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를 벗고 소통하자!-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진보신당은 지난 3월 27일 대의원 대회에서 진보통합의 원칙과 조건을 결정했는데 진보신당의 전국위원회 결정사항 보다 세밀할 뿐만 아니라 훨씬 까다롭게 강화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은 어려워 진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조건들을 그대로 민주노동당이 받아들이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고 또한 이를 진보신당 대의원들이 잘 알고 있음에도 그러한 조건을 의도적으로 확정한 것은 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노동당 창당 10주년을 맞이해서 발표한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라는 글에서 분열의 원인을 출세주의, 써클주의, 패권주의, 소통부재에서 찾았고, 민주노동당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을 군중운동과 결합하는데 실패한 의회주의적 경향과 지역정치활동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 일부 동지들은 통합의 중요한 전제조의 하나로서 북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북에 대한 태도가 함께 당을 운영해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당을 함께했었던 진보신당 동지들에게 묻고 싶다 ! 북에 대한 태도와 정책이 우리가 당을 같이 해나가는 데 결정적인 장애요소가 되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라고 말이다. 일심회 사건 이외에 사실 당을 같이 해나가는데 결정적으로 장애가 되는 사안들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갈등이 컸었던 북의 핵실험 문제도 중앙위원회에서는 다수파의 주장대로 표결로 정리되었으나 그 후 바로 광역시도 당 위원장들이 주축이 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정 되어서 당론으로 채택된 적이 있었다. 민주노동당 확대간부회의는 심의기구로서 당론을 결정하는 단위가 아님에도 확대간부회의 주장을 다수파가 사후 존중한 것이다.
그리하여 북을 방문했던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핵실험에 대해서 북의 사과를 요구했고 북은 여기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발했었다. 또 탈북자 문제, 코리아연방 공화국 문제 등 여러 번 약간의 갈등이 있었으나 그 때 마다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절충하고 양보하면서 해결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표면적으로 집단탈당의 핵심적 원인이 되었던 일심회 사건의 경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말 고통스러운 요구였다.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있는 동지들을 본인들 의견도 확인하지 아니하고 대의원대회에서 제명을 요구한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지난 일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함께 하면서 정책과 노선의 문제는 그래도 토론하고 타협해 가면서 현명하게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단합을 유지해갔던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북쪽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진보신당 동지들에게 할 말이 많다. 빠른 시일내에 이 문제가지고 격의 없는 충분한 토론도 해보고 싶다. 다만 이 문제는 당을 함께 운영해 나가면서 충분히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민주노동당 분열의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는 패권적 써클주의였다. 자리싸움 할 때는 정책과 노선논쟁 할 때처럼 합리적 원칙과 기준에 관한 토론도 소수파에 대한 배려도 거의 없었다. 다수라는 한 가지 이유로 다수파에서 반드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했다. 진보진영에서 더욱 강조해야할 중요한 덕목인 겸손과 양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학적 노선을 관철하기 위해서 권력문제는 중요하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권력은 조직과 민중들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권력에 접근하는 태도는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훌륭한 지도자는 자임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에 의해서 추대되어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 화폐상품으로 금이 결정되어지는 과정처럼 말이다.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을 하는데 있어서 선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동지적 애정을 회복하는 것이고 동지적 애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진정성 있는 소통과 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 담으로 중요한 것이 패권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진보진영의 고질병 중의 하나가 소영웅주의에서 비롯되는 써클주의다. 조직운동의 본성적 요구에 의해서 써클적 조직활동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또한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써클적 조직들이 전국 단위 조직 속에서 하나의 분파로 역할 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의 써클적 조직들이 전국적인 조직을 자임하거나 지향하면서 각자 지도조직을 사명감을 갖고 (?) 자처해 나갈 때 이러한 써클적 조직들은 구조적으로 써클주의에 빠져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써클주의는 전체 운동보다 자신의 써클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이를 우선시 해서 활동해 나가는 것으로서 이는 운동을 분열시키고, 출세주의 등 온갖 기회주의 노선으로 운동을 잘못 안내하는 종파주의의 길을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각종 조직 내에 분파로서 존재하는 써클들도 자신의 써클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이를 우선시 해서 활동 할 때 당연히 분파주의에 빠져 자신이 소속한 조직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결국은 고립되게 된다.
적어도 전국조직을 지향하고 우리 운동을 이끌어 나갈 지향이 있는 써클이라면 당연히 사상과 노선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써클들과 올바른 과학적 위상으로 통합해서 당당한 전국조직으로서 역사 앞에서 엄숙히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가장 미인이라고 착각하고 계속 지도조직을 자임할 때 필연적으로 써클주의에 매몰되어 고생은 죽어라 했는데 오히려 운동과 역사에 장애가 되는 운명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써클적 조직활동을 잘못하면 써클주의에 빠져버리고 써클주의에 빠져버리면 운동을 분열과 기회주의로 안내하게 된다. 종파적 써클주의의 잘못된 형태 중의 하나가 써클들 상호간의 소통의 부재다. 날마다 보고 있고 볼 수 있는 동지임에도 뒤에서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다닌다. 같이 공부하고, 비판과 자기비판을 하는 성찰적인 총화생활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내에서 당을 주도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써클들부터 이제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진정성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탈당, 분당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각 써클들 상호간의 소통의 부재였다. 소통의 부재는 오해를 쌓고 오해의 축적은 노선의 차이를 쓸데없이 확장시킨다. 또한 이것의 총체적 결과는 불신의 늪이 날로 깊어 만 가는 것으로 결과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대로 된 소통의 문화가 분당시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었더라면 분명히 분당은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그 당시 상황에서는 불신이 탈당-분당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지난 10 여년 동안 당을 같이 해 오면서 동지적 애정과 의리는 높아 갔는가 ? 정책과 노선에서 일치성은 강화되어 갔는가 ? 부끄럽게도 대답은 “아니올시다‘.
써클주의 극복 대안, 올바른 의정활동에 대한 원칙 정립 등이야말로 양당 통합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할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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