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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12.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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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 아직까지도 애도와 조문 논란이 한창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직접 만나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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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애도와 조문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정당, 단체가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 차원의 조문을 촉구했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사람들의 입장이 상반된 주된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긍정 평가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언론이든 책이든 온통 부정적인 묘사만 등장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온 사람들의 표현은 이와 다르다.


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의 틀 안에서 이런저런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난 이들의 한 마디가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으로 만난 이들의 회고


2000년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러 기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소개를 했다.


▲2000년 정상회담 모습


“김정일위원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과거 남한에서 묘사한 것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아주 머리가 좋다. 이론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이다. 또 자상하고 윗사람 위하는 자세를 보였다. 내가 다리가 불편하다고 내 숙소인 초대소에서 대화를 했다. 융숭한 사람이고 자상한 사람이다. 여하간 보통사람은 아니다.”


“김위원장은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의 얘기를 잘 이해하고 그 말에 공감하면 바로 동조하여 결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북한에서 가장 외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개방적인 성격인 인물은 김위원장이라고 들었다.”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고별 오찬장에서는 내가 팔걸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준비해 주었다.”


역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말하고 충분히 이야기하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북에서 만난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그리고 홀로 유연했다”고 평했다.


▲2007년 정상회담 모습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한 이들도 여러 발언들을 했다. 장상 이화여대총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괜찮은 사람, 보통 사람’으로 다가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좌중을 휘어잡는 탁월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고 하였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연장자를 깍듯이 모시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를 꼭 자신보다 앞서 걸어가게 하고 자기는 뒤따라 갔습니다. 만찬장 의자가 전부 팔걸이 없는 것으로 준비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현장에 와서 보더니 김대중 대통령의 의자만 팔걸이가 있는 것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 데까지 신경쓰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고 하였다.


김민하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만찬장에서 함께 앉아 보니 친밀감이 참 큰 인물이었다. 20명이 앉은 테이블이니 구석에 앉은 사람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 같으면 필시 한두 명은 주목도 못 받고 조용히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은 전체 참석자들을 다 관리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한 구석에서 멍하니 앉은 사람을 보면, ‘저 친구는 뭐 생각하나? 한잔 받아’라며 잔을 건네고 관심을 쏟았다”고 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앞서 1998년 방북하고 돌아온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논리가 정연하고 활발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를 어른으로 잘 대접해 줘 무척 고마웠다”고 하였다.


고 정주영 회장의 방북에 동행했던 여동생 정희영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인상에 대해 “씩씩한 모습에 털털한 성격이었다”고 하였다. 대북사업을 위해 방북했던 현정은 “소탈하고 자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해바라기씨로 볶으면 맛있다는 등 음식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음식에 조예가 상당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회고


차기 한나라당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후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


“김정일 위원장과는 3시간 정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시간은 단독회담이었어요. 김위원장은 가식이 없었어요. 나도 사명감을 갖고 북한을 방문했어요. 내가 속한 상임위가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여서 평소에도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김위원장은 거침없이 답변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가령 이산가족들이 지금처럼 만나면 어느 세월에 다 만나겠느냐, 상설면회소를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거침없이 대답해요. 남북한이 같이 잘사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하면 ‘내 생각도 그 생각이다’라고 답했어요. 끊임없이 얘기가 이어졌어요. 7·4 남북공동성명은 아버지(박정희 전대통령)와 김일성 주석 대에 발표된 것 아니에요? 만날 대결만 하다가 평화통일의 원칙이 그때 비로소 만들어졌는데 당시로는 대단한 결단이었지요. 하지만 그 원칙들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부친들이 못한 것 우리 대에는 실천되도록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좋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내가 또 한번 확인하려고 ‘꼭 이뤄내겠다고 약속하시겠죠’ 하고 물으니 ‘약속합니다’ 그러더라고요.”


또한 “대화하기가 편한 사람으로 느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김 위원장과 말이 잘 통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 것 같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라고도 하였다.


민주통합당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사람들이 많다. 박지원 전 장관의 발언이다.


“김 위원장과 많은 대화를 했다. 결례되는 얘기일지 모르나 (김 위원장은) 무척 호탕하신 분이었다. 완전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통일에 대한 열정과 민족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 특히 한국의 여러 국내 문제를 알 정도로 박식했다. 가수 이미자와 조용필을 매우 좋아했다.”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 개혁개방을 하려는 대표적인 인물”, “수차례 직접 만나본 김 위원장은 매우 실용적”이라고도 했다.


2005년 6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정동영 전 장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소탈하고 솔직하며 시원시원하게 합의하고 이끌어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01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에서 공연한 김연자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방북 공연한 가수 김연자씨와 함께 찍은 사진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뵙기 전까지는 무서울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고 나니 너무 반갑고 친절하면서도 편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북한 노래는 일본에서 새롭게 편곡해서 가져갔어요. 김 위원장이 색다른 느낌이 난다며 좋아하시더군요. 이미자, 패티킴, 조용필 등을 알고 있는 등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 공연이 자선이라고 하니 ‘불황에 돈을 받고 해야지 왜 무료로 공연하느냐’며 다음에는 꼭 돈 받고 공연하라고 농반진반도 하시더라고요.”


“일본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쉬운 일이 아닌데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우리 가요를 일본에 많이 알려달라는 당부도 하더라.”


재미언론인의 회고


재미언론인 문명자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서방 세계에 최초로 소개한 인물이다. 그가 2000년 5월 19일자 대한매일에 기고한 ‘내가 본 김정일 총비서’에서 일부 발췌해본다.

“(결재 서류를 검토하면서) 그가 반드시 묻는 말 중의 하나가 ‘인민들이 뭐라고 하겠소?’라는 것이다.”


“김정일 총비서는 서구식 양복을 입지 않는다. 주로 ‘잠바옷’(위는 잠바, 아래는 정장 바지 형식의 옷) 차림이고 정장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닫힌 깃 양복’(끝이 둥근 셔츠 칼라에 목선에서부터 단추로 여미게 되어 있는 북의 정장)을 입는다. 그가 서구식 양복을 입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한 측근 인사는 ‘화려한 옷차림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는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목화 꽃이라는 점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목화 꽃은 화려하지 않으나 유용하다.”


“내가 아는 김 총비서는 다양한 방면에 대해 화제가 풍부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이 같은 측면이 성격적 대담성과 맞물려 정책의 ‘의외성’을 빚어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김일성종합대학)사적관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다 보면 재미난 공통점이 발견된다. 학급 동료들과 함께 찍은 여러 장의 사진에서 김정일 학생은 사진의 가운데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의 모습은 항상 맨 뒷줄 한켠에서 발견된다......


“그의 측근 인사인 김용순 비서는 그를 ‘박력 있고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의 소유자라 평했다. 나의 인식도 그에 가깝다.”


“김정일 총비서에 대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일 중 하나는 월북 인사들의 운명에 대한 그의 역할이다. ...(중략)... 70년대 초반 정치보위부가 생기면서 김병하 보위부장의 좌경적 방침으로 여러 남쪽 출신 인사들이 지방으로 쫓겨가는 등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 때 자신도 농장으로 내려가 고생하고 있었는데 자신을 평양으로 돌아오게 해 준 것이 바로 김정일 비서였다는 것이다. 그 후 나는 한 저명한 월북 학자의 자제로부터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당시 정치보위부는 남쪽 출신의 유수한 인사들을 변경의 농촌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노동에 종사시키면서 김 주석이 그들을 찾으면 ‘지방에 출장 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는 것이다. 그는 ‘보위부의 좌경적 방침을 비판하면서 지방으로 쫓겨가 있는 남쪽 출신 인사들을 하나하나 찾아 평양으로 불러 올린 것이 김정일 비서였다’고 했다.”


러, 중, 미, 일 외국인들의 회고


외국인들의 발언들도 흥미롭다.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지구 러시아 대통령 전권대사는 2001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한 후 회상기 ‘동방특급열차’를 저술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렸다.


▲풀리코프스키와 담소중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모든 활동은 단 한 가지 목표, 북한 주민들에게 안녕과 번영을 안겨 주는 데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가장 값진 것은 다방면에 걸쳐 박식하고 권위와 교양을 두루 갖춘 정치가이며 북한 주민들의 진정한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과 친분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의 최고지도자는 실제로 박식하고 정보가 풍부한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 및 외국의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출처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다.”


“김 위원장의 관심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그의 농담은 미소를 자아낸다. 그는 활기 있고 사교적이며 잘 웃었다.”


“김 위원장이 손에 힘을 주어 악수를 했고, 손이 매우 크고 힘이 세다고 생각이 들었으며, 정말 건강하고 다부졌다.”


“김위원장과 대화한 후 나는 녹초가 되어 객실에 돌아오곤 했는데, 이는 그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강렬한 오로라를 지속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말트세바 올가 러시아 극동기자협회 회장은 저서 ‘김정일과 왈츠를’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힘과 유머,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 매우 매력적이고 농담을 잘하는 재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질문에 성의껏 대답했으며, 다양한 식견을 과시해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솔직한 친구들에게는 똑같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 활기가 넘쳤고, 사교적이었으며 웃음이 많았다.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


탕자쉬안 전 중국외교부장은 “두뇌회전이 빨랐고, 사물에 대한 반응도 민첩했으며, 목소리도 우렁차 아주 건강해 보였다”고 하였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마담 세크레테리’에서 김 위원장을 ”기이하지만 지적이고 박식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나는 김 위원장에 관해 김 대통령이 느낀 것과 많은 부분, 똑같이 느꼈다. 김 위원장은 합리적인 대화자였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미몽에 빠져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도 하였다.


▲올브라이트와 만찬을 나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본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은 차분하고 쾌활하며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이라고 하였다.


1988년부터 13년 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다는 후지모토 겐지는 자신의 책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장군이 부하 참모들과 초대소에 가서 휴식을 취할 때도 엄청난 분량의 서류가 팩시밀리로 날아왔다. 장군은 참모들이 술에 곯아떨어지면 그때부터 새벽까지 집무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겐 영화를 보라고 하고는 슬쩍 빠져나와 팩스로 날아온 서류를 하나씩 확인하고 검토하는 등 새벽 3~4시까지 일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직접 만나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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