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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가 본 진보당 사태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5.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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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세 편의 글은 이병창 동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철학사상연구회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이다.
 
 
유시민의 논리와 이정희의 논리
 
 
이병창
 
나의 삶의 원칙 중의 하나가 있다그것은 끝까지 이론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시민사회적인 실천이라면 몰라도정당정치적인 참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원칙을 나는 지켜왔다다만 현재는 통합진보당의 당원이다그러나 한 번도 어떤 모임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그것은 내가 속한 분회에 물어보면 알 것이다다만 진보의 정치를 후원하기 위한 참여에 불과하다.
 
이렇게 나 자신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오해를 자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나는 명백히 말하는 데 결코 당권파가 아니다당권이 아니라 당직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그렇지만 나의 글은 당권파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그 이유는 아래 글에서 밝혀질 것이겠지만 지금 우리 시민사회가 특히 진보주의자들이 너무나도 위험한 사고방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나는 볼테르만한 능력이 없고 에밀졸라와 같은 열성도 없다그러나 누군가 그런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지금 이 글을 쓴다.
 
무엇이 위험한 사고방식인가지금 많은 진보주의자 지식인들 그리고 언론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논리가 있다그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억울하더라도 당권파는 당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라는 것이다그것이 정치의 논리이고통합진보당이 제3당이 되었으니 이제 정치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나는 이것을 유시민의 논리라 칭하겠다실제 그는 이런 주장을 해 온 것으로 안다.
 
역사를 공부하여 본 사람이라면 이런 논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어온 나치의 논리였음을 잘 알 것이다나치가 주장했던 것이 국민이다그것을 위해 그들은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왜 유태인이었던가유태인이 유럽의 사회의 변방에 있었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나치는 집시들을 박멸했다.
 
정치의 세계에서 이런 희생양의 논리는 너무나도 자주 사용되어 왔다아주 가까운 예로 이라크 전쟁을 들어보자부시는 알카에다의 테러에 대해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왜 이라크였던가후세인이 이슬람이고또 독재자이니 죄를 뒤집어 쓰기에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진보 언론과 진보지식인이 그들 스스로 그토록 무서워하던 나치의 논리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그러나 약간 짐작 가는 것은 있다그것이 바로 종북파라는 딱지이다.
 
당권파는 오래전부터 종북파라는 딱지를 부여받았다최근 그런 딱지를 붙인 것이 잘못이라는 점이 공인되었다그러나 한번 붙여놓은 딱지는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여전히 그들은 시시때때로 종북파라고 불린다.
 
그런데 종북파란 무엇인가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유대인과 같은 처지에 있다마치 유대인이 음모의 소굴이라 여겨졌듯이 우리사회는 종북파가 모든 음모의 소굴인 것처럼 두려워 한다그런데 그들이 소수였을 때는 그래도 참아 줄 수도 있었다.그러나 마침내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자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이런 나의 주장을 단적으로 실증하는 사실이 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를 보라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주사파가 대한민국의 법을 만든다라고이 위험한 나치적인 선동이 바로 그간 사태의 진짜 원인을 밝혀주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전후 나치와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바로 인권이론이다그것은 소수파주변인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이런 인권이론에 기초하여 무죄 추정의 원칙 등과 같은 여러 법의 원칙들이 확정되었다.나는 이런 인권이론들을 법치의 원리라 하겠다이것이 바로 바로 이정희 대표의 논리이다.
 
진보 지식인들과 진보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이정희 대표를 사악한 종파주의자로 그려놓았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이정희 대표는 소수 당권파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한 사람의 억울한 희생자를 막는다는 것은 곧 인권의 논리를 옹호하는 가장 결정적인 투쟁이다그러므로 이정희 대표는 그 엄청난 참을 수 없는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무릎을 꿇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유시민의 논리에 굴복한다면앞으로도 우리 정치는 끊임없이 희생양을 만들 것이다오늘 당권파가 희생당하면 다음에는 유시민 자신이 그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이정희가 싸우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이 위험한 나치의 논리이다.
 
지금 이정희 대표가 외롭게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이 정치의 논리나치의 논리유시민의 논리에 맞서고 있다나는 힘이 없다나는 그저 학자에 불과하다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철학을 공부할 뿐이다그러나 나는 이정희 대표와 같이 지금 박해받는 편에 서고 싶다나에게 돌을 던지라. (2012년 5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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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소연한다
 
 
이병창
 
(이 글은 한철연 사이트에 올리지만 한철연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이 글에 대해서는 오직 나 개인이 책임질 것이다.)
 
방안의 꽃병이 깨어졌다어머니는 아이를 야단친다너 꽃병을 깨뜨려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니아이는 억울한 듯엄마 내가 안 그랬어이렇게 말한다엄마가 화를 낸다이 방에 너 혼자 놀고 있었잖아너 아니면 누가 깨겠니아이는 정말 억울하다그래서 문을 팍 닫고 나가버린다그러면 어머니는 아이를 쫓아가서 혼을 낸다이 년이어른 한테 머르장 머리 없이 문을 닫고 가.
 
위의 예는 우리가 자주 보는 엄마와 아이의 싸움이다현재의 상황과 너무 유사해 제시해 보았다마찬가지로 자기가 억울하다는 것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그런 사람에 대해다른 사람들이 모두 너를 의심하니까 일단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다음 나중에 잘못인지 아닌지 철저히 알아보자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옳을까아니면 아무리 그가 의심스럽고 시간이 다급하더라도 그럼 먼저 진상을 철저히 알아보고 그런 다음 처리하자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법을 원리로 하는 사회라면 아마 후자가 당연한 길일 것이다만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풀어주지 않는 한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은 불문가지이다그는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자에 대한 폭력에 호소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비슷한 사건을 접한 적이 있다바로 영화 부러진 화살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을 때그는 결국 폭력에 호소하지 않았던가폭력에 호소하는 것은 물론 정당하지 못하다하지만 그에 앞서서 우리는 먼저 그가 그토록 호소하고 싶던 억울함을 들어주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속하는 사람이 처한 입장이 바로 위와 같지 않을까물론 그들이 중앙위 석상에서 폭력행위를 저질렀다면 그것은 범죄적인 행위이다그런데 우리 시민사회는 그들을 그렇게 몰고 간 원인에 대해 반성을 해 볼 생각은 없는 것 같다그들이 그토록 억울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은 거짓말쟁이고사악한 사람이니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들 당권파는 이번에 문제가 된 비례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거듭거듭 호소해 왔다그런데 비당권파는 한결같이 사과하고 비례대표를 사퇴하기를 요구했다그리고 결국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의 비례대표 사퇴를 당의 이름으로 강요하려 했다

꼭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만일 사과하지 않는다면나중에 진상조사를 철저하게 한 다음 당 기율 위반으로 제명하면 되지 않을까왜 이렇게 악착같이 사과와 사퇴를 강요했을까그렇게 하면 억울한 사람이 극단적인 행위에 호소할 것을 몰랐던 것일까?
 
지금 진보 언론이나 진보적인 지식인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당권파가 부정을 저질렀으며 당연히 사과 및 사퇴를 해야 하며더구나 이런 폭력까지 저질렀으니 이제 매장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나는 하소연하다왜 그렇게 서두르는가기다려 보자그들의 억울하다는 말을 들어보고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해보자그런 다음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선거부정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거기에 맞게 응당하게 처리돼야 한다지금은 모두 도매금으로 처리되고 있다이미 우리 모두는 그들의 부정을 확인하기도 전에 확신한다이런 확신의 원천은 무엇인가우리의진보 언론과 진보 지식인의 선입견은 아닐까우리도 반성을 하자.
 
그런데 비당권파는 또 다시 중앙위원회를 열어 기어코 비례대표 사퇴를 관철하고자 한다그럴 필요가 있을까적어도 이런 것 정도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비당권파가 원하듯이 현재 당권파를 제거했을 때통합진보당는 계속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그 이유는 비당권파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당권파의 힘이 필요하기에 합당했던 것이 아닐까그런데 당권파를 제거한다면 그들은 자기들이 가진 원래의 힘밖에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장수의 목을 치는 것이다만일 그 장수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소문이 있으면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진다그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함께 한 사이이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장수의 목을 치려면 철저한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보이게 비당권파는 당권파의 수장들을 목 칠 힘은 있다그러나 그 힘을 행사하기 위한 명분을 마련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니 그 결과는 말하지 않더라도 잘 알 것이다이미 일어난 폭력이 그런 심적 공황상태를 잘 보여준다.
 
나는 하소연한다비당권파 사람들그리고 많은 진보 언론 및 지식인들에게물론 당권파의 폭력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당권파의 억울함부터 들어보기 바란다먼저 진상조사를 철저하게 하라사과니 사퇴니 하는 것 그 뒤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나머지 급한 일이라면 서로 협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5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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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대인이다
 
이병창
 
나는 유대인이다왜냐면나는 남북의 평화협력을 믿는다그러면 나는 이 남한 땅에서는 종북파이다나는 종북파로 찍히기 싫어서 어느 자리에서나 남북 관계의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다른 자리로 도망간다사람들은 비겁하다고 한다솔직하게 말하시라고그 사람들이야 국가보안법의 보호를 받으니 솔직히 말하겠지그러나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감옥에 가야 한다그저 남북의 평화협력을 옹호했다고 하더라도감옥에 가야 한다.
 
그래도 때로 분노한다남북의 대결을 역설하는 사람들 때문에그때는 참을 수 없어서 분노하는데 그러면 돌아오는 것이 종북파라는 딱지이다그 때문에 다들 나를 싫어한다그러니 점차 침묵하고 또 침묵할 수밖에글을 쓰면 스스로 검열한다

과거 안기부 때문에 검열하는 것 이상으로 종북파가 될까 봐 검열한다박정희 전두환 시절만큼이나 나는 나를 검열하는 한겨례 신문을 두려워한다나는 한겨레 신문이 두려워 한겨레 신문을 끊지 못한다그래서 나는 이 땅의 유대인이다니들은 아느냐내가 두려워서 밤마다 떨고 있는 것을그렇게 떨고 있으므로 나는 유대인이다.
 
나는 유대인이다왜냐면나는 아직도 통합진보당에서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다.나는 수 십년 간 대학에 있어서 운동권이 어떻게 선거하는가 매년 보아왔다남들이 보면 저건 웃기는 부정선거이다그러나 잘 보면 그들처럼 정직하고 깨끗한 선거가 없다나는 청년학생들을 믿는다나는 그들 운동권을 믿는다

그런데 과거 운동권 출신조차 그런 것은 부정선거라 한다민주노총한겨레경향신문 모두가 부정선거라 한다나는 안 믿는다그러나 그렇게 안 믿는다면한겨레 신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름끼치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나는 소름끼치는 인간이다그러니 유대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진실을 보라고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내용을 보라고작은 것이 아니라 큰 전체를 보라고억압된 자의 진리는 이렇게 마음 속에 있다그러나 사람들은 말한다진중권이 말한다

형식적인 것이 세부적인 것이 진리라고표면적인 사실의 세계는 지배자의 세계이다지배자의 진리와 억압된 자의 진리가 다르다는 것을 진중권은 알까나는 억압된 자의 진리를 말하고 싶다그러니까 그것은 유대인의 진리이다.
 
나는 유대인이다그러니 다시는 한겨레 신문을 보지 않겠다한겨레야 민족 같은 것보다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나는 다시는 소위 진보주의자들을 만나지 않겠다그들은 국가보안법의 보호를 받고 나는 유대인이니까그래서 나는 오늘 한겨레 신문을 끊었다나는 한겨레 신문의 창간독자이다그러나 나는 소름끼치는 유대인이다. (2012년 5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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