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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10년, 어디까지 왔는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12.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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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의 성장은 선진국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질서에 변화를 주고 있으며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 경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만에 선진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브릭스가 향후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봐야 하겠다.


브릭스 10년, 어디까지 왔는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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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11월 30일,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등 4대 신흥 경제국을 묶어 ‘브릭스(BRICs)’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후 투기자본들은 물론 전 세계가 브릭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오늘,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 전에, 여전히 브릭스에 대해 생소한 이들이 많으므로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세계 인구의 40%, 면적의 30%


10년 전 오닐은 브릭스 국가들이 미국, 일본 등 G7 국가들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였고 2050년에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브릭스 국가들은 서로 연계가 많지 않았다. 브릭스라는 용어가 탄생한지 1년 후인 2002년에야 이들 국가는 서로 무역과 협력 조약을 맺었다. 즉, 브릭스는 원래 투기자본 입장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국가를 모아서 부르는 명칭이지 어떤 경제블록이나 회의체를 일컫는 말이 아니었다.




브릭스는 세계 인구의 40% 이상, 세계 면적의 30%를 차지하여 막대한 내수시장에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정치도 안정되며 넘치는 지하자원과 에너지를 보유하고 앞선 과학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세계 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빠른 경제성장을 보였다.


상당 기간 브릭스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국가로 분류됐을 뿐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새로운 아메리카 민중을 위한 볼리바르동맹(ALBA) 등과 같은 협력기구로 묶여 있지 않았다. 이들이 상호 연계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2009년 6월 16일 러시아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출발로 볼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이들은 매년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며 실제로 2010년 브라질, 2011년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한편 2010년 12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브릭스의 5번째 정규 회원이 됨으로써 브릭스(BRICS)로 개칭하였다. 남아공은 2011년 정상회담부터 참여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제규모로는 브릭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프리카대륙을 대표하는 나라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요구로 참여하게 되었다.


▲2011년 브릭스 정상회담


브릭스가 얼마나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면 일단 각국의 현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브라질은 세계 5위의 면적, 5위의 인구(약 2억 명), 6위의 경제규모(GDP 2조4천억 달러, 2011년 예측), 7위의 외환보유고(2042억 달러, 2008년 기준)를 자랑한다. 브라질은 철광석, 마그네슘, 구리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넓은 경작지를 통해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2억 마리 이상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또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자원의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은 연간 1560만 킬로리터(kl)로 전세계의 35%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이 1헥타아르(ha)의 옥수수밭에서 3000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하는데 비해 브라질은 7500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하여 훨씬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과거 브라질은 미국 경제에 상당히 종속되어 있었지만 노동자당 출신의 룰라 대통령 집권 이후 많은 변화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러시아는 세계 1위의 면적, 9위의 인구(약 1억4천만 명), 10위의 경제규모(GDP 1조5천억 달러, 2009년 기준), 3위의 외환보유고(5811억 달러, 2008년 기준)를 자랑한다. 러시아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며 석유 생산량 1위, 석탄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에너지 자원 부국이다. 또한 세계 2위 밀수출국이다. 러시아는 항공 우주 분야 과학기술이 매우 발전했으며 중공업도 상당한 수준이다. 구 소련 해체 후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었으나 푸틴 집권 후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도는 7위의 면적, 2위의 인구(11억6천만 명), 11위의 경제규모(GDP 1조4천억 달러, 2009년 기준), 4위의 외환보유고(2962억 달러, 2008년 기준)를 자랑한다. 또한 경제성장률도 높아 중국과 함께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으며 2020년이면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도의 강점은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들과 첨단 정보기술 산업 수준이다. 특히 IT 산업은 2006년 기준 전체 GDP의 40%, 고용의 25%를 차지한다. 또 특허만료된 의약품의 40%가 인도에서 생산된다.


▲인도의 IT 허브, 뱅갈로


끝으로 중국은 4위의 면적, 1위의 인구(13억4천만 명), 2위의 경제규모(GDP 5조7천억 달러, 2009년 기준), 1위의 외환보유고(1조8천억 달러, 2008년 기준)를 자랑한다.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여 전체 GDP의 절반을 제조업이 차지하며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또한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원 매장량이 2009년 기준으로 약 1억 톤에 달해 전 세계 매장량의 36.5%를 차지한다. 또한 2009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독보적이어서 지난 10년간 GDP가 3배로 늘어 세계 6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으며 무역 규모도 세계 2위가 되었다. 이 상태면 2020년에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브릭스 각국은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3%에서 18.3%로 급성장했으며 이는 7개의 영국을 만든 것과 같다고 한다. 특히 선진국들이 금융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올 한해 GDP 성장분 만으로도 이탈리아 하나를 더 만든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2030년이면 브릭스 국가들이 세계경제의 47%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브릭스 국가 간의 경제교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0년에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사이의 교역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 경제 대안을 보여주는 브릭스


브릭스의 성장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질서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동안 세계 경제는 선진국들이 주도하면서 비정상적이고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되어 왔다. 특히 90년대 냉전 해체 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불공정 무역과 투기 자본의 무제한 침투로 약소국들은 경제적으로 황폐해졌으며 이는 약소국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결국 선진국들에게 부메랑이 되었다.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브릭스의 성장은 약소국들에게 선진국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빠르게 붕괴시킬 것이다. 브릭스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남남협력이란 개발도상국간의 경제기술협력을 말한다. 개발도상국이 주로 지구 남반구에 많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이에 비해 선진국-개발도상국 사이의 협력을 남북협력이라 부른다. 지난 11월 30일 개막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의 주된 의제도 남남협력이었다. 브릭스는 남남협력을 통해 선진국 위주의 국제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룰라 대통령


특히 브릭스 국가들이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한다. 중국은 경제 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며, 러시아는 구 소련 해체 후 자본주의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강한 국가 주도의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 브라질은 좌파 정부가 들어서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오랜 인도식 사회주의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며 지금도 공산당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급부상한 브릭스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은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브릭스 국가들이 근래 들어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올 한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으로 북한과 전례 없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2001년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나 그다지 밀접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으나 2009년 처음으로 평양 주재 대사관을 열면서 1년 만에 북한의 무역 상대국 2위로 올라섰다. 브라질은 2010년에도 천안함 사건 관련 유엔 대북제재를 반대했고 10만 톤 상당의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북한과 교류협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도 역시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100만 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증진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편 브릭스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 군사 분야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중국, 인도는 핵보유국이며 군사강국이다. 브라질 역시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핵 연계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과거 핵무기를 비공식 보유한 전례가 있다. 브릭스는 리비아 사태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두고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유엔 개혁, 달러 기축통화 개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군사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국제사회에 새로운 축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브릭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브릭스는 하나의 경제블록도 아니며 정치적 관계도 긴밀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중국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교류는 매우 미미하며 크게 발전하지도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능성은 분명 무궁무진하다.


10년 만에 선진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브릭스가 향후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봐야 하겠다. (20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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