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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북한과 위기 증폭에 매달리는 MB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12.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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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여기다 대고 합참의장은 ‘적의 도발시 응징’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없는 ‘급변사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일까? 전쟁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당장 조의를 표하는 게 여러모로 맞다.


슬픔에 잠긴 북한과 위기 증폭에 매달리는 MB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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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북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정오 특별보도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8시 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였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 주체혁명의 위대한 새 승리를 위하여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조국통일 3대헌장과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실현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를 전하는 조선중앙TV


통신은 또 ‘김정일 동지의 질병과 서거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를 통해 “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대책을 세웠으나 17일 8시 30분에 서거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국가장의위원회 공보’를 통해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하고, 17일부터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하며 20~27일 사이에 조객을 맞는다”며 “28일 평양에서 영결식을 거행한다”고 알렸다. 또한 “중앙추도대회를 29일 연다”고 밝혔다.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는 김정은 대장이 첫 머리에 위치했다. 장의위원회는 “애도기간에 기관, 기업소에서는 조기를 띄우며 일체 가무와 유희, 오락을 하지 않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을 비롯 북한 전역에서 주민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국중앙방송(CCTV)와 에이피(AP)통신은 눈물을 흘리는 행인, 시내 곳곳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이나 초상화에 모여든 추모객,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군인, 만수대 언덕에 수 천명의 추모객이 모여들어 오열하고 있는 모습 등을 방영했다. 북한 전체가 슬픔에 잠긴 것이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기억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연합뉴스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연보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장남으로 1942년 2월 16일 양강도 삼지연군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으며 ▲1961년 조선노동당 입당 ▲1964년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 졸업 ▲1973년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장, 당 비서국 조직 및 선전담당 비서 ▲1980년 당 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1991년 12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1993년 4월 국방위원회 위원장 ▲1997년 10월 조선노동당 총비서 등을 역임했다고 한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 2월 19일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 사상사업의 당면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연설을 통해 김일성주의를 정식화했으며 1982년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를 통해 주체사상을 체계화하고 집대성했다고 한다. 1994년에는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는 논문을 통해 동구권 붕괴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였다고 한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 ‘70일 전투’를 직접 지휘하여 높은 경제 성과를 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후 경제봉쇄와 사회주의권 붕괴,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접어들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대를 앞세워 체제를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선군정치’를 전면에 내세웠고 북미 핵대결을 주도했다. 2000년대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강성대국’을 목표로 제시하였고 북한은 내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평양상봉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6.15공동선언은 남북 정상 사이의 첫 공동선언으로 이후 통일의 이정표 역할을 하였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발표했다. 10.4선언은 6.15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평양상봉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선언은 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한국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두 선언이 폐기되지 않았다면 현 남북관계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이미 통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각계의 애도 물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 소식은 전파를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졌다. 각국 언론들은 긴급보도, 특별보도 형식으로 북한의 발표들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각국 정부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중국은 외교부 마자오쉬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시하고 조선 인민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하였다. 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북한에 조전을 보내 “김정일 동지는 조선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위대한 사업에서 불후의 업적을 쌓았고 옛 지도자들이 손수 구축한 양국의 우의를 부단히 발전시켰다”며 “중국 당, 정부, 인민은 비통한 심정으로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우리는 조선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으며 “김정일 동지여 영원하라”는 말로 끝맺었다.


▲북러 정상회담 모습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문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만 밝히고 20일 새벽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도 애도를 표했다.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정부 대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정당, 단체, 인사들이 애도의 뜻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에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공동 선언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소식에 애도를 표명한다”고 하였다.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생전 공과와는 관계없이 동양의 윤리적 전통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일단 의전상으로라도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촉구했고 한국노총 관계자도 “과거 대통령 서거 시 북한 직총(조선직업총동맹)에서 조전을 보내온 적이 있다”며 “20일 오후 북한에 조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애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분단된 민족의 한쪽 최고 지도자의 서거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급작스런 소식으로 충격과 비탄에 빠져있을 유족과 북의 동포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고 하였다. 참여연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위터 등을 통한 개인의 입장도 쏟아졌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모든 것을 떠나 같은 민족구성원으로서 삼가 조의를 표하며, 평화 공존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우리 정부가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한은 평화와 교류 협력의 대상으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도 조문단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호 이사장


또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공동선언을 발표하여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에 이정표를 만들었습니다. 거듭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하면서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합니다. 정부도 정중하고 예의갖춘 조의 표명이 필요합니다”고 하였다.


북한 자극에 여념이 없는 이명박 정부


이처럼 여러 정당, 단체, 개인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에 애도를 표하며 정부의 조문 혹은 조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무슨 ‘급변사태’라도 일어난 양 과잉 대응을 하면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연이어 비상국무회의를 소집했으며 한국군과 경찰에 비상경계태세 돌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합동참모본부는 전군 비상경계태세 2급을 발령했고 RF-4 대북 정찰기 등을 증강해 대북감시태세를 강화했으며 주한미군에 U-2 고공정찰기와 KH-11 첩보위성의 대북 정찰회수를 증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 도발시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또 정부는 공무원 전원의 비상근무체제를 지시했으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 등 이상 상황에 대비해 사이버 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보건당국도 생물테러에 대비해 응급 의료기관을 통한 환자 동향 점검 등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기획재정부도 24시간 비상 근무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NS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누리꾼들로부터 마음 놓고 애도를 표하지도 못 하게 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또한 군 당국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과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정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회동을 통해 북한에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워치콘을 격상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군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미국이 자제시킨 꼴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위기를 해소해야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때는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부정하여 남북관계가 한창 악화되고 있던 시기였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정부가 조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옹졸함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조문단장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3월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핵안보정사회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공식 초청한 일이 있으며 또한 물밑으로 끊임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였다. 만약 정부가 일말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정상회담의 상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는 것이 합당하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서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전 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전방 부대에 출동 명령까지 내려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켰다가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고 이후 집권 기간 내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은 지금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 김포시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최전방 애기봉의 성탄 점등행사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방부도 해당 종교단체가 행사를 철회하면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기봉 점등행사는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은 지금 상중이다. 거기다 대고 ‘적의 도발시 응징’ 운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상을 당해 슬퍼할 때 상대가 어떠했는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되어있다. 정부는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옳은 얘기다.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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