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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보여준 한미관계의 현주소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9.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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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뼛속까지 친미인 관료들이 너무 많고, 미국의 정보원이 곳곳에 포진하여 미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이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부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보여준 한미관계의 현주소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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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25만여 건에 달하는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미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교집단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여기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극히 일부만 번역이 된 상태임에도 충격적인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내용들이 계속 번역되면 논란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은 주로 일반인들이 알기 힘들었던 한미관계의 어두운 실태를 보여준다.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뼛속까지 친미인 이명박 정부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에 관한 것이다.


2007년 6월 5일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 만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몇 안되는 축산업자와 귤 재배자들 때문에 한미 FTA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 소는 미국산 사료를 먹기 때문에 한국 쇠고기는 진짜 한국산이 아니며 한국 쇠고기를 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했다. 2008년 1월 16일에도 이 대통령은 버시바우 대사 등과 만나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대사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전문은 이 밖에도 많다. 2008년 1월 18일자 전문을 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4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미 쇠고기 수입개방과 무관하다던 정부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2008년 6월 26일자 전문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쇠고기 협정이 실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데 대해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있다”며 “쇠고기 시위로 부시 방한이 연기된 것은 유감스럽다”고 하였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또 다른 전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2007년에 열릴 대선으로 인해 고조된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FTA협상에 대해 상당히 우려한다”며 “노무현 정부가 반미정서를 부채질할 구실로 삼고 협정에 관한 불평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협상을 오래 끌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철저히 미국 입장에서 충언한 것이다.


2008년 5월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특별공동회의에서 외교통상부는 환경부의 제안을 3~4개만 관철했다는 내용의 전문도 있다. 위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발언에 비춰볼 때 단순히 협상력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협상할 의지 자체가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환경위해도 평가는 허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7월 25일자 전문에는 전광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한미대사에게 론스타와 HSBC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심사 착수 방침을 공식 발표 전에 알려주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는 내용이 있다. 국부를 유출하면서 ‘선물’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전광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부터 장관급 인사들까지 모두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 수 없는 발언들을 하였다고 한다. 2008년 5월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은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니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고위 관료들이 모두 뼛속까지 친미인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포진한 미국 정보원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며 집권한 노무현 정부의 주요 관료들도 한미 관계에서만큼은 이명박 정부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06년 7월 전문에는 당시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에 미리 알리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미국이 의미있는 코멘트를 할 시간을 주며,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작업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이 관철되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한 내용이 들어있다. 정부 입장을 미국에 설득시키기는커녕 청와대 내부 정보를 미리 알려주며 미국 입장에서 다른 관료들과 ‘죽도록 싸웠다’는 것이다.


▲김종훈 수석대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2006년 6월 전문에는 조태용 당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한미 FTA에 개성공단 제품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김종훈 수석대표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미국 측에 알려준 내용이 나온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개성공단 이슈를 최초 요구에 포함시키라는 청와대 훈령을 거부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료가 협상 상대국에게 협상과 관련한 자국 내부 동향을 알려주는 행위를 버젓이 한 것이다.


이런 인물이 또 있다. 한미 FTA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의 세세한 정보를 미 대사관 관계자에게 직접 수시로 전달한 인물은 바로 청와대 경제정책실에 있던 김승호다. 그는 대통령 책상 위에 무슨 문서가 있는지까지 일일이 보고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김승호가 ‘내부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중한 취재원’이라며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고 하였다.


2007년 8월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 등과 만나 쌀 추가협상을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다. 쌀과 관련해 미국과 어떤 약속도 없다던 정부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 문건에는 김종훈 본부장이 미 쇠고기 수입확대, 자동차 세제와 환경기준 개정 등도 거론했다고 나온다.


2007년 4월 2일 작성된 전문에는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가운데 93%가 한국 부담분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의 예산은 약 50%인데, 미국은 한국이 지불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43%를 충당하기에 결국 한국이 93%를 부담하고 미국은 7%만 부담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2004년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는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 건설 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양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재배치 비용으로 전용되지 않으며, 이전 비용은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부담한다고 했던 정부 발표와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그 동안 국민들을 속여 온 것이다. 특이하게도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게 사실대로 설명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들어 설득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비난이 두려워 국회와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였다. 어느 나라 국방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프더레코드 따위는 없다


언론인들이 미국의 주요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KBS 보도본부장과 고위급 기자들이 2007년 대선 당시 미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선거전망과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전달한 내용을 담은 전문도 공개되었다. 특히 KBS 보도본부장은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본인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 대사관은 그를 주요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논란의 당사자가 된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


2006년 8월 19일자 전문에는 언론사 간부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진 비공개 면담을 미 대사관에 그대로 전달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전문은 이날 면담에 참석한 간부로부터 대화내용을 입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에는 “한국에서는 오프더레코드 따위는 없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언론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미국에 정보를 넘겨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뼛속까지 친미인 관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미관계는 항상 굴욕적이고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인과 미국인을 위한 한국인이 협상을 하면 결론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둘째, 미국의 정보원이 곳곳에 포진하여 미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때문에 일부 관료들이 아무리 자주적인 정책을 펼치려 해도 번번이 미국에게 좌절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부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들은 한국이 자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추가 번역물이 나올 때마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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