 위험한 지역인 서해5도 지역을 포함한 지상·해상·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스스로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외세를 끌어들여 민족의 안전과 평화보장에 저애가 되는 군사적 행동을 벌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화운동단체들은 이 연습이 침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고 초기부터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기에 상관없다고 반박한다. 연례적이기에 상관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북한이 매년 핵실험을 하면 그것도 연례적이기에 상관없을까? 오히려 연례적이라서 더 큰 문제 아닌가?


방어적 훈련이라는 주장도 ▲북한 점령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작전계획 5027을 적용한 연습이라는 점 ▲전형적인 공격훈련인 해병대 상륙훈련을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최대규모로 진행한다는 점 ▲올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맞춤형 억제전략을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한다는 점 등을 따져볼 때 설득력이 없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연초부터 안보를 강조했고 특히 북한의 신년사가 나온 후에도 북한의 대화제의는 위장평화공세라며 튼튼한 안보태세 확립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설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자 해도 미국이 반대하면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미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특히 6일 북한이 반발했던 B-52 전략핵폭격기의 서해 훈련은 미국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남북 실무접촉을 하는 날에 맞춰 진행되면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 핵공격수단 반입 중단 제안


셋째로 북한은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서로 취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은 한반도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하면서 자신의 핵무기는 방어적 성격으로 동족을 향한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역으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핵공격수단들을 반입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정중히 제안≫했다. 특이한 것은 지난 1월 29일(현지시각)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북한의 핵보유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방어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세 번째 제안은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면서 동시에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핵폭격기 반입은 박근혜 정부가 간섭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로지 미국의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실상 미국에 대한 요구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끝으로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산가족상봉은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조건이 바로 위의 세 가지 제안임을 밝혔다.


북한의 중대제안, 그리고 뒤이은 특명에 따른 공개서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중대제안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지난해 한반도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계기로 심각한 전쟁위기까지 갔다. 그러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미국이 플레이북 실행을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발사훈련을 연기하면서 극적으로 전쟁까지 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전쟁을 수행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고위급 회담을 요구했으나 수차례에 걸친 비공식 접촉은 성과 없이 끝났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평화협상에 돌입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별다른 성과 없이 위기의 불씨를 안은 채 2014년이 밝았고 2월 말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작년과 같은 극단적 대결이 펼쳐진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작년처럼 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해소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작년에 한 번 경험을 했으므로 북미 양측은 더 높은 수위의 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연습에는 작년에 논란이 된 B-52, B-2같은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놓고서 기습적으로 군사연습 전에 B-52 훈련을 단행한 것은 미국도 결코 이번 군사연습을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 아님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해 이미 군사적 능력을 시위했으므로 올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성과 없는 무의미한 대결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전략핵폭격기까지 동원해가면서 무력시위를 하는데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북한의 신년사, 중대제안, 공개서한이 모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중을 담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신년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낭독했으며 중대제안은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국방위원회가 발표했고, 공개서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명에 따라 발송됐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선다는 의미가 매우 크다. 즉, 이번 제안이 그만큼 무게감 있다는 뜻도 있지만 최후통첩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최고지도자의 제안이 거절됐을 때 북한이 다시 다른 형태의 제안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화제의가 거절됐을 때 북한이 취할 행동은 무엇일까? 매년 한미합동군사연습 때마다 반복되는 전쟁위기를 언젠가는 종료시키려 하지 않을까? 지난해 무력시위를 충분히 했는데도 다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진행한다면 이번에는 단순한 무력시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박근혜 정부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은 남북 실무협상 중에 전략핵폭격기를 띄우며 방해공작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만간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북한에 보내겠다고 한다. 남북관계 발전은 가로막으면서 자신들의 안전은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런 미국의 전략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중대제안을 발표한 후 한국진보연대, 경실련통일협회, 6.15남측위원회 대전본부 등 여러 단체들이 중대제안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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