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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대공미사일과 은폐된 갱도방공기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5. 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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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한 S-125 

1999년 3월 23일 밤 10시 17분(현지 시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하비에르 솔라나(Javier Solana)는 당시 미국군 유럽사령관이며 나토군 중앙사령관인 웨슬리 클락(Wesley K. Clark, Sr.)에게 유고슬라비아를 침공하는 대규모 공습작전을 개시하라고 통고하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 전, 유고슬라비아 정부당국은 긴급방송을 통해 나토군 무력침공이 임박하였음을 알리면서 전시동원령을 내렸다. 3월 24일 오후 7시 ‘나토군 모자’를 쓴 미국군이 대규모 공습을 개시하였다. 지중해에 전진배치한 10만4,000t급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디오도어 루스벨트호(USS Theodore Roosevelt)에서 출격한 함재기들과 이탈리아, 독일에 있는 공군기지들에서 출격한 미국군 전폭기들이 까마귀떼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공습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당시 미국군이 주도하는 나토군은 최신형 스텔스 전폭기를 비롯하여 1,031대의 각종 전폭기, 전투기, 기타 작전기들을 공습작전에 투입하였는데, 그에 맞선 유고슬라비아군은 미그-29 14대, 미그-21 46대, 자국산 근접지원기 J-22 오라오(Orao) 34대밖에 없었다. 1,031대 대 94대의 공중전이었다. 숫적으로 11배나 우세한 나토군의 대규모 공습을 유고슬라비아군이 막아낼 방도는 없었다. 

그런데 나토군 집중공습이 나흘째 되던 3월 27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형 스텔스 전폭기 F-117 나잇호크(Nighthawk) 한 대가 지상에서 발사한 대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것이다. 2008년 4월에 퇴역한 기종이지만, F-117은 미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스텔스 전폭기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시커먼 박쥐형 괴비행체처럼 생긴 F-117은 한 대 값이 무려 1억1,100만 달러나 하였다. 적의 레이더를 완벽하게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을 발휘하며 이른바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F-117이 어이없게 격추되자 미국군 지휘부는 충격을 받았다. F-117을 격추한 쪽은 유고슬라비아군 제250방공미사일여단 제3대대였다. 

유고슬라비아군은 F-117을 어떻게 격추하였을까?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랑하는 첨단무기에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F-117은 적의 레이더를 회피하기 위해 기체 안에 폭탄창(bomb bay)을 따로 만들어 놓았는데, 폭격할 때는 폭탄창 개폐문을 열어 폭탄을 쏟아내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폭격하기 위해 개폐문을 열어놓은 폭탄창이 적의 방공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는 게 허점이었다. 

유고슬라비아군 제250방공미사일여단 제3대대 대대장 졸탄 다니(Zoltan Dani)가 나중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지휘한 대대에서 가동 중인 방공레이더가 마침 폭탄창을 열어놓은 F-117을 포착하여 13km 밖에서 대공미사일을 발사하였는데, 그 미사일에 내장된 근접신관(proximity fuse)이 F-117 가까이에서 터져 격추할 수 있었다고 한다. 

F-117을 격추한 미사일은 소련산 대공미사일 S-125 네바/페초라(Neva/Pechora)였다. 미국군은 이 대공미사일을 ‘SA-3 고아(Goa)’라고 부른다. 그 날 유고슬라비아군이 격추한 F-117에서 떼어낸 조종석은 지금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항공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미국이 자랑하던 F-117은 4월 30일에도 또 한 대가 S-125 대공미사일에 맞아 치명상을 입고 간신히 기지로 돌아갔으나 수리할 수 없어 폐기되었다. 이처럼 S-125 대공미사일이 F-117을 격추하고 격상한 것은, 미국이 25년 동안 쌓아올린 ‘스텔스 기술 신화’를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차량발사식 대공미사일 S-125. [사진제공 - 한호석]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인민군 열병식에 바로 그 S-125 대공미사일이 등장하였다. 무게 953kg, 길이 6.09m, 지름 37.5cm, 탄두무게 60kg, 날개길이 2.2m인 S-125 대공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쓰는 중거리 대공미사일인데, 원격지령유도방식(COLOS)에 의해 요격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요격거리는 35km, 요격고도는 18km다.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S-125 대공미사일은 3축6륜 발사차량 한 대마다 두 기씩 실려 있었는데, 열병식 현장을 취재한 <미국의 소리> 기자가 근접촬영하여 확대한 S-125 방공미사일 사진을 보면, 그 미사일 동체에 검은 색 작은 글자체로 쓰여 있는 러시아말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열병식에 등장한 S-125 대공미사일이 북측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지난 시기 소련에서 생산된 것임을 말해준다. 북측이 대공미사일을 아직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던 이전 시기에 소련산 S-125 대공미사일을 수입하여 작전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인민군에는 발사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S-125 대공미사일로 무장한 32개 중대가 있는데, 남측 정부의 고위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S-125 대공미사일 140여 기를 작전배치하였다. 그런데 이 보도기사에서 주목하는 것은, 2000년에 북측이 작전배치한 S-125가 불과 7기 밖에 되지 않았는데, 최근 10여 년 동안 20여 배가 늘어나 140여 기를 작전배치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2000년 현재 인민군이 보유한 S-125가 7기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위의 보도기사에서 말한 S-125 7기는 북측이 수입한 소련산 S-125가 아니라 북측이 성능을 개량하여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한 개량형 S-125라고 보아야 이치에 맞다. 

러시아군이 보유한 S-125는 1990년대에 퇴역되었으므로, 북측이 지난 10여 년 동안 S-125 보유량을 20여 배나 증가시킨 것은 그 동안 북측이 S-125의 성능을 개량하여 자체로 생산한 것이었다. <미국의 소리> 취재기자가 태양절 열병식에서 촬영한 S-125는 북측에서 자체로 생산한 개량형 S-125가 아니라, 오래 전에 소련에서 수입한 S-125였던 것이다. 북측이 오래 전에 소련에서 수입한 S-125가 몇 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련산 S-125와 자국산 S-125를 합하면 200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한 S-75 

지난 시기 미국 공군과 중앙정보국(CIA)이 각각 운용하던 전략고공정찰기들 가운데 RB-57D라는 기종이 있었다. 퇴역한지 오래 되어 지금은 미국 공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한때 미국은 이 전략고공정찰기를 20대 생산하여 적국 상공에 침투시키는 불법정찰을 감행하였다. 

전략고공정찰기 RB-57D는 길이가 20m인 기체에 32m나 되는 긴 날개를 달고 있는데, 기체 맨 앞부분 아래쪽에 해상도가 높은 고성능 촬영장비가 달려 있다. 조종사가 1명 또는 2명이 타고 3,200km 거리를 시속 965km로 비행할 수 있는데, 20km나 되는 아주 높은 고도에서 고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당시 지상에 배치된 웬만한 대공미사일로는 격추할 수 없었다. 

1959년 10월 7일 중국 수도 베이징 부근에서 중국인민해방군 대공미사일 부대가 중국 영공을 깊숙이 침범하여 20km 고공에서 고속으로 정찰비행 중이던 RB-57D를 향해 대공미사일을 쏘아올려 격추하였다. 피격당한 전략고공정찰기에서 비상탈출한 조종사 한 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중국인민해방군 병사들에게 붙잡혔는데, 잡고 보니 놀랍게도 미국인 조종사가 아니라 대만군 조종사였다. 포로로 붙잡힌 대만군 조종사가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이 대만군 조종사 6명을 차출하여 미국 텍사스주 럴린 공군기지(Laughlin AFB)에서 RB-57D 비행훈련을 시킨 뒤 타이페이 부근에 있는 타오위안 공군기지에서 RB-57D를 몰고 이륙하여 중국을 공중정찰하도록 내몰았던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대만군 조종사를 고용한 자기들의 대중공중정찰작전을 ‘다이아몬드 릴(Diamond Lil)’이라고 불렀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략고공정찰기 RB-57D가 중국인민해방군 대공미사일에 격추된 뒤, 미국은 RB-57D보다 성능이 더 좋은 신형 전략고공정찰기 U-2를 공중정찰작전에 투입하게 된다. 

베이징 상공에 침투한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 RB-57D를 격추시킨 대공미사일은, 당시 중국인민해방군에 작전배치된 S-75 전략대공미사일이었다. 전술대공미사일보다 강력한 전략대공미사일로 전략고공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래 S-75는 소련에서 개발된 요격미사일인데, 미국군은 그 미사일을 ‘SA-2 가이들라인(Guideline)’이라고 부른다. 

6.25전쟁 직후 1950년대 후반기에 미국은 사회주의진영을 위협하고 침공하기 위해 미친 듯이 군비증강에 매달렸다. 미국의 광란적 군비증강에 따라, 폭탄, 미사일, 지뢰 같은 각종 지상투하무기 3.2t을 싣고 16,323km를 비행하며 15km 고공으로 상승하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가 개발되었고, 위에서 언급한 전략고공정찰기도 개발되었다. 당시 소련은 미국의 신형 무기들인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전략고공정찰기를 격추할 강력한 대공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에 따라 1957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S-75다. 

1960년 5월 1일 소련 영공을 깊숙이 침범하여 고공정찰을 감행하던 미국의 U-2가 소련 우랄지역에 있는 덱탸르스크(Degtyarsk) 인근 상공에서 S-75에 격추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62년 10월 14일 ‘쿠바 미사일 위기’로 전운이 짙어진 시기에 쿠바혁명군은 쿠바 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U-2를 S-75로 격추하였다. 

베트남전쟁 시기에 북베트남군은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S-75로 미국군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들을 격추하였고, 중동전쟁 시기에는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이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S-75로 격추하였고, 최근에는 1993년 3월 19일 그루지야군이 러시아군 전투기 수호이-27을 S-75로 격추하였다. 

  
▲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대공미사일 S-75. [사진제공 - 한호석]
S-75는 무게 2.3t, 길이 10.6m, 지름 70cm이며, 1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2단 추진체는 저장식 액체연료를 쓰는 2단형 전략대공미사일이다. 도로이동식 발사차량이 아니라 발사대 견인차량에 의해 이동한다. 300kg짜리 전술핵탄두 또는 재래식 고폭탄두를 장착하고 마하 3.5 속도로 날아가는데, 요격거리는 45km, 요격고도는 20km이며, 발사 후 전파조종식으로 유도된다. 

그런데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바로 그 S-75 전략대공미사일이 등장하였다. 3축6륜 견인차량이 끄는 대형발사대 위에 한 기씩 실려 있었다. 열병식 현장을 취재한 <미국의 소리> 기자가 근접촬영하여 확대한 S-75 전략대공미사일 사진을 보면, 그 미사일 동체에 붉은 색으로 ‘보급날자 및 검사기록표’라고 쓰여 있는 도표가 눈길을 끈다. 이것은 북측이 S-75 전략대공미사일을 소련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제조기술을 개발하여 자체로 생산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측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초기에는 소련으로부터 S-75를 수입하여 작전배치하였다가, 나중에는 제조기술을 개발하여 자체로 생산하였는데 중국산 S-75 전략대공미사일이 홍키(紅旗) 1호다. 북측은 S-75의 성능을 계속 개량하였는데,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S-75 전략대공미사일을 북측에서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 알 수 없으나, 북측의 기술로 개량된 미사일이다. 

남측 정부 고위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S-75 전략대공미사일 180여 기를 작전배치하였다고 하며, 다른 자료에 따르면 270여 기를 작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한 S-200 

한국군 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0년 8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천안함 사건을 전후하여 S-200 대공미사일을 비무장지대(DMZ) 가까운 쪽으로 전진배치하는 바람에 한국군 전투기들의 비행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S-200 대공미사일은 원래 소련에서 개발한 것인데, 미국군은 ‘SA-5 개먼(Gammon)’이라고 부른다. 

  
▲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세계 최장 요격거리를 비행하는 대공미사일 S-200. [사진제공 - 한호석]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S-200 대공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3축6륜 견인차량에 연결된 2축4륜 발사대에 한 기씩 실려 있었다. 길이가 10.8m인 S-200은 고체연료를 쓰는 네 개의 로켓추진체가 동체에 붙어있다. 미사일 동체 윗쪽에 붙어있는 로켓추진체는 다른 쪽에 붙어있는 것과 달리 맨 앞부분이 위쪽으로 약간 틀어진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S-200의 무게는 7.1t이고, 탄두무게는 217kg이다. 요격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이며, 사격통제레이더가 요격비행을 조종하여 마하 4의 고속으로 날아간다. 이란혁명수비군도 S-200을 작전배치하였는데, 그들의 발사훈련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S-200은 발사 직후 고도상승 중에 로켓추진체를 한꺼번에 연소하며 가속도로 상승한다. 

제인스 정보집단(Jane's Information Group)이 2008년 4월 2일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에는 S-200 대공미사일 4개 대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남측 정부 고위소식통이 전한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2000년에 두 기 밖에 없었던 S-200을 최근 10여 년 동안 40여 기로 늘렸다고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2000년 현재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S-200이 겨우 두 기 밖에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북측은 2000년 이전까지 소련산 S-200을 작전배치하였으나, S-200 제작기술을 개발한 이후부터는 자체로 생산해왔다고 보아야 이치에 맞다. 오래 전에 북측이 수입한 소련산 S-200이 몇 기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련산과 자국산을 합하면 현재 S-200를 최소 60여 기 이상 작전배치한 것으로 추산된다. 

S-200 대공미사일은 세계 각국이 작전배치한 각종 대공미사일들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서 비행표적을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선일보> 2010년 8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전투기들은 인민군 S-200 대공미사일 레이더가 가동될 때마다 무조건 비행고도를 3km 이하로 낮춰 회피기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실시하는 북침공습훈련에 맞선 인민군의 대응전술은 간단해 보인다. 북침공습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인민군은 S-200 대공미사일 레이더를 켜놓아 미국군과 한국군 전투기들이 정상비행을 포기하고 비행고도를 3km 이하로 낮춰 회피기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얀마 군사대표단 비밀보고서가 묘사한 인민군 갱도방공기지의 놀라운 모습 

2008년 11월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미얀마 합참의장이며 하원의장인 쉐만(Shwe Mann)이 미얀마군 고위급 지휘관 16명을 이끌고 북측과 중국을 방문하였는데, 그들이 두 나라를 방문 뒤에 작성한 비밀보고서가 밖으로 유출되었다. 그 장문의 비밀보고서는 원래 현지어로 작성되었는데,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반정부세력이 영어로 번역하여 세상에 공개하였고, 미얀마 군사대표단 성원이 북측에서 찍은 현장사진 몇 장도 공개하였다. 그 비밀보고서에는 조선인민군 군사기지들과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기지들을 각각 방문하여 보고 듣고 평가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인민군 군사기지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인민군 방공기지에 대해 서술한 대목만 인용한다. 

2008년 11월 26일 인민군 방공기지를 45분 동안 돌아본 미얀마 군사대표단은 비밀보고서에서 인민군 방공레이더망은 “저고도, 중고도, 고고도에서 10,000개 이상의 비행체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으며, 적들을 동시에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도 그들의 현대화된 체계를 모방해야 한다”고 부러움을 표시하고, “미얀마군은 조선인민군의 방공전술을 열심히 따라 배워야 한다”고 썼다.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작성한 비밀보고서에 서술된 인민군 갱도방공기지 모습은 이렇다. 

“인민군 방공레이더망은 갱도화되었는데, 갱도기지 맨 꼭대기에 두 쪽으로 여닫는 개폐문이 있다. 개폐문에 흙을 덮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위장하였다. 필요할 때는, 모터작동식 개폐문을 열어 레이더를 밖에 올려놓고 가동한다. 그런 다음에는 레이더를 다시 갱도 안으로 내려놓고 개폐문을 닫는다. 갱도방공기지에는 출입문이 네 개 있다. 출입문 한 개는 미사일 발사차량과 병력이 드나드는 문이다. 나머지 출입문 세 개는 대공미사일 4기를 동시에 쏠 수 있는 발사대가 드나드는 출입문과 미사일 발사차량이 각각 한 대씩 드나드는 문들이다. 모든 갱도출입문은 갱도 안에서 여닫는 강철문이다. 대공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모터작동식 강철문을 열고, 모터작동으로 움직이는 미사일 발사대를 갱도 밖으로 밀어낸다. 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미사일 발사 이후 타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발사대를 다시 갱도 안으로 끌어넣고 강철문을 닫는다. 방공미사일체계와 연결된 지휘통제차량 한 대가 갱도 안에 배치되어 있다. 지휘통제차량은 방공레이더를 통해 포착한 자료를 분석하고 미사일 발사명령을 내린다.” 

그 동안 북측 외부에 소문으로만 알려진 인민군 갱도기지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북측이 갱도기지를 얼마나 현대적인 시설로 건설하였는지 알 수 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는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방문한 인민군 갱도방공기지에 어떤 종류의 대공미사일이 배치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는데, 그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는 “중거리 볼가(Volga)와 페초라(Pechora)가 갱도에 배치되어 있다”고 쓰인 대목이 있다. ‘볼가’는 3축6륜 견인차량이 끄는 대형발사대 위에 실은 S-75 전략대공미사일이고, ‘페초라’는 3축6륜 발사차량에 실은 S-125 대공미사일이다.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방문한 인민군 갱도방공기지에 S-75와 S-125가 배치된 것을 보면, 그 기지는 신형 대공미사일을 배치한 기지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북측이 미얀마 군사대표단에게 공개하지 않은 다른 갱도방공기지들에는 미국 공군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형 대공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미국군은 그 신형 대공미사일을 ‘KN-06’이라고 부르고, 인민군은 ‘KN-06’ 발사체계를 가리켜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라고 부른다.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열병식에서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가 공개된 바 있다. 3축6륜 발사차량에 탑재된 원통형 수직발사관에 신형 대공미사일 ‘KN-06’가 들어 있었다. 그 날 열병식에서 KN-06 발사차량은 통제차량, 레이더차량과 함께 등장하였다. 주체식 요격미사일종합체에 대해서는 2010년 10월 3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미국이 공포 느낀 북측의 첨단무기들’에서 논한 바 있다. 

북측이 미얀마 군사대표단에게 공개한 갱도방공기지에 배치된 S-75 전략대공미사일이나 S-125 대공미사일은 갱도화된 방공레이더와 연결된 것인데 비해, KN-06 요격미사일은 레이더차량과 연결되었으므로 갱도화된 방공레이더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KN-06 요격미사일이 배치된 갱도방공기지에는 갱도레이더시설이 없고, 발사차량, 통제차량, 레이더차량이 드나드는 갱도시설만 있다. 

S-75 전략대공미사일이나 S-125 대공미사일을 배치한 갱도방공기지는 개폐문을 열고 레이더를 꺼내어 가동하기 때문에 기지위치가 미국군에게 탐지될 위험이 있지만, KN-06 요격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레이더차량이 갱도방공기지 밖으로 나와 멀리 이동한 뒤에 가동을 시작하므로 기지위치가 미국군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인민군은 2011년에 KN-06 요격미사일 발사훈련을 한 차례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2011년 6월 22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북측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침묵’에서 논한 바 있다. 

이 글을 집필하는 시각에도 미국군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맥스 선더(Max Thunder)’라 불리는 공중작전연습을 실시하는 중이다. 2012년 5월 7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공중작전연습은 미국군 작전기 22대와 한국군 작전기 38대가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 연습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012년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공격편대군 훈련과 긴급항공차단작전에서는 식별된 적의 도발원점에 대해 정밀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다니 명백한 북침공습훈련이다. 

미국군과 한국군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북침공습훈련에 대응하여 인민군도 10,000개 이상의 비행체를 동시에 포착하는 방공레이더망을 가동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논한 것처럼, 인민군은 S-125 200여 기, S-75 270여 기, S-200 60여 기를 작전배치하였으니, 북측이 공개하지 않은 최신형 대공미사일을 제외하고서도 약 530기의 중거리 대공미사일을 쏠 준비를 갖춘 것이다. 

미얀마 군사대표단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인민군은 미국군 전투기의 대공미사일 교란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각종 방사포를 일제히 사격하는 가운데 중거리 대공미사일을 함께 발사하는 독특한 전술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중거리 대공미사일 530여 기와 1,000발이 넘는 방사포탄을 즉각 발사할 준비를 갖춘 인민군 갱도방공기지들 앞에서 미국군이 작전기 60대를 동원하여 북침공습훈련을 하는 것은 경거망동으로 보인다.


* 출처 :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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