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1년 04월 13일 (수)
북한 최대의 비료공장, 흥남비료공장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흥남비료연합기업소가 개건현대화과정에 들어가 조만간 정상화될 과정이라고 한다. 북한의 비료산업으로는 작년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가동한데 이은 두 번째 조치라 할 수 있다. 남흥과 마찬가지로 흥남비료연합기업소 역시 석탄가스화공정을 채택하였다.
갈탄가스화공정
2010년 6월 16일, 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현재 함경남도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도 갈탄가스화공정이 건설 중에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석탄가스화공정의 일부이다. 석탄에 소량의 물을 주입하고 산소의 공급을 억제한 상태에서 가열하면 다음의 반응을 통해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얻어진다고 했다.
C + H2O → CO + H2
이는 전형적인 습식가스화공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여기서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갈탄가스화공정을 건설한다고 하였다. 갈탄은 석탄 가운데 탄소성분이 70% 정도로 가장 낮은 석탄이다. 발열량이 탄소함량에 따라 4,000∼6,000kcal/kg 가량으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물기에 젖기 쉽고, 건조하면 쉽게 부서져 가루가 된다. 즉 갈탄은 원하지 않는 이물질이 많고 발열량이 천차만별이라 산업용으로 사용하려면 추가 가공이 필요한 석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함경도에서 생산되는 갈탄을 비료생산이 활용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갈탄은 무연탄에 비해 탄소함량이 낮고 수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석탄가스화공정에 활용하기에는 더 어려운 석탄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북한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 무연탄가스화공정을 이미 도입하였다. 북한은 1년 사이에 흥남에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진전된 수준의 가스화공정을 도입하려 하는 것이다.
또한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는 남흥과 달리 물전해공정이란 것이 소개되고 있다. 이는 물
(H2O)를 전기분해하여 수소
(H2)와 산소
(O2)를 얻는 것으로 석탄가스화공정과 더불어 수소가스를 얻는 공정으로 볼 수 있다.
2H2O → 2H2 + O2
즉, 종래의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주로 물전해공정에 의한 수소가스 생산과 이를 통한 암모니아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갈탄가스화공정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단계로 개건현대화의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즉, 석탄을 활용한 화학비료 생산이 북한비료산업의 기본방향으로 정립된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수소
(H2)는 산소분리기를 통해 얻어진 질소
(N2)와 함께 하버-보시 반응에 투입, 질소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생산하게 된다.
H2 + N2 → NH3
암모니아를 합성하면 이를 토대로 각종 질소비료, 요소비료를 생산할 수 있음은 본지에 기고한 “석탄에서 비료를 뽑는 무연탄가스화공정”(2010. 5. 5.)에서 밝힌 바 있다.
환경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다만 갈탄을 사용할 경우 탄소 이외의 각종 물질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석탄에 존재하는 황
(S)은 가스화공정을 거치면서 황화수소
(H2S)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기체가 제때 제거되지 않으면 이산화황
(SO2), 또는 각종 산화질소
(NOx) 등을 발생시켜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또한 가스화공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
(CO), 일명 연탄가스도 대량 발생하게 된다.
가스화공정에서는 이러한 오염물질을 분리하는 공정이 중요하게 제기된다. 그래서 흔히 석탄가스화공정은 가스화 단계와 석탄가스를 다른 물질로부터 분리하는 단계가 구분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3월 26일자 사설에서 흥남가스화공정건설에 대해 “1계렬,2계렬공정건설이 립체전으로 벌어지는 속에 거대한 탄산가스흡착탑들이 주체공업의 위력을 과시하며 장쾌하게 일떠섰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언급된 탄산가스흡착탑들이란 가스화공정 반응 후 얻어진 혼합가스 가운데 수소
(H2)를 분리하는 설비를 말한다. 북한은 수소가스를 활성탄을 이용한 흡착을 통해 분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활성탄이란 스펀지와 유사한 형태로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는 다공성 물질을 말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숯도 활성탄의 일종이다. 활성탄에 가스를 주입하게 되면 극성을 띠는 일산화탄소
(CO) 등은 쉽게 흡착되며 극성을 띠지 않는 수소
(H2) 등은 상대적으로 흡착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혼합가스를 다계단의 흡착탑을 통과시키면 결국 극성을 띠는 일산화탄소
(CO), 이산화질소
(NO2) 등 오염물질은 각종 유해가스는 모조리 흡착되고 수소가스만 말끔하게 얻을 수 있다.
6개월을 39일로
한 가지 살펴볼 것은 북한이 여러 가지 탄산가스흡착탑, 즉 수소정제탑들을 39일만에 6개나 건설하였다는 점이다. 3월 26일자 <노동신문> 사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월에 흥남비료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실 때에는 4대의 수소정제탑들이 솟아있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39일만에... 또다시 흥남에 찾아가셨을 때에는 10여대의 수소정제탑을 비롯하여 각종 열교환기, 랭각기들과 변성탑, 탄산가스흡착탑 등 수십대의 현대적인 설비들이 제작설치되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6개의 수소정제탑을 6개월 걸려 건설할 규모라고 평가하였다. 6개월 걸릴 설비가 39일만에 설치되었으니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 설비들을 “룡성의 로동계급이 만들어보낸 흡착설비들”이라고 표현하였으며 처음에는 각 설비들을 해외에서 수입하려 하였지만 서방진영의 개입으로 여의치 않자 자체생산을 시도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아마도 미국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어 수입이 불허된 듯 하다. 북한은 관련 흡착설비들이 북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다만 북한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모든 설비를 한꺼번에 정상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의하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근로자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의하면 “1계렬 마감공사를 불이 번쩍나게 해제껴 부문별 시운전을 끝내고 주체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지게”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여러 계렬 공사 가운데 1계렬을 우선 완성하는 목표를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월 27일자 기사에서 이미 1계렬공정의 건축공사를 끝마치고 부분별 시운전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이들은 “물전해공정의 CNC화를 실현하며 가스화공정의 CNC화를 위한 준비사업을 잘하여 기업소를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인 기업소로 더욱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향후 목표를 제시하였다. 1차적으로 물전해공정의 CNC 자동화를 완료하고 가스화공정의 자동화는 준비단계에 진입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물전해공정은 이미 설비가 가동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갈탄가스화공정은 CNC 자동화를 내다보며 설비가 도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비료자립을 앞당길 흥남 정상화
북한의 흥남비료공장은 1930년대에 이미 황산암모늄을 매년 48만톤 생산하였던 북한의 대표 비료공장이다. 물론 흥남비료연합기업소도 90년대 중반 경제난의 과정에서 가동이 중단되었으나 이제 재가동을 향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흔히 북한의 비료필요량을 155만톤으로 추산한다. <조선신보>는 2012년까지 비료 100만톤을 생산하여 곡물 100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대략 1000만톤 가량의 곡물이 소비되며 동시에 1000만톤 가량의 가축사료가 소비되고 있다. 한국보다 인구가 절반인 북한에서 곡물 1000만톤이면 북한주민이 필요로 하는 곡물 500만톤과 가축용 사료 500만톤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주민의 식생활은 감자, 고구마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지금 단계를 뛰어넘어 곡물증산을 통한 근본적인 식량자립이 가능해지게 된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이 재가동될 때 그 규모가 어떠한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북한당국이 도입하는 석탄가스화공정은 서방진영이 활용하는 석유나프타 공정에 비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석탄가스화공정은 남흥에 그치지 않고 흥남에도 도입되고 있다. 북한당국이 석탄가스화공정을 가장 효율적인 비료생산체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원료자원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 무진장하게 매장된 석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날론 산업도 그렇고 주체철도 마찬가지인데 북한은 원료자원의 국산화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자원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어야 외부세력에 의해 경제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방식의 시장개방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북한은 자체자원에 기초한 산업설비를 늘려 화학공업을 일으키고 자체적인 비료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남북대화나 협력사업에서 ‘진정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여러 식량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비료산업이 100만톤 생산에 들어선다면 지금껏 대화조건에 언급되던 ‘쌀과 비료’도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
* 출처 :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