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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 울린 포성의 실체는?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8.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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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공사장 발파소리라고 하는데 합참은 포탄이 NLL 북동쪽에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이 사건은 단순 오해가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해법은 쌍끌이 어선뿐일까?


연평도에 울린 포성의 실체는?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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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사일 소동


1998년 8월 31일 북한은 다단계로켓 하나를 발사하였다. 이 로켓의 이름은 백두산1호라고 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 로켓에 발사지역 이름을 따서 ‘대포동1호’라는 이름을 마음대로 붙이고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바람에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이 감돌게 되었다며 북한을 맹비난했다.


▲광명성1호 발사장면


북한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하자 북한은 9월 8일, 느닷없이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발사했다고 발표하였다. 세계는 경악했다. 경제봉쇄로 언제 붕괴할지 오늘내일하던 나라가 갑자기 선진국에서나 발사하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떠들던 나라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러시아는 가장 먼저 광명성1호가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음을 확인하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자기 홈페이지에 광명성1호 발사가 성공이라고 기록했다가 나중에서야 논란이 되자 슬그머니 삭제해버렸다. 미국은 인공위성은 맞지만 실패라고 주장했고 한국은 끝까지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광명성1호 사건은 재밌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왜 북한은 8일이 지나고야 인공위성임을 공개했을까? 인공위성임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정보력에서 세계 최강이라던 미국은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었고, 일본은 군비증강에 환장한 나라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머릿속에 전쟁만 가득한 나라들은 인공위성도 미사일로 보이는 것이다.


또 8월이다.


2011년 해안포 소동


며칠 전인 8월 10일 연평도에 포성이 들렸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경 북한 용매도에서 해안포 3발이 발사되는 폭음이 들렸고, 이 가운데 1발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2발은 용매도 근처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합참은 1시 25분경 북측에 경고통신을 보냈고 2시경 자주포 3발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당시 안계가 짙어 시계가 약 1km에 불과했으며 합참 관계자는 “탄착지점을 확인하는 것은 제한이 있다”며 “NLL 선상에 사격한 것이기에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한다. 합참은 7시간쯤 지난 오후 7시 45분경 다시 해안포 2발의 폭음이 들렸고, 이 가운데 1발이 NLL 인근에 떨어져 한국군도 자주포 3발을 응사했다고 발표했다.


▲용매도와 연평도 위치


다수의 언론들은 7월 말부터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하였으며, 8월 16일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시작되므로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한이 포사격을 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들은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을 언급하며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런데 잠시 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폭음은 공사장 발파소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황해남도 일대에서 건설공사가 한창이었고 이에 따른 발파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즉, 합참이 해안포 폭음이라고 한 것이 사실 발파작업 소리였다는 것이다.


▲북한의 만수대거리 공사장 모습


그러면서 북한은 “첨단탐지정보수단들이 가동되는 과학의 시대에 발파소리를 포사격소리로, 또 쏘지도 않은 포사격탄착점을 ‘북방한계선’ 부근수역으로 반증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한국 군부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쟁 위기를 일부러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군은 발파소리에 놀라 대포를 쏜 꼴이 된다. 국방부는 즉각 “사실과 다른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발파소리와 포성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두 소리를 과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누리꾼들은 천안함 사건 당시 새 떼와 전투기도 구분 못하고, 얼마 전 아시아나 민항기를 적기로 오인한 군대가 과연 포성과 발파소리를 구분했겠냐며 비웃었다.


미국도 사태를 민감하게 바라보면서 북한에 자제를 요청했다. 또한 이미 끝난 상황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사태가 확대되지 않기를 요구했다. 미국이 북한을 ‘규탄’하지 않고 ‘자제’를 요청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일단 어렵게 북미 대화가 시작된 마당에 이번 사건으로 대화가 깨지는 것을 미국도 불편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만약 북한의 주장처럼 ‘발파’가 맞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군이 먼저 자주포를 쏜 셈이 되므로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자제’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은 며칠 후 20만 명 규모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면서 겨우 5발의 포사격 훈련을 두고 자제를 요청한 미국의 태도는 모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포격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듣고 대응에 나섰다”며 북한 입장에서 보도하였다.


오해가 아닌 거짓


그렇다면 10일 연평도에 들린 폭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북한이 해안포를 쏜 것이라면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로 미사일도 아니고 해안포를 왜 3발, 2발만 쐈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서해에서 NLL을 향해 해안포 사격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2010년 두 차례다. 1월 27, 28일 양일간 10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고 8월 9일에는 130여 발을 발사했다. 즉, 해안포 사격을 할 때는 최소 100발 정도 무더기로 발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단 위력시위가 목적이라면 많이 쏠수록 좋기 때문이며, 미사일에 비해 포탄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므로 굳이 아껴가며 2, 3발 쏠 이유도 없다. 지난 연평도 포격 당시 연평도 인근 바다에 3발의 포탄을 먼저 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영점조절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하면서 2, 3발을 발사하는 것은 영점조절만 하고 정작 본격적인 훈련은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사건은 사격훈련도 아니고, 위력시위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포사격 훈련 모습


둘째로 북한이 왜 해안포 발사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해안포 사격훈련을 하고서 발사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훈련 전에 어선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 공지를 하고 항해 금지 구역을 선포한다. 이번처럼 은밀히 쏘고 발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는 7월 말부터 서해 합동훈련을 진행 중이므로 통상적 훈련의 일환이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NLL 인근에 사격한 게 처음도 아닌데 굳이 발파소리라고 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한 것이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해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12일자 기사에서 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한국군의 최신 음향표적탐지장비(HALO)를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맞는다면 한국군은 북한의 의도에 부합하여 ‘우리 군의 탐지 실태와 대응속도’를 친절히 알려준 셈이다. 어쨌든 한국군 실태를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사격훈련이라고 발표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음향표적탐지장비(HALO)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아시아나 민항기를 적기로 오인하고 사격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때는 눈으로 잘 못 보고 오인사격을 했다면, 이번에는 귀로 잘 못 듣고 오인사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 한국군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 훈련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맞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전방 군부대는 지금 고도의 긴장상태에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폭음이 들리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대응사격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문제는 합참의 발표다. 합참은 포탄의 착탄지점까지 추정하면서 상당히 구체적인 설명을 하였다. 물론 모두 추정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만약 진짜 발파소리였다면 NLL 북동쪽에 떨어진 것은 뭣일까? 발파로 인해 튀어나간 돌조각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사건은 단순 오해가 아니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누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착탄추정지점에 쌍끌이 어선을 투입해 1번 포탄을 건져 올릴 수도 없지 않은가. 아무튼 최근 조성된 대화분위기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세력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20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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