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통합갈등에서 확인된 민주당의 한계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12. 13. 09:00

본문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매일같이 수천, 수만 명이 추운 겨울 거리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는 상황에서 국회 등원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백기투항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김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일까?


통합갈등에서 확인된 민주당의 한계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정치권의 대 격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이 출범식을 통해 진보정당의 새 시대를 선포했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와 각계 진보적 단체, 인사들이 참여한 통합진보당은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을 5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화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통합진보당 출범식 장면


통합진보당이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이라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중도개혁세력의 통합도 한창이다. ‘혁신과 통합’은 지난달 민주당과 신설합당 방식으로 통합하기로 합의한 후 시민통합당을 창당했다. 또한 민주당은 지난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혁신과 통합’이 주축인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및 한국노총, 시민사회 등 민주진보세력과의 통합안을 논란 끝에 의결했다.


이처럼 현재 야권은 진보정당과 중도개혁정당으로 양분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계속된 악재로 인해 지도부가 붕괴하면서 끝없는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재창당은 기본이고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2012년을 앞두고 한국 정치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야권의 각종 통합은 민심을 반영하여 진행되고 있으나 결코 무난한 과정을 밟고 있지 못하다. 통합진보당도 출범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통합 과정은 훨씬 격렬하고 난폭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충돌의 주된 원인은 바로 주도권 문제다.


통합의 발목 잡는 주도권 다툼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사이, 그리고 민주당 내부의 주도권 다툼은 10월부터 표면화되었고 11월 들어 폭발했다. ‘혁신과 통합’ 측은 “30%가 아니라 70%를 양보해서라도 통합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헌신을 주문하였고, 이에 민주당은 통합협상이 논의되기도 전에 다 버리라는 것은 민주당을 거저먹겠다는 욕심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1월 23일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통해 통합 결의를 하려고 했으나 무산되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단독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세력(이른바 독자 전당대회파)이 반발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독자 전당대회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지도부 구성 방식에서 당원-대의원 20%와 국민경선 80% 방식으로 할 것인가, 당원만으로 경선할 것인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당원주권론을 주장하며 당원만의 경선을 이야기하는 세력이 독자 전당대회파다. 손학규 대표 측과 ‘혁신과 통합’ 측은 시민의 참여 없이는 혁신도 없고 국민들의 호응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임시 전대


두 세력을 대표하는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2월 7일 오찬 회동을 통해 의견 조율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 박 전 원내대표가 ‘결별’을 선언하고 대선 지지까지 철회했다. 독자 전당대회파의 반발 속에 진행된 11일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는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 고성과 욕설은 기본이고 멱살을 잡거나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리고 심지어 철제 의자를 집어 던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투표 결과도 논란이 되었다. 전체 대의원 1만562명 중 55% 가량인 5820명이 대회에 입장했으나 정작 투표는 5067명만 참가해 전체 대의원 수의 48%에 그친 것이다. 이 가운데 4427명(76%)이 통합에 찬성해 통합안이 가결됐으나 반대파는 의결정족수가 부족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박 전 원내대표가 결과에 승복하고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처럼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에서 각종 충돌이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주도권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이사장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며, 또한 지도부 구성에서도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또 민주당과 친 노무현 세력 사이의 오래된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혁신과 통합’의 상층 인사들은 상당수 친노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중도개혁세력의 근본적 한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문제다. 국민들은 누가 지분을 얼마나 차지하며,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잡는가에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2012년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빨리 힘을 모으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손학규 측이나 박지원 측이나 ‘혁신과 통합’ 측이나 오십보백보다. 그런데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올 동안 주도권 싸움에 통합을 못하고 오히려 치고받고 싸우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당장 12월 13일이면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총선 과정에 돌입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만 매달리며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모습은 최근 등원과 관련, 갈등을 겪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하루 이틀은 아니다. 한미FTA에 대해서도 ‘선 재협상, 후 비준동의’ 당론을 정해놓고도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선 비준동의, 후 재협상’ 입장에 합의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도 김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의 중요성을 앞세워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면서 당 내 물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김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민주당 지도부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매일같이 수천, 수만 명이 추운 겨울 거리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는 상황에서 국회 등원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백기투항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김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일까?


민주당은 최근 국회 등원과 관련한 기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87명 가운데 60명 이상이 답변을 해 그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찬성을 했다고 한다. 답변을 거부한 의원 전체가 설사 반대 입장이라 해도 과반이 찬성 입장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등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국민들의 편에 철저히 서지 못하는 모습은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대체로 중도개혁세력은 중산층, 자산가 계층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다수인 서민 정책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FTA에 대한 애매한 입장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두고 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미FTA를 반대하지만 원래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반대하지 않고 절충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기간 보여준 노동정책은 이들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대우 자동자 매각 반대 파업, 2002년 발전소 민영화 반대 파업, 병원노조 파업,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이랜드 파업, 철도노조 파업 등에서 정부는 철저히 경영자 편에서 노동자 파업을 탄압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시 노동부장관이 대부분 학생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 출신이라는 점이다.


문성근 ‘혁신과 통합’ 대표는 얼마 전 제주 혁신과 통합 발족식 특별강연에서 “민주당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몰린 것을 보고 경악했는데 그만큼 폐쇄적이고 늙었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번 통합 과정에서도 중도개혁세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블로그에서 글로 읽는 게 불편한 분들을 위해 동북아의 문에서 팟캐스트 채널 ‘불철주야’를 개설했습니다. 아이튠즈에서는 뉴스및정치 카테고리에서 찾거나 불철주야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안드로이드폰에서는 radio inn을 통해 들어보세요. 주소는 http://nemo.podics.com/131942029535 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