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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미군문제를 생각한다

10전11기

by 붉은_달 2011. 10. 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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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니까 통일이 안 되고, 통일이 안 되니까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1999년 3월. 미군문제를 생각한다


1999년 2월 우여곡절 속에서 6년 만에 가까스로 졸업을 한 저는 여전히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공안기관에서 저를 추적하는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경비실에 제 사진이 붙어있다거나,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당시 저는 미행이 어려운 오토바이를 애용했습니다.


7번째 연행 만에 결국 구속


그러던 중 하루는 함께 회의를 해야 하는 동료 한 명이 배가 아파 회의를 못 오는 일이 생겼습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즉석 죽을 샀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나오자 저는 곧 낯선 남자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그들은 다짜고짜 제 허리띠를 틀어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서 제 이름을 묻더니 미란다 원칙을 줄줄 외우기 시작하더군요. 제 7번째 연행 경력이 추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탈이 난 동료도 함께 구속되었는데 이게 인연이었는지 지금도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를 연행한 이들은 보안수사대였습니다. 주로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며 학생운동, 통일운동을 탄압하는 전문가들입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쉽게 풀려나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왔고 실제로 1년6개월의 세월을 대전교도소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특이한 건 실형을 산 게 아니라 계속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재판이 길어진 건 대법원에서 부분 승소해서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6.15공동선언을 교도소에서 맞이했고 그 영향이었는지 보석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판사 직권으로 출소하게 되었습니다. 출소 후 재판에서는 당연히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공안기관이 저를 구속, 기소한 이유는 제가 학생운동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같은 주장을 했고 이게 ‘이적행위’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공소장의 두께는 대백과사전을 능가하지만 핵심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입니다. 이상하게도 공안기관을 비롯한 기득권 집단은 ‘정부를 뒤집어엎자!’는 주장보다 ‘주한미군 나가라!’는 주장을 더 위험하게 취급합니다.


2008년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인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사건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사건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사회주의를 주장한 단체였고, 후자는 통일운동 단체였는데 검찰은 두 단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노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실천연대만 구속시켰습니다. 당시 검찰이 실천연대에 대해 주되게 문제 삼은 것은 북한과 주한미군 철수 운동을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를 주장해도 불구속 재판을 받는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구속이 되는 게 21세기에도 여전한 한국의 현실입니다.


기득권 집단이 주한미군 철수를 불온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한미군이 기득권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권은 뺏겨도 선거만 잘 하면 되찾을 수 있지만 주한미군이 없으면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생각은 기득권 집단만 하는 게 아닙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막아주고 있다는 생각이지요. 여론조사를 해보면 보통 주한미군 철수에 동의하는 이들이 절반을 넘어가지만 대다수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철수에 동의하지 즉각 철수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이 없어도 안전한 상황이 되면 그 때 철수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교도소에 있을 때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루는 운동시간에 한 재소자가 저에게 “학생들 주장하는 건 다 좋은데 그 주한미군 철수는 뺐으면 좋겠어” 하는 겁니다. 교도소 운동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한 시간씩 주지만 당시만 해도 운동시간이 15분 내외로 매우 짧았습니다. 그것도 운동 끝나고 들어가는 와중에 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저는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뭔가 답변을 해야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린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주한미군이 언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과 진짜 이유


주한미군은 참으로 불편한 존재입니다.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상이 아닙니다. 사실 저는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광주와 대전에서만 살았는데 여기는 미군기지가 없어서 주한미군을 볼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오니 미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더군요. 처음 길거리에 미군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는 강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이건 사상이나 지식을 떠나서 자기 나라에 외국 군인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누구나 느낄 감정일 것입니다. 지금은 꽤 자주 봐서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주한미군이 언제 나가야 하는지 답을 찾자면 주한미군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주한미군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8일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올 당시의 명분은 일본군을 무장해제한다는 것이었지만 들어오자마자 군정을 실시하면서 38선 이남 지역을 통치하였습니다. 미군은 1948년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자 철수를 시작, 1949년에는 군사고문단 500여 명을 남기고 모두 철수합니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참전을 결정, 다시 들어왔고 이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넘겨받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가진 채 이 땅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자기 군대를 주둔시키는 이유는 한반도가 지정학상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미군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국제 관계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할 때 가장 논란이 된 부분도 바로 명분과 국익이었습니다. 파병 찬성론자들은 국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론자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할 때는 당연히 국익이 있기 때문에 파병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존재는 미국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 국가의 리더로 등장한 미국의 가장 큰 적은 사회주의 국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을 억제하지 않으면 자국 노동자들이 동요하여 결국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 판단한 미국의 자본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의 리더격인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유럽-중동-동아시아에 걸친 포위망을 형성합니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에는 유일하게 한국이 대륙에 붙어있는 포위망의 일원입니다.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은 모두 섬나라라서 군사적 입장에서 볼 때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소중한 군사 자원인 셈입니다.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국익이야 어찌됐든 사회주의를 막아준다니 우리에게도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정당성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제대로 된 나라라면 자기 힘으로 외세의 침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나라들은 자기 나라 군대로 외세의 침입을 막아왔습니다. 주변의 적국 군대가 너무 강할 때는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 군대를 상주시키지는 않습니다. 신라도 고구려, 백제를 점령하기 위해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였지만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당나라 군대를 몰아냈습니다. 조선도 임진왜란 후 명나라 군대를 돌려보냈습니다. 한반도에 외국군대가 상주할 때는 외국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주하면서 민중의 저항을 억누른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현재 한반도는 사상 유례없는 초장기 정전상태(장장 60여 년)에 있으며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주한미군이 상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전상태가 문제라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평화체제를 만드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즉, 정전상태라서 주한미군이 있는 게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정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언제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비정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 주한미군이 없으면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겠냐고 걱정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점이 주한미군 문제의 핵심입니다. 제가 처음 던졌던 질문 “그럼 주한미군이 언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도 바로 이 문제를 짚고자 한 것입니다. 전쟁의 위험이 상존한 가운데 주한미군이 있는 것보다,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주한미군도 없는 게 훨씬 좋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느냐가 문제입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근본을 찾다보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갖고자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외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고, 직접적인 전쟁 위기의 원인을 찾아보면 바로 분단이 나옵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지 않고 한 국가로 존재한다면 전쟁 위기는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통일을 이루면 전쟁 위험이 사라집니다.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남과 북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협상을 잘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통일이 되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잃게 되고 또 통일국가가 친미성향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구한 날 한국군 데리고 합동전쟁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을 매년 반복하니 남북 사이에 대화를 할 분위기가 조성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중국군 데려다 휴전선 인근에서 대규모 전쟁훈련을 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십시오. 사회 전체가 공포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결국 주한미군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니까 통일이 안 되고, 통일이 안 되니까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설사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골칫거리입니다. 통일이 되면 남북 통합군이 구성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부에 편재되어 있고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입니다. 그렇다면 통일 후에 한국군은 한미연합사와 남북 통합군에 동시에 편재되어야 할까요? 게다가 북한군과 미군은 현재 정전협정에 따라 전쟁 중인 적군의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통일된 한반도에는 전쟁 중인 적군이 공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통일이 되어야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통일을 이룰 조건이 조성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전쟁 위험을 없애려면 통일도 이뤄야겠지만 동시에 평화협정도 체결해야 합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한반도는 법적으로 전쟁상태에 있고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해보면 주한미군이 언제 철수해야 하는지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이 통일을 이루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도 사라지므로 그만 철수하면 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통일이 빨리 이뤄질 수 있으므로 결국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철수 일정이 나오면 주한미군 철수와 통일이 동시에 이뤄지는 수순을 밟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이 과정이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을 최선의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주한미군은 왜 나가야 하는가


주한미군이 문제인 건 알겠는데 왜 그렇게 주한미군 철수를 강조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게 정당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우리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주한미군이 있으면 우리는 항상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 합니다.


첫째로 주한미군이 전쟁 위기를 높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이유는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언제든 이들 국가와 무력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는 각종 첨단 무기들은 이들 국가를 자극해 군비 확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러시아는 미군에 맞서 핵탄두를 100개가 넘게 실을 수 있는 핵잠수함을 무려 3척이나 극동지구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중러 합동군사훈련을 한반도 인근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하면서 전쟁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붙박이로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분쟁에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 때문에 한국은 각종 분쟁에 자동 개입할 위험에 빠졌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대만에 파견될 것이고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 등 한국을 직접 공격하려 할 것입니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전쟁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부추기고 있는데 사실 미국은 이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야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도 생기고 미국의 군수업체들도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주한미군이 주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나라의 주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군사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한미연합사에 편재되어 주한미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전시 작전통제권도 주한미군에게 넘겨준 상태입니다. 군 편성과 무기체계, 정보 처리도 모두 주한미군에 맞췄기 때문에 미군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군대가 아무런 자주권을 갖지 못한 한심한 상황입니다. 주한미군이 있는 한 자주국방은 요원하며 자주국방을 포기한 나라는 국민의 생존도 포기한 나라입니다.


셋째로 주한미군이 우리 경제를 파괴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한미군 덕에 국방비를 아낀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2007년 기준 1조5450억 원에 달하며 이는 GDP 대비 일본보다 높으며 독일의 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필요로 진행되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 가운데 97%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무려 10조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또한 현재 이전 사업이 연장되면서 비용도 대폭 늘어나고 있어 실제 경비는 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잘못된 협상으로 인해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정화비용 12조 원(2006년 단병호 전 의원 추정액)을 전액 한국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최근 드러난 고엽제 오염을 포함하면 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경제 회생에 투입되어야 할 국민의 혈세가 주한미군에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규모를 추정해보면 14조~2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주한미군 때문에 전쟁 위기가 증폭되고, 전쟁 위기로 인해 국방비를 인상하고, 그 돈이 고스란히 주한미군과 미국의 군수업체에 들어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째로 주한미군이 건전한 정신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나라나 민족이 멸망하는 것은 민족의식을 잃어버렸을 때입니다. 특히 민족의 자주의식을 잃어버리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그런데 미국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친미정부를 후원하고 국민들 내에 친미의식을 심어놓고 있습니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식민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고 일본말만 쓰게 하고 창씨개명을 강요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 외국 군대가 상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보면서도 많은 이들은 이를 부당하게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버젓이 한국인의 모국은 미국이라고 말을 하고, 대통령 형은 자기 동생이 뼛속까지 친미라고 자랑합니다. 민족의 상징인 자기 언어를 무시하고 영어 배우기에 온 사회가 난리법석을 피우고, 민족을 이야기하면 국수주의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모두 미국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노력한 탓입니다.


다섯째로 주한미군이 말 그대로 국민들을 죽이고 있기에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기억합니다. 무한궤도 차량에 깔려 두 여중생이 처참하게 죽었지만 정작 미군들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무수히 많이 저질렀지만 제대로 처벌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는 불평등한 주둔군 지위협정(SOFA) 때문인데 이 때문에 주한미군들은 한국을 마음껏 범죄를 저지르고 다녀도 되는 천국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에게는 지옥이겠지요.


이라크,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이 병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과자들이 군대에 많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기전으로 인한 피로감도 미군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뼛속까지 친미인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미국에 굽신거리고 있으니 미군들이 보기에 한국이 얼마나 쉬워 보일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주한미군 범죄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서울과 동두천에서 10대 여학생을 강간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있는 한 한국인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왜 주한미군 철수가 절실한지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댔는데 이보다 더 많은 이유도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가 절실한 이유도 나왔고, 철수시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도 제시했으니 이제 철수만 하면 됩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합니다. 국회는 미군철수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됩니다. 국민들은 반발하는 기득권 집단을 견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미군 없이 평화로운 통일된 나라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2011.10.18)


 


<10전11기 목록>

1996년 4월.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1996년 8월. 분단을 생각한다

1997년 2월. 신자유주의를 생각한다

1997년 8월. 경제주권을 생각한다

1998년 4월. 집권을 생각한다

1998년 5월. 학생운동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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